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6·25전쟁 유엔참전용사인 고 윌리엄 스피크먼(William Speakman, 91세)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이 오는 18일과 19일 각각 인천국제공항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개최된다"고 15일 밝혔다.
스피크먼씨의 유해는 18일 오후 4시 그의 아들과 딸 등 유족 4명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유해 봉환식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국가보훈처장 주관으로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와 스피크먼씨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부 의장대가 함께 하는 의식으로 진행된다.
스피크먼씨의 유해는 이어 19일 오후 2시 유엔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은 사망 후 자신이 싸워 지켜낸 한국 땅에 묻히고 싶어 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엔참전용사의 부산 유엔기념공원 사후 개별안장은 스피크먼씨가 7번째다.
스피크먼씨는 6.25전쟁 당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1951년 11월 4일 새벽 4시 임진강 지역의 마량산전투(317고지)에서 적의 강력한 공격으로 많은 병사들이 부상을 입는 등 육탄전이 계속되자 스피크먼씨는 6명의 병사들을 소집했고 스피크먼씨와 병사들은 적진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며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스피크먼씨도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대원들이 모두 철수할 때까지 4시간이 넘게 공격을 지속함으로써, 많은 전우들이 후방으로 안전하게 후퇴해 목숨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스피크먼씨는 이날 전투에서의 부상으로 1952년 1월 영국으로 귀국, 뛰어난 리더십과 용맹함,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1952년 2월 27일 버킹엄 궁전에서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Victoria Cross, 빅토리아십자훈장)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스피크먼씨는 이후 한국을 떠난 지 3개월 만인 1952년 4월, 6·25전쟁 재참전을 희망하면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그해 8월까지 전투를 계속했다.
그는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재참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당시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영국 육군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한국과 한국인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결국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6·25전쟁이 끝난 후 스피크먼씨는 세 차례(2010.4월, 2015.4월, 7월)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2015년 4월, 당시 6·25전쟁에서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수훈한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는 본인이 40여 년 동안 정부기념식 등에 착용했던 십자훈장(재발급분, 원 훈장은 스코틀랜드 전쟁기념관에 보존)과 영국정부로부터 받은 기념메달, 해외파병 메달 등 총 10점을 한국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유엔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대한민국 국민과 후손들에게 알리고, 본인이 생명을 바쳐 싸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사랑, 애정의 징표로 훈장 등을 기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후 2015년 7월, 7·27 정전협정의 날을 기념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최고 무공훈장(태극)을 수여받기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그때도 스피크먼씨는 “지금도 또 다시 한국에 전쟁이 발생한다면 기꺼이 와서 한국을 지킬 것이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조국이다”라면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크먼씨 유가족들은 18일 입국해 유해봉환식과 기자회견은 물론 19일 안장식 후에는 유엔평화기념관을 둘러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