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를 통해 주식투자 유인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기업의 투자 감소라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배당액 30조, 배당성향 20%25 돌파 예상
금융정보 전문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까지 배당을 공시한 530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지난해 사업연도 현금배당금 총액은 26조 4026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7년 전체 상장사의 현금배당 총액 25조 502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이며, 아직 배당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까지 합치면 지난해 상장기업들의 총 배당액은 30조원을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현금배당액은 지난해 9조 6192억원으로 전년 대비 65%나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1조 260억원을 현금배당에 쓰며 전년 대비 배당액을 31% 늘렸다.
현금배당액이 늘어나며 상장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17.53%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20%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 '짠물 배당' 코리아디스카운트 한 원인
국내 상장사들은 그동안 유독 배당에 소극적이었다. 이익금을 배당에 쓰기 보다는 내부유보율을 높이거나 미래성장동력에 재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기업의 중.장기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여기다 선진국 등에 비해 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배당수익 보다는 주가 등락에 따른 단기차익을 보다 선호하는 것도 국내 상장사들이 배당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 결과 최근들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선진국은 물론 대만과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2017년 기준으로 호주와 영국의 배당성향은 각각 66.56%와 56.87%에 달했으며, 대만은 56. 81%, 중국은 31.40%를 기록했다.
국내 상장사의 낮은 배당성향으로 인한 '짠물 배당'은 주식시장 저평가, 즉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 국민연금, 상장사 배당확대에 기여
하지만 수년간 이어져온 주주행동주의의 영향으로 배당에 대한 상장사의 태도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배당 확대의 방아쇠를 당겼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배당관련 주주활동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상장사 입장에서 배당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 130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큰손으로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상장기업은 297개, 10% 이상은 81개에 달한다.
국내 상당수 대기업의 2,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시에, 침체국면의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을 내야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투자 감소 우려 등 상존" 신중론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 확대를 통한 수익률 개선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배당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되는 등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 산업계 전반의 상황을 감안하면 배당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LG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도 대비 22.2%나 감소했지만 주당 배당액은 1300원에서 200원으로 높였다.
금융소비자연대 조남희 원장은 "국민연금발(發) 배당 확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배당 확대에 대한 부정적 측면도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배당 확대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미래의 자산을 미리 당겨쓴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접점을 찾는 논의가 동반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