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에서 진행되는 남북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간 협의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기대하는 성과물을 얻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4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로잔팰리스호텔에서 진행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초청 만찬에 나란히 참석해 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환담했다.
도 장관과 이 회장은 오후 7시 호텔에서 바흐 위원장을 안내해 만찬장에 들어섰고, 만찬장에서도 북한의 김일국 체육상까지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와 체육회는 '로잔 회동'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계 혁신안을 놓고 견해차를 드러내는 등 긴장 관계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확산하자 문체부가 엘리트체육 개혁에 칼을 빼 들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국위 선양'이라는 미명 아래 선수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소년체전 폐지와 국가대표 선수 합숙 폐지 등을 개선안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일시적인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대회에서 기존 스포츠 강국 위상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는 선수와 지도자 간 수직적 위계질서와 성과만을 강조하는 성적 지상주의, 피해 사실을 밝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2차 피해를 보는 체육계의 기형적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민관 합동의 '스포츠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체부는 한발 더 나아가 엘리트·생활체육의 균형 발전을 위해 대한체육회로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체육회와 체육인들은 문체부의 스포츠 혁신 대책에 아쉬움과 우려를 보였다.
지난 1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전문 체육 혁신 및 발전 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선 유망주들의 잔치인 소년체전 폐지는 엘리트체육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됐다.
또 국가대표 합숙 폐지보다는 지도자 선발 과정과 교육 감시 체계를 보완하고, 물의를 일으킨 지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앞서 열린 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선 이기흥 회장이 "2032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마당에 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는 건 논리에도 안 맞는다"며 정부의 개혁안에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로잔에선 도종환 장관과 이기흥 회장은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위해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3일 같은 비행기로 로잔에 도착한 도 장관과 이 회장은 14일 진행된 IOC와 2자 회동에 나란히 참석해 합의안 도출에 힘을 보탰다. 이어 남북, IOC 수장이 모두 참석한 IOC 위원장 만찬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체육계 혁신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잠재된 상태여서 체육회와 문체부가 귀국 후 머리를 맞대고 한국 스포츠 발전과 선수 인권 보호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을 대책을 찾아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