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김순례 의원의 경우 전당대회 출마를 이유로 징계 판단을 유예해 실질적으로 강력한 처분이 없는 '꼼수 징계'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각각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 김순례 의원이기에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향후 징계가 어떻게 내려질지도 미지수다. 차기 당대표에게는 지도력에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한국당 윤리위는 지난 14일 2차 회의를 열고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이종명 의원에게는 제명 처분을,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징계 유예 결정을 내렸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는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주의 처분을 했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5·18민주화운동 정신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에 반할뿐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행위라는 데 윤리위가 인식을 같이 했다"며 "심도있게 논의해 징계를 의결했다"고 말했다.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수위에 따라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가지로 나뉜다.
이중 이종명 의원이 받은 제명은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지만, 의원총회를 열어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확정돼 효력이 발생한다.
정당법 33조에 따르면 정당이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2분의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당 규정인 '3분의2' 이상 찬성은 이보다 문턱을 더 높인 것이다. 당내에서는 이종명 의원 제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지만, 통과는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이종명 의원의 발언 수위가 좀 쎄긴 했어도 핵심은 5.18 유공자를 공개하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 전반적으로 유공자 명단은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걸로 안다. 제명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은 무소속으로 유지된다. 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에 '이부망천' 발언이 문제가 되자 탈당했다가 최근 복당이 허용된 정태옥 의원처럼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 복당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국당 당규에 따르면 제명 처분을 받으면 5년 이내에는 재입당을 할 수 없지만, 최고위원회의의 승인을 얻은 때는 가능하다. '꼼수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경우 징계 여부를 2·27 전당대회 이후로 미뤘다는 점에서 향후 처분이 어떻게 내려질지도 미지수다.
한국당 당규(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7조에 따르면 '전당대회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윤리위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고 돼있다. 2·27 전당대회에 김진태 의원은 당대표 후보로,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13일 김진태 의원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규에 따르면 후보자의 신분보장 조항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김 의원의 주장이 윤리위 판단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그 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징계 결정 유예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태 의원은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만약 제가 당대표가 되지 않으면 이 당에서 쫓겨날 수 있다"며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김순례 의원 역시 "저 살려주시겠습니까"라고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력주자인 황교안 전 총리를 바짝 쫓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징계유예를 김진태 의원을 향한 공세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김진태 의원이 당대표로 혹은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당선이 징계의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차기 당대표는 징계 처리라는 짐을 떠안아 당 지도력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당 한 재선의원은 "징계 유예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더 문제가 될 것"이라며 "차기 당대표에게는 큰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