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미투 운동의 주요 쟁점을 분석한 신간 '미투의 정치학'에서 추천사 형식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개인도 조직도 모두 이기적일 뿐, 정의로움을 찾기 어렵다고 느꼈다"며 "조직을 앞세워 개인을 희생하거나, 오로지 개인만 남게 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원한 건 이타적인 예민함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대선캠프에 들어갔다"며 "그러나 성폭력을 당하고,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격리됐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문제를 연구해온 모임 '도란스'의 권김현영, 루인, 정희진, 한채윤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사건 등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을 다룬다.
김지은 씨는 애초 미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긴 글을 실으려다 계획을 변경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른 법적 분쟁이 생겨 남은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는 아직까지 법원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적었다.
책 머리말에도 애초 이 책에 실을 예정이었던 김 씨의 원고 일부를 인용했다.
여기서 김 씨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충남도청에서의 지난 8개월, 나는 드디어 성폭력에서 벗어났다"며 "내 눈 앞에, 더 이상 그의 범죄는 없다. 폐쇄된 조직 안에서 느꼈던 무기력과 공포로부터도 벗어났다"고 썼다. 이어 그는 "다만, 부여잡고 지키려 했던 한줌의 정상적인 삶도 함께 사라졌다"고 말했다.
책은 크게 4개 장으로 구성됐다. 안희정 사건 재판을 방청하면서 여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하고, 미투 운동을 중심에 두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젠더 개념을 설명한다.
또한 고전 소설 '춘향전'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를 다루고, 페미니즘과 퀴어를 나눠 진영화하려는 흐름을 비판한다.
저자들을 대표해 머리말을 쓴 여성학자 정희진 씨는 "미투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결과"라며 "미투는 한국의 남성 문화가 내부에서 다른 남성들조차 버틸 수 없을 만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미투 운동의 핵심이 '위력'이며 그 위력의 작동 방식과 맥락은 젠더 의식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며 "안희정 사건은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성차별 문제"라고 주장했다. 교양인. 19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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