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감독 "류현진 20승 가능" 립 서비스만일까?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 꾸려진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의 불펜 피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류현진(32·LA 다저스)은 올 시즌 목표를 20승으로 여러 차례 공언했다. 물론 류현진은 커리어 내내 한 시즌 20승을 거둔 적이 없다. KBO 리그에서도 2006년 신인 때 거둔 18승(6패 1세이브)이 한 시즌 최다였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2013, 2014년 14승이 가장 많은 승수였다.

상징적인 의미다. 2014년 이후 부상에 시달렸던 만큼 시즌을 온전하게 치르겠다는 각오다. 류현진은 "정말로 20승을 목표로 한다는 게 아니라 20승에 도전할 수 있게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미"라고 거듭 설명한다.

17일(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도 류현진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캠프 시작 뒤 두 번째 불펜 투구를 마친 뒤였다. 이날 류현진은 속구와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던졌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처럼 류현진은 "어쨌든 올해 목표는 20승"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2015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왼 어깨 부상을 입은 뒤 수술까지 했다. 근육이나 관절막 등 주변 조직이 관절과 잘 붙어 있도록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관절 와순이 찢어졌던 것. 이후 류현진은 거의 2년을 재활로 보냈다.

2016년 한 차례 등판했지만 부상이 재발했다. 류현진은 2017년 126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9패 평균자책점(ERA) 3.77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더니 지난해는 7승3패 ERA 1.97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사타구니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을 뛰지 못했다. 류현진이 올해 20승을 목표로 하는 이유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 꾸려진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그라운드 훈련을 마친 뒤 필드를 나서고 있다.(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류현진의 목표에 소속팀 감독도 반색이다. 어쨌든 류현진이 20승을 거두면 팀 성적은 좋을 수밖에 없고,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한다는 점에서 팀에는 플러스가 되기 때문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목표를 전해듣더니 "류현진이 건강만 유지하면 20승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한국 취재진에 대한 립 서비스가 다분히 섞였지만 기대감도 분명히 드러냈다. 다만 "건강만 유지한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다.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를 위해서도 류현진이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승수도 중요하지만 일단 류현진이 부상 없는 시즌을 치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이 20승을 목표로 하는 이유와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진짜 20승 목표의 걸림돌은 로버츠 감독이 될 수도 있다. 로버츠 감독은 그동안 선발 투수의 조기 교체를 자주 해왔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었지만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던 때가 적잖았다. 승리 요건이 채워지기 전일 때도 많았다. 이에 로버츠 감독은 "투수 교체를 하러 마운드에 나가면 류현진은 항상 화가 나 있는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어쩌면 올 시즌은 조금 로버츠 감독의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류현진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다저스의 선발 투수"라면서 "류현진이 오래 재활을 하며 좋은 몸을 만들었고, 올해는 근육량을 늘려 더 좋은 몸 상태를 유지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류현진은 따로 조언할 필요가 없는 베테랑"이라면서 "늘 제구에 신경을 쓰고,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는다"고 칭찬했다. 과연 로버츠 감독의 발언이 립 서비스에 그칠지, 정말로 류현진을 선발 투수로 길게 믿고 맡길지, 올해 류현진이 20승 고지를 정말 밟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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