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도현 (학생)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UN 아동권리위원회가 열렸는데요. 그 자리에 참석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한 말입니다. 이 청소년들은요. 2년 동안 직접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서 대한민국 아동 보고서라는 걸 작성했고요. UN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을 했답니다. 그러자 직접 와서 그 얘기를 좀 들려달라 요청이 왔고 직접 제네바로 달려가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증언하고 왔다는데요. 그 현실을 전해 들은 외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올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김도현 학생. 제네바에 직접 다녀온 학생이에요. 연결이 돼 있습니다. 도현 양, 안녕하세요?
◇ 김현정> 만 16살?
◆ 김도현> 네, 이제 고등학교 진학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이번에 스위스 제네바에는 몇 명이 다녀온 거예요?
◆ 김도현> 저랑 나머지 3명이. 4명의 아동이 함께 다녀왔어요.
◇ 김현정> 아니, 이 연구를 총 몇 명이 한 거예요?
◆ 김도현> 이 아동 보고서를 23명이 함께 집필했는데 그 아동들 중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해요.
◇ 김현정> 어떻게 만난 겁니까?
◆ 김도현> 저희가 2015년부터 국제아동인권센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그리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주최했던 스스로 아동 권리 지킴이라는 활동을 했던 아동들인데요. 그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문제 의식을 UN에 직접 전달하고 싶어서 올해 1년 동안 함께 보고서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대한민국 아동 보고서라는 게 탄생했는데, 제목을 보니까 '교육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에요. 고통을 받는다 이러면 기아나 전쟁이나 테러로 고통받는다는 우리가 많이 들어봤지만 교육으로, 에듀케이션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건 참 듣고도 어안이 벙벙하죠.
◆ 김도현> 아이러니하죠?
◇ 김현정> 그렇죠.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할 생각을 했어요?
◆ 김도현> 저희가 생각하기에 교육이라는 게 한국 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할 말이 많았던 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육은 분명히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제공되는 건데 왜 그게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지? 그리고 학교는 배움의 공간인데 왜 학교 안에서 차별이나 폭력을 당해야 되지? 이런 의문점을 각자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저희 23명이 모여서 교육으로 우리는 고통받고 있다. 그래서 이 교육을 한번 다뤄보자라는 의견을 모으게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서 실제 친구들한테 설문 조사하고 인터뷰하고 그렇게 1년 동안 뛰어다닌 거예요?
◆ 김도현> 네, 저희가 1400명 정도 아동을 직접 설문 조사하고 주변 친구들도 인터뷰해서 보고서에 담았어요.
◇ 김현정> 직접 나서서 인터뷰하고 설문 조사 문항까지 만들고 이랬으니까 하나하나가 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사례들일 텐데 우리 도현 양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어떤 친구들의 이야기가 기억이 나요?
◆ 김도현> 같이 보고서를 작성했던 한 집필진이 아는 친구가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오히려 공부해야 되는데 언제까지 슬퍼할 거냐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물론 자살을 선택하는 건 소수의 아동들이지만 이렇게 성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저희 설문 조사 결과에 굉장히 많아서 안타까웠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친구가 세상을 떠났는데 선생님이 '너희 언제까지 슬퍼할 거니? 얼른, 얼른 벗어나서 공부해야지.'라고 말씀하셨다고요?
◆ 김도현> 네. 그리고 혹시 텐투텐이라는 걸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요.
◇ 김현정> 저는 잘 모르겠네요.
◆ 김도현>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하는 걸 텐투텐이라고 부르는데요, 저희 사이에서는.
◇ 김현정> 학원에서 주말 같은 때, 방학 때?
◆ 김도현> 12시간 동안. 방학이나 주말에 이렇게 하는 수업도 많고. 학습 시간 자체가 이렇게 굉장히 길다 보니까 심각하다고 생각했어요.
◇ 김현정> 얼마 전에 드라마 스카이캐슬이라는 거 했잖아요. 사실 그거 보면서 깜짝깜짝 저는 놀랐는데 우리 도현 양은 그렇게 놀라지도 않았겠네요.
◆ 김도현> 한국 현실과 비슷하게 잘 담아낸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 김도현> 특히 야간 자율 학습을 막 11시까지 한다거나 학습 시간이 성인 연 평균 노동 시간보다 길다, 이런 얘기를 듣고 굉장히 저희 생각보다 놀라시더라고요.
◇ 김현정> 어떻게 놀라요? 어떤 식으로 반응해요?
◆ 김도현> 저희가 UN 위원들 말고 유니세프 직원들과도 만났었는데 그중에 한 분은 우시기도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울어요, 눈물을? 왜요?
◆ 김도현>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는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게 좀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대한민국 아이들이 불쌍해서 운 거네요, 그 관계자는?
◆ 김도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기아나 전쟁이나 이런 걸로 고통받는 다른 나라 소말리아니 이런 데 아이들 얘기 들으면서 우리가 울기는 하는데. 대한민국 아이들 학원 다니게 하는 거 사교육시키는 거 듣고 운 사람이 있다라고 하니까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저는 참 부끄러워지네요. 그분이 울어서 오히려 학생들이 좀 당황했겠는데요.
◆ 김도현> 저희는 처음에 당황... 저희는 좀 당황스러웠죠.
◇ 김현정> 그렇죠. 그분들 뭐라고 또 물어봐요?
◆ 김도현> 여가 시간이 그러면 몇 시간이냐, 아니면 학업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적절한 상담 서비스나 어른들의 지원이 제공되는지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요.
◇ 김현정>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는데 어디서 풀어, 얘들아? 어디 상담받을 데는 있어, 이런 게 궁금한 거군요.
◆ 김도현> 그렇죠.
◇ 김현정> '도대체 너희한테 자유 시간이라는 게 있는 거니.' 이런 질문. 그러면 뭐라고 답했어요?
◆ 김도현> 저희가 느끼기에는 그런 상담이 너무 충분하지 않고 교육 시스템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을 했어요.
◇ 김현정> 똘똘하게 얘기 잘했네요. 그래요. 앞으로 이 보고서는 어떻게 쓰인다고 합니까?
◆ 김도현> UN 아동권리위원들이 저희가 제출한 보고서를 비롯해서 이렇게 아동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요. 그다음에 이걸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 사항을 내리게 되는데요. 그러면 정부는 이 권고 사항들을 지킬 의무가 생기고 이걸 어떻게 지켜나갔는지 5년 후에 또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어요.
◇ 김현정> 권고를 하고 보고, 어떻게 변했는지 우리가 보고해야 된다, 큰일 하고 왔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이 현실, 팍팍한 현실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는데요. 그나저나 우리 도현 학생은 이제 고등학교 생활 시작하는 거잖아요. 우리 도현이가 꿈꾸는 시간표는 어떤 시간표일까 저는 문득 궁금해지네요.
◆ 김도현> 제가 원하는 학교는 일단 수업 시간표를 저희 마음대로 짤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 김현정> 시간표 자체를 학생들이 짜게 해 달라?
◆ 김도현> 네,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됐으면 좋겠고. 특히 예체능 수업 같은 게 지금은 막 자습으로 대체하거나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 이런 문제점 없이 모든 과목이 좀 고르게 온전하게 지켜졌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낮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어차피 점심 먹고 나면 수업해도 애들 반 이상 조는데 그냥 화끈하게 같이 낮잠 자고 개운하게 공부하자?
◆ 김도현> 네. (웃음)
◇ 김현정> 이거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그래요, 그래요. 다른 건 다 발전하는데 교육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가 생각하면 좀 답답한 생각이 들고 미안한 생각이 들고 그렇습니다. 똑똑한 우리 학생들이 장한 일했고요.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관심 가지고 이끌어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김도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잘하고 돌아왔어요. 고맙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가서 우리 학생들의 현실에 대해서 발표를 하고 온 학생입니다. 올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김도현 학생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