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한 노사정 합의를 놓고 양대노총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은 경영계와 정부의 압박에 백기투항했다'고 비난하자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한 채 반대만 해 무책임하다'고 맞섰다.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20일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대화의 길이 열려 있고 참여할 수 있음에도 참여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상한선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도록 합의했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한 민주노총이 협상 결과를 "명백한 개악"이라며 비난하자, 한국노총이 간접적으로 민주노총을 겨냥해 반박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반대 투쟁을 해 법 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한국노총도 그 길을 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역사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부와 여당이 2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관련 법 개정을 예고한 마당에 노사정합의를 이루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국회에서 보수야당과 논의하면서 노동자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과정에서 노·사 합의가 안 된 내용을 정치권이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저임금 제도 개선 관련 당사자인 노·사 간 합의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깨지고 최악의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악되는 과정에 민주노총의 합의 반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무엇보다 심각한 개악은 노동시간 확정을 노동일이 아닌 주별로 늘린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로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의 노동일과 각 노동일별 노동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는데, 일주일 단위로 느슨하게 노동시간을 정하면 실제 근무할 때에는 사용자가 임의로 노동시간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예측하지 못한 업무량' 등을 이유로 노동자 대표와 '합의'가 아닌 '협의'만으로 주별 노동시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사용자의 재량폭이 커진다.
탄력근로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한 임금보전 방안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실질적 강제력이 없이 사용자에게 백지위임한 것"이라며 낮은 평가를 내렸다.
민주노총은 "구체적 내용과 기준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사용자가 임의로 신고하면 족하다"고 지적하고, 만약 이 방안을 노동부에 제출하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에 그쳐 "실질적 강제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사정 합의라기보다는 사용자가 민원을 넣고, 정부가 압박해서, 한국노총이 백기를 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등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다음 달 6일 하루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