마약의 상처 속에 핀 하나님의 사랑

태국 치앙마이 '그레이스 홈'을 돕는 韓人 선교사와 교회

태국 치앙마이 위앙 프라오에 위치한 프라오제일교회 산하 그레이스 홈(사진=포항CBS)
태국 치앙마이에서 북동쪽으로 110여 km가량 떨어진 위앙 프라오(Wiang, Phrao District)는 고산족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산악마을이지만, 치앙마이제일교회가 1904년 위앙 프라오교회를 개척할 만큼 일찍이 복음을 접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카족 등 이곳의 고산족들은 소수민족이라는 차별로 교육을 받거나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양귀비를 키우고 파는, 마약과 관련된 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탁신 정권 때인 2000년대 중반, 태국 북쪽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마약 단속이 실시되고, 마약산업에 종사했던 많은 남성들이 붙잡히거나 처형되면서 이혼과 한부모 등 깨어진 가정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포항대도교회 선교팀과 그레이스홈의 싸팃 목사(우측 두번째)와 라타나 사모(좌측 세번째)가 기념촬영을 했다.(사진=포항CBS)
거기에다 남편을 잃은 부인들은 자녀들만 남겨둔 채 돈을 벌기위해 떠났고, 졸지에 부모와 집을 잃게 된 아이들을 돌볼 시설이 필요하게 되면서, 지난 2007년 15명의 아이들로 위앙프라오제일교회 산하 그레이스 홈(Grace of Home)이 출발하게 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척추 장애를 앓고 있는 싸팃 목사와 라타나 사모가 아카족 등 소수민족 출신의 아이들 70여 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실 그레이스 홈은 보육원과 같은 정규 보육시설이 아닌 허가받지 못한 무허가 수용시설이다.


제도적인 보호와 지원을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하지만, 허가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 시설을 갖추기에는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30년이 넘은 낡은 기숙사를 고치거나 다시 짓는 것은 물론, 무보수로 봉사하는 교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있는 실정이다.

그레이스 홈의 아이들(사진=포항CBS)
그레이스 홈에서 한 달 동안 학생 1명에게 필요한 교육‧생활비는 약 6만 바트(한화 250만 원) 정도지만, 정기적인 후원은 치앙마이드림교회 이국찬 선교사가 유일할 뿐, 대부분의 재정은 부정기적인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국찬 선교사는 지난 2014년, 당시 태국기독교총회(CCT) 1노회 솜칫 목사를 통해 그레이스 홈을 소개 받은 뒤, 2015년 여름 순천은성교회 장년부 단기선교팀과 그레이스 홈을 처음으로 방문했으며, 2017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그레이스 홈의 사역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국찬 선교사와 그레이스 홈을 방문했던 포항대도교회(담임목사 임정수) 단기선교팀이 건축 중단으로 지붕과 기둥만 세워진 남자 기숙사의 완공을 위해 1000여 만원의 건축비 후원을 결정했다. 밤마다 교회 바닥을 의지하던 남학생들의 어려움이 해결되고, 허가를 위한 시설 확충에도 힘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문제로 인해 건축이 중단된 남자기숙사(사진=포항CBS)
하지만 그레이스 홈이 풀어야할 또 다른 문제는 바로 학생들의 진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학생들 스스로 이곳을 떠나거나, 아이들을 버리고 떠났던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자녀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자녀를 동원한 매춘이나 마약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그레이스 홈측은 설명했다.

이국찬 선교사는 "특히 3월부터 5월까지 여름방학 기간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라고 말한 뒤 "부모나 조부모 등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면 대부분 마약이나 매춘에 빠지는 것"이라며 "방학 동안에도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선교팀의 후원으로 그레이스 홈의 저녁식사가 풍성해졌다.(사진=포항CBS)
이같은 상황 때문에 그레이스 홈은 첫째, 기숙사 등 시설을 갖춘 뒤 정부의 허가를 받아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고, 둘째는 학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소수민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도 아이들이 하나님을 만나 변화되어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기도제목이라고 밝혔다.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기회를,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기술 습득과 훈련의 기회를 주며,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그레이스 홈의 또 다른 아이들을 이끌어주고 희망이 되어주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이국찬 선교사는 "불쌍하다는 마음 이전에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아이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긍휼과 위로를 삶으로 나타내 그레이스 홈 아이들에게 아버지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소수민족 아이들을 위한 직업훈련원과 비영리재단 설립 등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홈의 아이들(사진=포항CBS)
이에 따라 이국찬 선교사는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치앙마이드림교회를 비롯해, 강릉안디옥교회, 입장제일교회, 포항대도교회 등과 함께 단기선교와 후원으로 그레이스 홈을 돕고 있으며, 일반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그레이스 홈 봉사프로그램' 운영으로 새로운 후원 솔루션을 찾고 있다.

마약으로 집과 부모도 사랑도 잃은 그레이스 홈의 아이들은 물론, 전쟁과 가난, 차별 속에 놓인 이 땅의 다음세대가 현실의 벽을 극복하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랑의 손길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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