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2‧27 전당대회를 이렇게 우려했다. 당 대표 후보인 김진태 의원이 주최한 5‧18 토론회에서 최고위원 후보인 김순례 의원이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이라고 폄하하면서 당 안팎에선 태극기 부대의 표 결집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태극기 부대가 대거 책임당원으로 입당해 이번 전대의 표심을 좌우할 정도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이들의 입맛에 맡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이 박근혜 전 탄핵이 잘못됐다는 논리까지 내놨다. 5‧18 망언부터 탄핵 불복까지 꼬리를 물고 우경화의 악순환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20일 TV토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는 사면론으로 이어졌다.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이 상당히 오랜 기간 구금돼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사면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데 대해서도 "탄핵 결정에 대해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그 절차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며 "다른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탄핵 불복' 지적이 나오자 "유감"이라며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사면 주장도 태극기 부대의 요구를 반영한 발언이다.
전날 탄핵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사면 문제에 있어선 "대법원 판결 절차 전 사면을 거론하는 이르다"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며 논의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한 술 더 떠 '무죄 석방'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애걸복걸해서 (사면)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권을 퇴진시키든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면보다 석방이 먼저"라고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모두 태극기 부대를 의식한 발언이다.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태극기 부대의 탄핵 관련 입장에 대해 "3분의 1이 탄핵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반면, 3분의 2는 무효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이 전자 그룹을 노렸다면, 황 전 총리와 김 의원은 극렬 태극기의 주장을 채택한 셈이다.
전대 후보들이 태극기 세력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이들이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5‧18 간첩'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지만원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태극기 부대들의 집단 입당을 독려했다. 3개월 간 당비를 납부해야 책임당원 자격이 주어지고, 1월 책임당원 명부가 폐쇄되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당에선 정확한 태극기 부대의 당원 숫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략 2만명 정도가 신규 입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3만명을 입당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2만명은 전체 약 32만명 책임당원의 6%가 조금 넘는 수치다. 그러나 투표율을 분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전체 선거인단은 일반 당원을 합쳐 38만명 정도가 되는데, 투표율을 25%로 가정하면 선거인단은 9만5000명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여론조사를 투표인단으로 환산한 것이 4만표 가량이다.
약 13만표가 현실적인 투표인단의 규모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럴 경우 태극기 부대 2만명은 15%에 육박한다. 당내에선 태극기 부대는 열혈 지지층이기 때문에 투표 참여가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태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친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중도, 개혁보수를 표방한 오 전 시장에 대해 "투표는 당원들이 하는데 투표 안 하는 사람을 상대로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며 "잘못된 선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과 오 전 시장 간 2등 싸움이 치열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 의원의 부상은 황 전 총리의 '우클릭'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집토끼인 태극기 부대의 김 의원을 향한 표심 쏠림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그간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깨고 "절차가 잘못됐다. 박 전 대통령은 돈을 받지 않았다"는 분명한 친박 성향의 발언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