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에 추락사한 불법체류자에 인권위 "국가 책임 있다"

"안전 확보에 미흡했고 119 신고 후 구조도 안 해"
법무부 "불법 취업에 위협받는 현장 목소리…안전엔 최선 다 하겠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단속 중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불법체류자의 사망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취업비자가 만료됐던 미얀마 출신 근로자 딴저테이씨는 지난해 8월 22일 경기 김포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의 단속을 피하던 중 7.5m 높이의 공사장 아래로 추락해 17일 만에 숨졌다.

사고 소식을 듣고 한국에 들어온 딴저테이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기를 한국인 4명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13일 "직권조사 결과, 피해자와 단속반원의 신체 접촉이 직접적인 추락 원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단속반원들은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게 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 훈령상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조사과장은 권역별 합동단속과 야간단속 등에선 단속반장에게 미리 현장을 답사하게 한 뒤 '안전 확보 방안'이 포함된 단속계획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해당 계획서엔 그런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속반원들이 사고 이후 119 신고 외에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고 계속 단속을 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인도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적절한 대처"란 판단도 함께 내려졌다.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현장 관계자들은 근로자들의 식당에 들어온 단속반원들이 "신원 확인 요구도 없이 다짜고짜 불법체류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포함해 제압하려고 했다"거나 "식탁에 올라가 식판을 내리치며 욕설을 했고 사람들에게 수갑을 채웠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등은 "신원 확인을 시작하자 도주한 일부 외국인들에 수갑을 채운 건 사실이지만 순순히 응하는 외국인엔 강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단속 과정에서 직원의 부상도 다수 발생하고 있고, 외국인의 건설업 불법 취업으로 내국인 근로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조사과장과 직원을 징계하고, 사고 시 인명 구조를 우선으로 하는 등 단속 세부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실상의 체포‧연행 등이 형사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지도록 감독 방안을 마련해 이와 같은 인권침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라고도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에겐 피해자와 유족의 권리구제를 위한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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