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청도 어민들은 인근 어장이 확대돼 환영했지만, 백령도 어민들은 "달라진 게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평도 어민들도 일부 어장이 늘어나긴 했지만, 줄곧 요구해온 서북지역이 빠지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 대·소청도 "꽃게 많이 잡히는 곳, 어장 확장 환영"
해양수산부는 20일 올해 봄어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현재 1,614㎢ 규모인 서해5도 어장을 245㎢가 늘어나 1,859㎢까지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여의도 면적 84배의 어장이 새로 늘어난 것이다.
해수부는 연평어장을 815㎢에서 905㎢로 90㎢(동쪽 46.58㎢·서쪽 43.73㎢) 늘렸다. 또 B 어장 동쪽 수역에 154.55㎢ 규모의 'D 어장'을 신설했다.
아울러 1964년부터 금지된 야간조업도 55년 만에 일출 전과 일몰 후 각각 30분씩 허용하기로 했다.
서해5도 어민들은 그동안 줄곧 정부에 어장 확장을 요구해온 만큼 정부의 이번 조치로 어획량이 늘 것으로 기대했다. 해수부도 어획량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소청도 이용희 어촌계장은 "새로 확장된 곳은 꽃게가 많이 잡히는 곳이라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기존 어장에 비해 새로 개발되는 어장인 만큼 어획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섬 분위기를 전했다.
서해5도 평화수역 운동본부는 정부 발표 이후 환영 성명을 내기도 했다.
운동본부 박태원 상임대표는 "서해5도 어장이 확장된 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향후에 남북관계가 더 좋아지면 어민과 지역 시민단체가 그동안 요구한 대로 B 어장과 연평어장을 모두 연결해 한바다 어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백령도 "전혀 배려 안되…야간 조업 1시간 연장은 생색내기"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가 일방통행‧생색내기식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이번 어장 확장으로 인한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백령도 어민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백령도 선주협회 장태헌 회장은 "백령도는 주변 어장이 대청도나 연평도에 비해 훨씬 협소한데도 이번에 전혀 배려가 안됐다"며 "지난해 꽃게도 안 잡혔고, 까나리도 별로 안 나서 올해 어장 확장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막막하다. 숨통이 트이지 않으면 폭발하기 직전이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야간 조업 시간 1시간 연장에 대해서도 실제 조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이미 2017년부터 새우잡이 철인 4~5월과 10~11월에 한해 야간조업을 1시간 30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대청도에서 새로 확장한 D 어장으로 가려면 새벽 4시에 출발해야 된다"며 "바다는 물때에 맞춰 조업을 하는데 일출 일몰 30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 "북미정상회담 성공 기원…빠른 시일내 추가 조치 있길"
또 해수부의 갑작스런 발표는 그동안 민관협의회를 함께 해온 어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연평도 신중근 어촌계장 "민관협의를 하면서 우리는 꽃게가 많이 잡히는 서북쪽 어장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었는데 (이번에) 빠졌다"며 "최소한 안되는 이유, 되는 이유는 어민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결정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어민들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남북간 군사긴장감이 완화돼 빠른 시일내 추가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백령도 장태헌 회장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남과 북이 평화로운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정부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달 25일부터 우선 백령·대청·소청도 어민들을 대상으로 확장된 어장 구역과 야간조업 시간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3월 중순에는 연평도 어민들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