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허위사실로 판명나 벌금형까지 받은 '극우논객' 지만원씨의 '5·18 북한군 개입' 주장을 국회에서 여과없이 공론화하고, 이에 동조했던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까지 당헌당규를 이유로 유예한데 이어 "역사적 평가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며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한국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와 정치권 일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거나 북한군이 남파되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은 우리 민주화의 역사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또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기 다른 생각에 대한 폭넓은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보장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주장과 행동에까지 허용될 수 없다"며 최근 한국당 지도부의 언행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나경원 원내대표), "당 안에 여러 스펙트럼과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1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5·18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인 법적인 판단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합의를 위반하는 발언"이라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당시 해당 발언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들의 '망언'에 더해 한국당 지도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보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5.18 민주 유공자예우법 등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통해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되고 보상대상이 됐다"고 강조한 것도 "역사적인 법적인 판단이 끝났다"는 청와대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의 자기부정",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배경에는 최근 한국당이 추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2명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묘한 힘겨루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당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권태오, 이동욱 후보는 법이 규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한국당 입장을 여러차례 말했는데도 역사 왜곡 세력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그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고 반발했다.
또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전례 없는 사유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제가 방미 중에 청와대가 국회의 추천을 거부한 것은 한 마디로 청와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단히 무례한 사례"라며 동일 인물을 재추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등 첨예한 각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18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지난해 3월 발의한 헌법개정안 전문에는 4·19혁명, 6·10항쟁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을 '계승해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명시했다.
취임 첫 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비극의 역사를 딛고 섰다. 광주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된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완전한 진상규명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상식과 정의의 문제"라고 선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