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는 증권거래세 개편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 여당·정부 한목소리로 "증권거래소 개편"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책위 내에 TF를 설치해 증권거래세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개선 방향과 관련해서는 "폐지부터 인하까지 다양한 법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어느 수준에서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2월 내에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여당 의원들 가운데 김철민 의원과 김병욱 의원이 증권거래세를 0.1~0.15%로 인하하는 법안을, 최운열 의원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앞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15일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이제 공론화할 시점"이라며 증권거래세 개편의사를 밝히고 관련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에 바로 다음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증권거래세 개편 필요성을 밝혔고, 보름 뒤에는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개편 필요성을 인정했다.
집권여당이 띄운 개편 주장에 정부 역시 동참하는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지난 1978년 증권거래세법 제정 이후 41년동안 손대지 않았던 증권거래세 부과체계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팔때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의 기본세율은 0.5%다. 다만 그동안 일부 조정을 거쳐 장내 매도할 경우 코스피 기준으로 0.3%(농특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권거래세 개편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국제 표준에 비해 한국의 증권거래세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미국.독일.일본 등 16개 주요 선진국의 경우 증권거래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고 있고 중국(0.1%).대만(0.15%)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한국보다 기본세율이 낮다.
여기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연초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손실을 보면서도 꼬박꼬박 증권거래세를 내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감이 커졌다.
특히, 대세 하락장이었던 지난해에만 증권거래세가 정부 예상치보다 56.1%나 증가한 6.2조원(농특세 포함 8.4조)이나 걷힌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편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효과 클 것" vs "효과 제한적"
금융투자업계는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인하를 통해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11일 "한국의 경우 거래세 폐지 효과의 기본 시나리오로 회전율 10% 상승을 예상한다"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원(1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995년 7월 증권거래세가 0.5%에서 0.45%로 낮아지면서 4000억원 후반대이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5000억원대 초반으로 일부 증가했다.
다만, 증권거래세 개편이 침체된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시장 참여자의 불만을 잠재우거나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늘리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 원재웅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 개편 효과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른다"면서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 보일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정부 추계보다 25조원이나 국세가 더 걷히며 세수 풍년이었던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경기둔화 등으로 법인세 등 다른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경우 여론에 기댄 증권거래세 개편이 정부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