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13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홈 경기에서 76 대 7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9일 청주 KB와 원정 역전패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은 1위 KB에 1.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21승7패로 22승5패의 KB에 정규리그 막판 역전 우승을 노려볼 희망을 이어갔다.
사실 이날 경기는 중요했다. 우리은행은 앞서 KB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상황. 자칫 지난달 3연패를 당했던 전철을 밟을 수 있었다. 워낙 지난 경기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4쿼터 중반까지 10점, 종료 1분49초 전까지도 7점 차로 앞서 있었다. 그러나 KB의 거센 반격에 추격을 허용하더니 종료 12초 전 박지수에게 역전 결승골을 내주며 1점 차 패배를 안아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대 삼성생명을 제압하며 어느 정도 KB전 패배의 후유증을 털어낼 수 있었다. 경기 후 위성우 감독도 "지난 경기의 데미지가 워낙 커서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잘 넘겨줬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승리의 수훈갑이 김정은과 박지현이었다. 김정은은 이날 양 팀 최다 14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우리은행의 골밑을 지켰다. 체격 조건이 좋은 상대 센터 배혜윤(183cm)을 맡으면서도 알토란 3점슛 2개 등 15점을 넣어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둘은 앞서 언급한 대로 향후 우리은행을 이끌어야 할 주축이다. 지난 시즌 이적해온 김정은은 통합 6연패를 이끌며 본인도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앞선 두 시즌 평균 5점 안팎의 득점력으로 한물 갔다는 평가를 뒤엎고 제 2의 전성기를 알렸다.
아직 30대 초반, 향후 5년 정도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올 시즌 평균 14.1점 5리바운드로 지난 시즌 12.8점 4.5리바운드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팀의 골밑 약점을 메워주면서도 득점원으로 외곽 활약도 해준다.
에이스로서 책임감도 강하다. 김정은은 "사실 KB전 때 내 실수로 졌다"며 자책했다. 당시 김정은은 종료 1분49초 전 심성영에게 U파울을 범해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하지만 지난 경기를 후회하는 게 가장 바보"라면서 "힘들었지만 아쉬움을 털어내고 끝까지 1위 싸움을 해보자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현은 그야말로 우리은행의 10년 이상을 이끌 차세대 에이스다. 숭의여고 시절 고교 무대를 평정한 박지현은 초고교급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큰 신장에도 가드를 볼 만큼 하드웨어와 센스를 갖췄다는 평가. 아직 프로에 적응 중이지만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위 감독도 "아직 체력이나 기량이 프로 수준이 아니지만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크게 성장할 선수"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은 그런 박지현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김정은은 "그동안 지현이가 실패를 모르다가 프로의 벽이 높아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자괴감이 들 것"이라면서 "훈련 때 눈물을 흘리기도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더 많이 깨지고 부딪혀 봐야 하고 한참 실패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격려도 잊지 않았다. 김정은은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면서 "우리은행 훈련이 힘든데도 잘 흡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면서 "팀의 15년은 책임져야 할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2006년 겨울 시즌 평균 11.8점 4.9리바운드, 여름 시즌 15점 4리바운드의 특급 신인이었던 김정은의 격려다.
후배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박지현은 "처음에 많이 무너지고 힘들 때 언니가 불러서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면서 "피하기보다 안 되는 걸 알고 실수해도 부딪히려고 하고 배워나가면 된다고 하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어 "올 시즌 남은 경기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고 신인왕도 타보고 싶다"면서 "앞으로 그 유명한 우리은행의 비시즌 훈련 때 최대한 많이 배우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현재 우리은행 에이스의 든든한 존재감 속에 미래가 쑥쑥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