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 학생 어머니
어제 하루 종일 공분을 산 뉴스가 있습니다. 한 고등학생의 어머니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사연인데요.
'아들이 학교 폭력을 당해서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겨우 살아났다. 췌장의 일부를 절단하고. 결국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 게다가 지금은 극심한 공황 장애까지 앓고 있다. 그런데 가해 학생은 반성은커녕 계속해서 아이들을 때리고 다녔다. 제대로 된 처벌도 내려지지 않은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이런 글이었습니다. 학교 현장에 폭력이 아직까지도 그렇게 남아 있는 건가? 놀랍고도 의아합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만나보죠. 어머니, 나와 계세요?
◆ 어머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건이 일어난 게 작년이니까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17살 때?
◆ 어머니> 네.
◇ 김현정> 가해 학생은 동급생이고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런데 처음 그런 심한 폭행을 받고 돌아왔을때, (그러니까) 처음에는 어머니가 인지를 못하셨다고요?
◆ 어머니> 전혀 알지를 못했어요. 제 아이가 말이 많은 아이도 아니고 제가 일을 하다 보니까 항상…
◇ 김현정> 식당 일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겉으로 보기에는 멍도 없었어요? 어떻게 모르셨어요?
◆ 어머니> 그러니까 겉으로는 아무런 맞은 흔적이 없었어요.
◇ 김현정> 그러면 배 쪽을, 복부를 맞았기 때문에 얼굴이나 이런 쪽에 티가 안 났던 겁니까?
◆ 어머니> 네, 아무런 티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아이는 '엄마, 나 어디 부딪쳤어요.' 이렇게 말을 한 거예요?
◆ 어머니> 식탁에 부딪쳤다.
◇ 김현정> 식탁에 부딪쳤다고. 왜 맞은 거를 일부러, 아이가 숨겼을까요, 어머니한테?
◆ 어머니> 그 아이가 두려웠겠죠.
◇ 김현정> 두려워서 어머니한테도 아버지한테도 말을 못 하고. 그렇게 해서 병원에 가보니 의사가 뭐라고 결과를 얘기하던가요?
◆ 어머니> 지금 응급 수술에 들어가야 된다.
◇ 김현정> 장이 파열됐다?
◆ 어머니> 처음에는 저한테 설명해 주시기를 지금 췌장이 손상됐는데 잘렸다. 운전을 해서 달리다, 과속을 해서 달리다가 (시속)120km에서 멈춰서 충돌이 일어났을 때도 위가 보호를 해 주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췌장은 끊기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췌장 손상이 돼 있다.
◇ 김현정> 이거 시속 120km로 달리는 차가 멈춰 서서 부딪쳐도, 배를 부딪쳐도 이렇게까지는 손상 안 되는데. 지금 심각합니다, 췌장이 파열됐습니다. 이런 거예요?
◆ 어머니> 췌장이 파열됐습니다,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그때 돼서야 아들이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했겠군요.
◆ 어머니> 아들은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들어가서 그랬어요. '선생님이, 너 엄마 이번이 마지막으로 볼 수도 있대. 진실을 얘기해 주고 가. 너 이거 누구한테 맞았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그 가해 학생 이름을 남기고 그 길로 수술실로 들어갔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겁니까, 도대체 그날?
◇ 김현정> 잠깐만요. 그 가해자, 가해 학생 여자친구의 욕을 하지 않았느냐? 욕을 했대요, 진짜로?
◆ 어머니> 안 했어요.
◇ 김현정> 그런 욕을 한 적도 없는데 다짜고짜 찾아와서 '내가 전에 다른 애 얼굴 때렸을 때는 이게 표시가 나서 문제가 됐다' 하면서.
◆ 어머니> 돈도 많이 지불했다.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때렸답니까, 어디를?
◆ 어머니> 철망으로 얘를 밀치고 침을 뱉으면서 머리를 잡고 이종격투기 선수들이 킥을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이종 격투기를 했어요, 그 가해 학생이?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러면 이종 격투기 하듯이 피해자 아이를, 아들을 폭행한 겁니까?
◆ 어머니> 네, 목을 잡고 '너 1대만 맞자' 그래서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했어요. 그리고 한번 때렸으니까 사과한다, 그러고 얘를 끌고 영화관도 가고 얘가 배 아프다고 계속 그랬어요.
◇ 김현정> 때려놓고 영화관을 끌고 가요?
◆ 어머니> 친구들이 이제 화해하라고.
◇ 김현정> 화해하라고. 나중에 문제 될까 봐?
◆ 어머니> 네. 화해하라고. 그러니까 화해하는 마음에서 영화관도 같이 가고 그랬나 봐요.
◇ 김현정> 이 폭행이 일어난 장소가 어디예요?
◆ 어머니> PC방 지하 주차장에서 이렇게.
◇ 김현정> PC방 지하 주차장. 그러면 이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같은 것도 있겠네요?
◆ 어머니> 그 아이는 CCTV 사각지대를 압니다. 그 OO라는 아이를 때렸을 때도 놀이터 CCTV 없는 데서 얼굴을... 그리고 그 가해 학생은 한 곳만 때린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어머니. 이 가해자는 'CCTV 없는 곳을 정확히 찾아서 한 곳만 때린다더라' 라는 얘기는 그러면 이번 피해 학생, 아들뿐 아니라 이런 폭행들이 여러 번 있었다는 얘기인가요?
◆ 어머니> 여러 번 있었답니다. 저는 몰랐는데 저희 아들이 다치고 나서 어떤 아이가 저한테 문자가 왔어요. '저 민섭이 친구입니다. 저희 엄마가 꼭 어머님하고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니 힘든지 알지만 통화 한 번만 해 달라' 그렇게 문자가 와서 제가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불과 석 달 전에, 11월 달쯤인가. 중학교 근처에서 얼굴을 가격을 당해서 코뼈가 부러져서 성형을 해서 코뼈를 붙였답니다.
(가해자가) '그때 맞은 아이는 얼굴을 때렸고 표시가 너무 많이 났고 돈도 많이 들어갔다.'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한 곳만 때리자. 그래서 민섭이는 표시 안 되는 데로 때리자.' 그렇게 해서 때린 거고. 또 그전에도 소소하게 중학교 때에도 여러 번 그런 학폭이 있었대요.
◇ 김현정> 어머니, 아들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가해자가 다른 아이를 또 때린 적이 있었다면서요?
◆ 어머니> 학교 측에 제가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원에 누워 있는데. 민섭이는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학교를 가야 하니 어떻게 같은 학교를 다니냐. 여러 번 제가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어머니> 그런데 그 가해 학생 아빠가 전학을 안 가겠다고 행정 재판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행정 재판을 하는 도중에 (다른 아이를) 때렸는데 기절을 했더랍니다. 1대를 쳤는데. 그러고 나서 전학을 갔더라고요. 우리나라 제도, 교육 제도가 그렇다 하니 행정 재판, 행정 소송. 이것들도 굉장한 시간을 끌더라고요.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 김현정> 그래서 얼마 걸렸어요? 그 아이가 결국은 다른 아이를 때려서 또 문제가 일어나자 그때는 가해 학생이 전학을 갔습니다. 그때까지가 얼마 걸린 거예요? 몇 월에 갔어요, 전학을?
◆ 어머니> 정확하게 제가 알기로는 8월 방학 도중에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8월에 다른 아이 때리는 건으로 전학 가기 전까지는 계속 학폭위 갔다가 경기도 교육청 갔는데 거기서도 안 된다, 행정 소송해라. 이렇게 분리 조치만을 위해서도 몇 달이 걸린 겁니까?
◆ 어머니> 네. 진짜 행정 소송, 행정 재판 이걸 기다리는 동안 제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습니다. 저희 아들이 학교를 가야 되는데.
◇ 김현정> 못 갔어요, 계속?
◆ 어머니> 못 갔죠.
◇ 김현정> 지금 어머니께서는 '그 후 이루어진 재판 과정에서도 이 모든 게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시민들이 쓴 탄원서, 300여 명의 탄원서. 거기에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라고 한 의사 소견서까지 모두 접수했는데도 가해 학생은 징역 8개월, 집행 유예 2년에 사회봉사 160시간. 좀 적지 않느냐? 이거 처벌이 좀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니냐.'
문제 제기를 하셨습니다마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은 판결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들이 있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가 어떤 압력이 들어갔다, 아니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어머니> 이 재판 결과에 대해서 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제가 죽고 싶은 심정으로 제가 검사님한테 울먹이며 매달렸습니다. 검사님, 한 번만 더 재판하게 해 주십시오. 제 아들은 아직도 공황 장애를 앓고 아직도 병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이 받아들여졌어요, 3일 후에. 그래서 그 날짜만 기다렸어요. 그런데 제가 변호사를 선임한 게 아니라 저의 변호사는 검사님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형사 사건이니까.
◆ 어머니> 그런데 벌써 재판이 끝났답니다. 그런데 그쪽은 변호사도 바꾸고 참여를 했고.
◇ 김현정> 아 그러면 기각은 아니네요. 그냥 진행이 된 거네요. 어머니가 모르셨던 거고.
◆ 어머니> 모르는 사이에 벌써 재판이 다 끝났고.
◇ 김현정> 사건이 종료가 됐군요.
◆ 어머니> 그래서 그 재판은 끝난 거예요. 그 소식을 듣고 제가 일주일을 너무 억울해서 잠도 못 자고 너무 힘들어가지고.
◇ 김현정> 그러시겠습니다. 어머니. 왜 안 그러시겠습니까? 어머니가, 이 재판 과정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청와대 청원글에 대해서는 그 가해 학생 아버지 측에서 '나는 어머니가 주장하듯 고위 공무원도 아니고 어떤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 다만 폭행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이런 반박글을 또 올리셨습니다.
저는 이 재판이 어땠다. 이걸 떠나서, 이런 끔찍한 폭행이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분리 조치가 되는 데도 너무나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가해 아이가 지금 미안하다 사과는 제대로 한 건가요? 이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피해 학생한테 가해 학생 측에서 제대로 된 진심 어린 사과는 했습니까?
◆ 어머니> 제가 제일 바라는 게 그거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못 받았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저에게 무릎은 한 번 꿇었습니다.
◇ 김현정> 가해 학생이.
◇ 김현정> 그 여학생이라 함은 그러니까 그 가해자를 아는 어떤 지인 학생이 제보를 줬어요 어머니한테? 화가 난다고 하면서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 가해 학생이 그 후로도 반성을 하지 않았다?
◆ 어머니> 반성을 하지 않았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녹취를 했대요, 그걸 그 학생이?
◆ 어머니> 전화통화 녹취를 했대요.
◇ 김현정> 내용이 뭐립니까?
◆ 어머니> 'XX 재수없게 1대 때렸는데 이렇게 됐다.'
◇ 김현정> 내가 재수가 없었다?
◆ 어머니> 그리고 민섭이한테 문자를 'XX 미안하다, 내가 때려서.' 응급실에 있는데.
◆ 어머니> 자기 생일 파티 거창하게 하면서 여자친구랑 사진 찍고 '행복하게 살자.' 이런 거 페이스북에 막 올라오는 거예요. 그때쯤 민섭이는 물 한 모금도 못 먹을 때였거든요.
◇ 김현정> 18살밖에 안 된 아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 거 보니까 어머니 마음이 찢어지실 것 같은데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면서 꼭 좀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 어떤 건가요?
◆ 어머니> 제가 조용히 끝났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에 1년을 참고 자료만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결과가 너무 허무한 거예요. 그래서 왜 맨날 피해자들은 전학을 가야 되고 또 당당하게 다니는 저 아이가 또 때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제보를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어머니,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2의 아들은 나오지 않아야 된다. 제2의 학폭 피해자는 없어야 된다는 심정으로 세상에 알리셨다고 했는데요. 힘내시고요. 지금 민섭이라는 이름을 많이 넣으셨는데 그냥 방송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 어머니> 어차피 제가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뭐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 김현정> 그런 의미로. 알겠습니다. 정말 모든 걸 내놓고 지금 공개하신 거예요.
◆ 어머니> 저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공개를 했습니다.
◇ 김현정> 학폭 피해 인터뷰는 정말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로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픈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네요. 어머니, 아이 많이 위로해 주시고요.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 어머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제 하루 종일 화제가 됐던 청원 게시판의 글이죠. 학폭으로 췌장을 절단한 아들의 이야기를 쓴 어머니. 직접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