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찍을 때도 겁 없던 박지현, 그가 두려워하는 것

[노컷 인터뷰] '은주의 방' 류혜진 역 박지현 ②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난 배우 박지현 (사진=황진환 기자)
박지현은 MBC 연중 캠페인 '새끼손가락을 건다는 건' 모델로 데뷔했다. 작품으로의 첫 출발은 MBC 월화드라마 2017년 '왕은 사랑한다'였다. 지난해 '친애하는 판사님께', '은주의 방'에 출연했고 영화 '곤지암'이 개봉해 몹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대중에게 아직 낯설지만, 작품을 늘려가며 자기 존재를 알려가는 '신예'인 박지현은 스무 살에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주변 사람에게 권하고, '할머니 될 때까지 연기하는 것'을 꿈이라고 밝힐 만큼 연기를 향한 사랑이 대단했다.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을 찾은 배우 박지현을 만났다. 이미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연기에 관한 애정'의 원천이 궁금했다. 그는 '자의식으로부터의 탈피'를 말했다. 그러면서 꼭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지 않더라도 연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문일답 이어서.

▶ 영화 '곤지암'을 찍을 때 대본에 배역 이미지에 어울리는 배우들 이름이 나와 있었는데, 본인 배역에 류혜영 씨 이름이 쓰여 있었다고 한 인터뷰를 봤다. 이번에 '은주의 방'으로 만났을 때 기분이 남달랐겠다.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대박! 주로 감독님이 같이 작업한 배우들 이름이 쓰여 있었는데… 맞네! 제 역할에 혜영이라고 돼 있었다. 저도 오늘 다시 알았다. (웃음)

▶ 류혜영 씨를 비롯해 호흡을 맞춘 배우들 이야기도 듣고 싶다.

사실 전 이 드라마에서 많은 상대 배우분들을 만나지 못했다. 은주랑 많이 붙었고 가끔 민석이(김재영 분)랑 붙어서 혜영 언니하고만 대화를 많이 했다. 혜영 언니는 되게 진심으로 그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더라. 소통을 한다고 할까. 모든 배우가 다 예의를 지키고 다 밝게 인사하지만, 혜영 언니가 하는 건 되게 고교 시절 친구들 사이 같은 느낌? 그렇게 해 준 덕분에 현장이 더 편해지고 스태프분들도 배우를 대하기가 편해져서 배우들도 연기하기 좋았던 것 같다. 언니는 성격적으로 타고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 작년에 영화 '곤지암'이 개봉하고,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와 '은주의 방'에 출연했다. '내 뒤에 테리우스'에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배우 박지현'으로서 본인을 널리 알린 해였는데.

올해 더 잘 알리면 좋겠다! (웃음)

박지현이 '은주의 방'에서 가장 울컥했던 장면으로 꼽은 과거 회상 장면 (사진='은주의 방' 캡처)
▶ 보고 있는 차기작은.

지금도 보고 있다. 오늘도 (오디션) 보러 간다. (웃음)


▶ 최소 100번 이상, 거의 200번 가까운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자기 존재를 각인시켜야 하는데, 어떤 걸 보여주려고 노력하는지 궁금하다.

초반에는 되게 간절했다, 오디션 볼 때. 배우라는 직업은 평생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지 않나. (오디션에서) 탈락하면 아픔이 너무 크고 다시 자신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인제 뭔가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주어진바, 그분(오디션 보는 쪽)이 궁금해하는 바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제가 떨어졌다고 해서 제 외모나 연기가 부족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지가 안 맞았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었겠지 하고 생각한다. 감독님, 작가님이 머릿속에 그리시던 그 이미지로 나타나 줘야 하니까. 언젠가는 (그 배역에) 나를 그려보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해야 조급해지지 않고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오디션에도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한 것 같다. 한쪽에서 너무 원하는 게 티가 나면 안 되는 것 같다. 서로 맞아야 하는 거니까. 그렇게 너무 간절하다 보면 긴장하게 되고 연기할 때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더라. 최대한 긴장하지 말고 후회 없이 나오자는 주의다. 물론 처음엔 되게 많이 힘들었다.

▶ 연기하는 걸 정말 재미있어해서 주변인에게도 연기하라고 권했다는데 그만큼 끊을 수 없는 연기만의 매력이 무엇인가.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의식으로부터 탈피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이 사람이 날 이렇게 보겠지? 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제가 그렇게까지 해방감을 느끼거나 자유로움을 느끼진 않는다. 아무튼 연기하면 자의식으로부터 벗어나니까 그게 좋다. 꼭 배우를 꿈꾸지 않더라도 (연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연기로 많은 부분을 극복할 수 있으니까. (웃음) 저는 너무 재밌었다. 초반에는 연기하는 걸 (주변에) 숨겼다. 학교 다니면서 저 혼자 따로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연기를 배우고 있을 거 같은 거다. 이렇게 재밌으니까! (웃음)

▶ 활동한 기간이 짧은데 그동안 다양한 화보를 촬영했다. 어떤 면을 보고 모델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또, 화보 촬영의 매력은 무엇일까.

화보 촬영의 매력은… 제가 평소에 옷 입는 건 되게 좋아한다. 옷에 관심은 되게 많은데 머리를 하거나 화장을 하고 세팅된 모습으로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일할 때 빼고는. 제가 가진, 저도 모르는 다양한 색을 전문가분들이 찾아주시고 시도해주시고, 좀 더 저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되게 좋아한다. 그래서 화보 작업도 되게 재미있는 것 같다.

박지현은 지난해 영화 '곤지암',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은주의 방'에 출연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사진 촬영도 그렇고 평소 영상 찍는 것도 좋아한다던데, 어떤 것을 주로 찍는지.

예전에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다. (웃음) 원래 영화 편집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방송영상학과를 이중 전공하고 있고. 요즘은 유튜브나 개인 미디어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지 않나. 그분들이 하는 걸 저도 되게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 같다. 공개는 안 하지만, 제가 간직하는 거로. 친구 생일 때 영상 편집해서 선물도 했다.

▶ 같은 소속사 신세경 씨도 있고 요즘 들어 연예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자기만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세경 언니 같은 경우는 배우로서 입지가 완전하기 때문에 '배우 신세경'이 먼저 생각나지 않나. 아직 전 너무 이른 것 같다. 좀 더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유튜브라는 곳이 미디어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전 둘 다 많이 보지만,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유튜브가 되지 않을까.

▶ 넷플릭스 마니아로서 작품을 추천한다면.

'블랙 미러' 시리즈는 진짜 꼭 보셔야 한다. 매 화가 다 옴니버스다. 다 다른 배우, 다른 감독이다. 너무 보석 같은 배우들이 많다. 한 편 한 편이 너무 영화 같다. 정말 천재적인 것 같다. 아이디 없으시면 제 아이디를 빌려드리고 싶을 정도다. (웃음) 다큐멘터리도 너무 좋다. '살인자 만들기'는 진짜 소름 돋는다. 경연하는 '줌보의 디저트'도 진짜 재밌고. (웃음) 전 거의 빠져서 본다.

▶ 평소 SF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런 쪽에 출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지.

한국 SF 시장이 그렇게 활성화돼 있진 않아서… 한국 배우분들도 할리우드 작품에 많이 출연하시니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그런 작품에 출연할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다. (웃음)

배우 박지현 (사진=황진환 기자)
▶ 뭘 무서워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공포영화 '곤지암'을 촬영할 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럼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자연이다. (웃음) 자연이 제일 무섭다. 저는 살인하는 영화, 귀신 영화도 괜찮은데 재난 영화가 더 무섭다. 사람은 내가 피할 수 있고 제압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사람을 멈출 수 있지만, 자연 앞에선 너무 무기력해지지 않나. 자연재해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 계획은.

올해 개봉하는 영화('사자')가 있는데 그 영화가 잘됐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 오늘 오디션도 잘 봤으면 좋겠다. 시청자, 관객분들께 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한 해 됐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차기작도 오컬트네.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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