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과 '빅딜'은 딱 잘라 나누기 어려운 개념이다. 이번 2차 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와, 구체적 이행방식과 순서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북미가 실제 정상회담에서 어떤 카드를 어떻게 조합할지, 또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되지 않더라도 어떤 세부적인 추가 이행 사항이 합의되고 추후 논의를 이어갈지 층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단순히 비교 및 평가하기도 쉽지 않다.
한 외교안보 분야 교수는 "스몰딜, 빅딜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를 연구하는 교수들끼리도 의견이 갈린다. 예를 들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는 북한의 입장에서 '스몰딜'로 언급할만큼 가벼운 카드는 아니다. 미국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있는만큼 마지막까지 아껴둘 카드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의 큰 틀 안에서 하나의 과정에 그친다는 우려 측면에서는 '스몰딜'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외교가에서 대체로 언급되는 스몰딜과 빅딜의 기준이 존재하기는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동결 수준에 머무르는지, 혹은 더 나아가 검증이나 폐기 수준에 달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최근 북미 간 주요 논의 의제로 거론되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도, 두 종류의 핵물질 생산 시설이 집중된 곳인만큼 처리 수준이 동결에 머물지, 폐기까지 달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어떤 한 조치에 특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논의, 발전시킬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문에 담겨야만 '빅딜'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스몰딜로 언급돼 왔던 것은 ICBM동결·폐기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그치는 것이다. 핵물질과 핵시설 처리 등 의미있는 진전이 없이 추가 협상 로드맵마저 요원해진다면 결국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핵폐기(FFVD)'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한만큼 '스몰딜'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스몰딜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이를 경계하는 것 역시 이같은 개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스몰딜과 빅딜의 구분은 모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시설 검증 등 미국이 만족할 수준의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만족할 수준의 제재 해제 조치가 이뤄진다면 이는 빅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몰딜이라도 (진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딜이 (최종목표인) 비핵화로 빠르게 이끄느냐, 시간이 더 걸리게 되느냐를 결정짓는 것"이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스몰딜로 갈때는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인지하고 전략을 세워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그치지 않고 비핵화 논의를 계속 이어나가야만 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결국 전체적인 틀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스몰딜을 차례로 쌓아나가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회담의 성과만을 스몰딜, 빅딜로 구분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핵화 이행 과정은 단순히 스몰딜 빅딜이 아니라 지난해 6월 1차 회담에서 합의한 4개 카테고리 안에 어떤 구체적 사항을 합의하고, 이에 따른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지, 그 순서는 어떻게 지어나갈 것인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가 언급한 '12개의 의제'는 1차 회담에서 합의한 카테고리 안에 어떤 사항이 들어갈지를 논의했다는 의미"라며 "이번에도 '완전한 비핵화'의 큰 틀이 합의문에 들어갈 것이고 그 밑그림 위에서 움직일텐데, '스몰딜'이라 하면 이러한 큰 틀 없이 작은 합의만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비건 대표의 의중 역시 이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