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동현(트레이너)
최근 보디빌더들 사이에서 일명 '약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약을 쓴다, 약쟁이다.' 이런 고백을 한다는 얘기인데요. 아니, 근육질을 몸을 만들려고 운동하는 건데 무슨 약을 먹는단 말이지? 이렇게들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마는 '약투', 약을 먹는다 고백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단기간에 근육을 만들려면 약물은 거의 필수다.' 좀 충격적이죠.
문제는요. 이 약물을 이렇게 투여하는 게 불법인 데다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나서 이른바 '약투'를 하고 나선 분, 김동현 씨를 만나볼 텐데 이분이 이 고백 후에 지금 해고를 당한 상태라고 호소를 하시네요. 그 얘기까지 한번 들어보죠. 김동현 씨, 안녕하세요?
◆ 김동현> 안녕하세요. 김동현입니다.
◇ 김현정> 보디빌더 선수 겸 트레이너시라고 들었어요.
◆ 김동현> 맞습니다.
◇ 김현정> 경력이 얼마나 되십니까?
◆ 김동현> 운동경력은 13년 정도 돼요.
◇ 김현정> 13년. 그런데 그 스테로이드 약물을 처음 어떤 식으로 접하신 거예요, 언제?
◆ 김동현>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6년 정도 했는데요. 그 이후에 조금 더 드라마틱한 뭔가 변화를 보고 싶다. 이렇게 크게 좀 효과를 보고 싶어서 약물을 접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약물이라고 하면 제가 지금 스테로이드 얘기했는데 스테로이드만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요.
◆ 김동현> 스테로이드, 인슐린, 성장 호르몬, 남성 호르몬. 이런 식으로 계열이 나눠져 있는데요. 이런 걸 같이 사용했습니다.
◇ 김현정> 같이 한 번에 몇 개씩이요?
◆ 김동현> 작년 같은 경우에는 스무 가지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 김현정> 스무 가지를 한 번에 먹고 맞는 건 아니죠?
◆ 김동현> 그건 아닌데요. 나눠서 주사제랑 뭐 경구제, 입으로 먹는 거랑 주사제를 나눠서 같이 복용하고 주사한 거죠.
◇ 김현정> 그렇게 약물 복용하고 나면 확실히 달라져요?
◆ 김동현> 운동 수행 능력이라든지 체력 지구력, 근육의 크는 속도라든지 성장 속도가 많이 달라집니다.
◇ 김현정> 근육이 드라마틱하게 커진다. 이런 건 무슨 얘기예요?
◆ 김동현> 내가 평소에 10을 키울 수 있었다면 약물을 사용한다면 5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죠.
◇ 김현정> 5배요. 약을 먹자마자 효과가 바로 나타납니까?
◆ 김동현> 그건 아니고 한 한 달 후부터 나타납니다. 몸에 쌓여야 돼요.
◇ 김현정> 매일 먹어요, 그 약을?
◆ 김동현> 매일 먹고 매일 주사합니다.
◇ 김현정> 매일 먹고 매일 주사하고. 아까 스무 가지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어떤 식으로 복용을 합니까?
◆ 김동현> 아침에 주사 3개. 3시간 뒤에 주사 5개. 이런 식으로 시간을 텀을 나눠서 먹는 거와 주사제를 같이 복용하고요. 날짜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요. 오늘은 18방, 내일은 20방. 이렇게 날짜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놀라서... 하루에 18방 주사를 맞는다고요?
◆ 김동현>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렇게 해서 한 달을 맞고 나면 드라마틱하게 5배 정도 근육량이 늘어 있다?
◆ 김동현> 네. 약물을 사용할 때는 제가 93kg 정도 나갔었는데요. 지금 약물을 다 끊은 지 한 5-6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은 근육이 17kg 정도 빠진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 정도니까. 언뜻 생각해도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겠어요. 당연히 있겠어요.
◆ 김동현> 그렇죠.
◇ 김현정> 어떤 부작용을 겪으셨어요?
◆ 김동현> 일단은 성기능에 장애가 오죠. 발기부전. 그리고 엉덩이에 제가 주사를 하루에 하도 많이 하다 보니까 엉덩이가 괴사가 된 부분도 있었고요.
◇ 김현정> 주사를 엉덩이에 맞는군요, 팔이 아니라.
◆ 김동현> 워낙 주사가 많아서 엉덩이, 허벅지, 가슴, 어깨. 이렇게 많이 나눠서 맞습니다.
◇ 김현정> 나눠 맞아요? 하긴 하루에 18대 맞는데 그걸 한 곳에 꽂을 수가 없으니까 막 두루두루 맞는군요.
◆ 김동현> 그런데 워낙 똑같은 곳에 많이 꽂다 보니까 그쪽에 괴사가 온 거죠.
◇ 김현정> 괴사가 오고.
◆ 김동현> 그리고 또 부작용은 제가 약을 사용하게 되면 호르몬 레벨이 불균형해져요. 호르몬이 인위적으로 몸에 들어오다 보니까 굉장히 기분이 좀 우울했다가 갑자기 기분 좋았다가 이렇게 분노 조절이 안 됐다가 컨디션이나 심리적인 안정감이 계속 바뀝니다. 탈모.
◇ 김현정> 탈모도 생기고.
◆ 김동현> 여드름. 뭐 그 정도. 관절도 안 좋아지고요.
◇ 김현정> 그 상황이 벌어지니까 병원에 가셨죠.
◆ 김동현> 네.
◇ 김현정> 의사가 뭐라고 그래요, 보고?
◆ 김동현> 뭐 죽는다고 빨리 끊으라고. 모든 걸 중단하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죠.
◇ 김현정> 듣다 보니까 도대체 그 약을 어떻게 구하셨어요? 이거 분명히 이런 식으로 투여하는 것은 불법일 거고 어떤 의사도 이런 처방전을 써주지는 않았을 텐데.
◆ 김동현> 처방받으려면 제가 그 병명이나 질환을 겪고 있어야 되는데 저는 그런 병이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브로커, 불법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브로커나 제약 회사 사람들 중에 일하는 직원들, 이렇게 몰래 빼돌리는 분들. 그런 분들한테 사서 구매를 했었죠.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이게 김동현 트레이너, 김동현 보디빌더만의 아주 특수한 일이 아닌가 하실지 모르겠는데 지금 김동현 씨 증언에 의하면 상당히 많다, 이 말이에요?
◆ 김동현> 그렇죠. 모두 다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사용하고 있죠.
◇ 김현정> 직업 보디빌더들, 보디빌더 선수들 사이의 대략 몇 퍼센트 정도는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 김동현>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90% 정도는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전문 보디빌더 중에서는?
◆ 김동현> 네.
◇ 김현정> 아마추어까지는 아니죠? 취미로 하시는 분들까지는?
◆ 김동현> 취미로 하더라도 대회를 나오면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기준 자체가 약물을 사용 안 하고는 보디빌딩에 부합할 수 있는 기준에 다가가지를 못하기 때문에요.
◇ 김현정> 기준이 어떻길래요?
◆ 김동현> 우락부락하고 그 상태에서 지방이 전혀 없는 몸을 만들어야 되니까요.
◇ 김현정> 우리가 무슨 보디빌더 대회 한다고 그러면 여자선수건 남자선수건 굉장히 우락부락하잖아요. 그게 약물 사용하지 않고 만들 수 없지 않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 김동현> 그렇죠. 만약에 약물 사용 안 하면 10년에서 20년을 걸릴 것을 약물을 사용하게 되면 2, 3년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그래서 약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사용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는 거죠.
◇ 김현정> 대략으로, 느낌으로 그냥 말씀하시긴 하셨지만 90%는 전문가들 중에는 해 봤을 것이다. 그러면 주변에서 이렇게 계속 사용하다가 장기 복용하다가 부작용으로 좀 치명적인 상황 되신 분도 목격하셨어요?
◆ 김동현> 예를 들어서 제가 인슐린을 쓰다가요. 저혈당 쇼크로 한번 쓰러졌었어요.
◇ 김현정> 본인이 그러셨어요, 김동현 씨가?
◆ 김동현> 그때 초콜릿이나 사탕으로 따로 당분을 넣어주지 않으면 그대로 즉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인슐린을 약물을 사용할 때 항상 주머니에 가방에 사탕이랑 초콜릿을 많이 들고 다녔고요.
◇ 김현정> 여성 보디빌더 중에도 특별한 부작용 겪은 분들도 보셨어요, 혹시?
◆ 김동현> 여성 분들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서 어깨가 넓어지고 수염이 자란다든지.
◇ 김현정> 여자인데 턱수염이 자라요, 콧수염이 자라고?
◆ 김동현> 네. 몸이 남성화가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이게 부작용을 그냥 누구나 목격하고 누구나 안다는 얘기인데, 그 업계에서는.
◆ 김동현> 저희끼리는 알죠.
◇ 김현정> 그렇게까지 알면서도 그걸 못 끊고 계속하는 이유는 뭐예요?
◆ 김동현> 경쟁하기 위해서고 그리고 그 보디빌딩이란 종목의 특성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그래서 이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도핑 테스트 안 합니까?
◆ 김동현> 하는 대회도 있고 안 하는 대회도 있는데요. 안 하는 대회는 그 당일까지 먹고 주사하고 올라가고요. 도핑 테스트를 하는 데 같은 경우는 잠깐 끊어주면 됩니다.
◇ 김현정> 충격적이네요. 비싸지는 않습니까, 약을 그렇게 쓰는 데는?
◆ 김동현> 약물이 굉장히 비싸요. 그래서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운동입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한 달 정도 근육을 유지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요?
◆ 김동현> 약물값만 한 200만 원 들고요.
◇ 김현정> 한 달에?
◆ 김동현> 네. 약물값만.
◇ 김현정> 약물값만 200만 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근육을 갖기 위해서 그 유혹에 또 빠져든다. 그 말씀이세요. 이게 업계에서는 만연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대중들한테는 왜 여태까지 안 알려졌던 거예요?
◆ 김동현> 나의 치부를 나의 이런 약물 사용이 어떻게 보면 나의 약점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굳이 내 부작용을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모두에게 오픈하는 것을 많이 자존심도 상하고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모두들.
◇ 김현정> 그런데 김동현 씨는 어떻게 결심하셨어요? 이름을 걸고 실명을 걸고 세상에 알려야겠다. 어떻게 이 생각을 하셨어요?
◆ 김동현> 진짜 이 부작용과 위험성과 경각심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서 사용자가 줄어들거나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들도 끊을 수 있다. 이렇게 판단을 했습니다.
◇ 김현정> 누군가는 용기를 내서 이 악습을 끊어내야겠다 생각하시고 결심하신 거예요.
◆ 김동현> 그래서 공식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제가 겪고 있는 부작용들이 굉장히 창피한 일들이지만 이것들을 오픈해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알리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나서 '약투'를 하고 나서 해고당하셨다면서요?
◆ 김동현> 저도 해고당했고요. 저랑 같이 일하고 있던 여자친구도 같이 해고당했습니다.
◇ 김현정> 같은 체육관에서 트레이너 일하신 거예요.?
◆ 김동현> 예, 여자친구랑 같이 일했었죠.
◇ 김현정> 그런데 왜 해고당하셨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김동현> 제가 언론에 공개하고 나서 갑자기 제가 근무 태만이었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아주 작은 사소한 일이라도 뭐 제 직장에서 실수한 적이 없고요. 잘릴 만한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체육관에서의 그런 눈총 말고도 업계에서 뭔가 좀 안 좋은 소리들도 들으셨어요, 이거 고백한 다음에?
◆ 김동현> 그렇죠. 그쪽, 저를 해고한 사장님이 여타 사이트에 제가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아서 그랬다. 이런 식으로 모함을 하시고 글을 올리는 바람에 다른 체육관에서도 저를 좋지 않게 보고 지금 고용해 주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 김현정> 취업도 못 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동료들도 혼자 저렇게 튀려고 잘난 척하고 약투를 했어. 이런 눈치도 좀 줘요?
◆ 김동현> 그런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문자, 댓글, 전화해서 칼로 뒤에서 찌르겠다.
◇ 김현정> 그런 협박까지?
◆ 김동현> 가족들도 다 죽이겠다. 여자친구한테도 항상 인신공격과 협박하는 카톡과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용기 내서 뭔가 이 악습을, 이 업계의 악습을 끊어봐야 된다라고 해서 세상에 알린 건데 이런 상황이 되고 나니까 조금 후회는 안 되십니까?
◆ 김동현> 후회는 안 되고요. 많은 분들이 이걸 알게 되고 파장이 있어서 사용자가 지금 조금 줄어들었다고 해요, 저로 인해서. 판매도 지금 현저히 줄어들었고요. 그래도 나름대로 그런 부분에서는 뿌듯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김동현 씨 용기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공익 제보자들이 많아져서 업계가 좀 투명하게 대결할 수 있기를, 그런 곳이 되기를 저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 김동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김동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보디빌더이자 트레이너인데 이른바 약투,보디빌더들이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분. 김동현 씨 만났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