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대법원·김앤장…'사법농단' 의혹 삼각커넥션

양승태 前대법원장, '일제강제징용' 피고 측 김앤장과 4차례 만나
김앤장, '징용사건 대응팀' 꾸려 朴정부 청와대 접촉
징용사건 두고 '청와대-대법원-김앤장' 이해관계 떨어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사건(이하 '징용사건') 재판 개입 과정에 청와대, 대법원, 그리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관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1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사건에서 피고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대리했던 김앤장 측을 수차례 만나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해줬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3년 3월 김앤장 한모 변호사(부장판사 출신)를 만나 "2012년 대법원 판결 선고 전 대법관이 귀띔도 안 해줬다"며 당시 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6년 10월에도 한 변호사를 만나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제출했으니 외교부가 이번에도 잘 하겠지요'라고 묻는 질문에 "잘 되겠지요"라고 답해 대법원이 전범기업 측 손을 들어줄 의중을 내비쳤다.

이런 방식으로 대법원 수장과 김앤장 측은 적어도 4차례 이상 직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2년 징용사건 판결에 반대 입장은 나타낸 건 당시 박근혜정부 청와대 기조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주도한 당사자라는 점을 의식해, 2012년 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이 번복돼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은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결론을 뒤집는 대가로 상고법원 입법 추진, 재외공관 법관 파견 등과 관련해 청와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가운데, 김앤장 역시 승소를 위해 자신의 피고 전범기업 측 입장을 청와대에 적극 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앤장 '징용사건 대응팀' 소속이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2015년 6월 한일포럼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해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며,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다.

김앤장 고문이기도 했던 유 전 장관은 2013년 1월엔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을 당시 외교부 장관으로 유력했던 윤병세 전 장관과 만나도록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징용사건을 놓고 당시 판결을 번복하고 싶었던 청와대와, 이를 도움으로써 숙원사업 추진에 힘을 얻으려던 대법원, 그리고 승소에 목을 맸던 김앤장 3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검찰은 지난 11일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달 중 사법농단에 연루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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