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제작사가 지난 8일 공식 입장을 통해 투자금을 제때 받지 못해 제작이 난항을 겪었음을 시인한 내용이다.
뮤지컬 개막일과 캐스팅 발표가 차일피일 늦춰지며 공연이 아예 엎어졌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때였다.
제작사 수키컴퍼니의 변숙희 대표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투자사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기로 계약했지만, 10% 정도만을 지급받았다"며 "작년 연말 투자를 더는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변 대표는 "이미 홍보 영상 제작과 주요 배우 캐스팅이 끝난 상황이라 충격이 컸다"며 "투자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 MBC 드라마(1991)를 무대에 옮긴 작품이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했던 원작의 명성 때문에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 관련 문화 콘텐츠들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며 공연 개막일은 애초 2월 7일에서 3주가량이나 연기됐다.
변 대표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 '여명의 눈동자'를 오는 3월 1일부터 4월 14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이 작품을 살려보자는 의지가 강했다.
주연 배우들은 출연 횟수 조정을 통해 출연료를 감액했고, 일부 스태프는 조명 대여나 디자인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는 계약금만 지급된 상태다. 중도금과 잔금은 추후 공연 티켓 수익 등을 공개한 뒤 분배할 계획이다.
변 대표는 "제 평생 갚아야 할 빚을 졌다"며 "아직도 공연계가 이토록 끈끈한 곳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대한 자신감도 큰 편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격변기를 배경으로 여옥, 대치, 하림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그리는 작품이다.
원작은 일본군 위안부와 제주 4.3 사건 등을 정면으로 다루는 과감함과 탄탄한 서사 구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채시라가 여주인공 여옥 역을 맡아 단숨에 톱스타 반열로 올라섰다.
변 대표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작품 구조가 워낙 탄탄하다"며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고군분투로 무대에 오르는 만큼 에너지가 분명 대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제작비 규모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애초 구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무대에 올리진 못한다"며 "티켓 값을 대극장 뮤지컬치고 낮게 잡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명의 눈동자' 티켓은 R석(최고 등급)이 7만원, S석이 5만원, A석이 3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다른 대형 뮤지컬들의 최고 등급 티켓값은 14만~15만원에 달한다.
변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는 몰랐던 역사를 알려주는 작품이, 중장년층 세대에는 드라마의 추억을 소환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관객이 이 작품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동경제대 의학부 학생으로 군의관으로 전쟁에 끌려와 여옥에 사랑을 느끼는 하림 역에는 테이와 이경수가 더블 캐스팅됐다.
박민성과 김보현이 중국 남경부대에서 여옥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또다시 전투에 끌려가게 되면서 여옥과 헤어지는 대치 역을 맡는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되는 여옥 역은 김지현과 문혜원이 번갈아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