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물결출판사는 1994년 라캉 후계자이자 '에크리'의 프랑스 저작권자인 자크 알랭 밀레와 600달러에 판권을 계약한 뒤 25년 만에 번역서를 펴냈다.
그동안 라캉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왔으나, 대부분 서구와 일본 학자들이 집필한 라캉 사상 개설서였다.
'에크리'는 라캉이 쓴 글 모음집으로 1966년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프로이트를 정점으로 하는 정신분석학을 추구한 라캉의 사상은 들뢰즈와 푸코, 데리다의 학문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라캉의 글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에크리'는 "문제는 사람 그 자체이다. 사람들은 이 말 속에 들어 있는 간교함은 보지 못하거나 사람이라는 게 더 이상 그리 확실한 준거가 아님은 개의치 않은 채 이 말을 반복한다"로 시작해 이해하기 어려운 각종 개념을 풀어놓는다.
학자들도 독해를 힘들어하는 책이어서 번역 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역자들은 영어본과 독일어본, 일본어본, 이탈리아어본을 구해 모든 문장을 대조하고 분석했다. 번역은 홍준기·이종영·조형준·김대진 씨가 했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은 인간에 대한 가장 깊고 넓은 이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태도를 바꾸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며 "이전에 나온 동서양의 어느 번역본보다 더 나은 역서를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끝까지 버티고 읽는 독자에게 이 책이 '즐거운 지옥'과 함께 '지적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1천92쪽. 1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