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책 펴낸 박창진,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 존엄성 지켜져야"

땅콩회항 후기 '플라이 백' 출간, "애완동물 같은 환경 처한 분들에게 알림판 되길"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사람들은 다시 그날 그 순간 뉴욕공항의 비행기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또 그럴 것이라 답한다. 한 인간이 힘의 우위를 내세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강탈해선 안 된다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사건의 전말과 이후 이야기를 담은 수기 '플라이 백'(메디치 펴냄)을 출간했다.

'플라이 백'은 '회항'을 뜻하는 항공용어로 자신이 겪은 땅콩회항 사건을 의미하는 동시에 뒤틀린 삶을 정상 궤도로 되돌린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박 지부장은 12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출판 기자회견을 열어 "땅콩 회항 사태를 겪으며 내 삶이 애완견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아씨에게 폭행을 당하는 순간에도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연발했다""면서 "애완동물 같은 환경에 처했음에도 자각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조그만 알림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책을 낸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항공 경영진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간신배들 얘기만 듣는 것이 대한항공을 망치고 있다"며 "재벌 일가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책에는 1996년 대한항공에 입사할 때부터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이 터진 뒤 회사에 복귀해 노조를 설립하고 대한항공 오너 일가와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현재까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박창진 지부장은 2016년 5월 회사에 복직한 뒤 지난해 7월 직원연대 노조를 출범시키고 초대 지부장을 맡았지만 회사와 일반노조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박 지부장은 노조를 만든 뒤에 입사 4년 차 승무원이 단 한 차례도 휴가를 못 갔으며, 외국 항공사 출신 경력직 승무원은 노무팀에 휴가 관련 문의를 했다가 "승무원들 이상하다. 비행 가서 놀면서 무슨 휴가를 또 가느냐"는 답변을 들었다는 사례들을 전하며 대한항공 경영진을 비판했다.

그는 "회사가 노조 사무실도 마련해 주지 않고 기존 노조와 해결하라며 발뺌하면서 노노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지만 거기에 휘말리지 않고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콩 회항' 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출입문을 닫고 이륙을 준비하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멈추고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사건이다.

당시 조 부사장은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객실사무장이던 박 지부장에게 폭력을 가하고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해 사회적으로 재벌 총수의 '갑질 논란'이 일었다. 조 전 부사장은 법정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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