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의리 초콜릿', 우린 왜 극복 못할까

발렌타인데이 전통, 1980년대 중반 일본서 유입
일본 기업들, '의리 초콜릿' 선물 금지
국내 판매업체들, '의리 초콜릿' 판매 조장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직장인 이현진(31) 씨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남자친구에게 줄 초콜릿은 고급 수제 초콜릿 전문점에서 일찌감치 예약해놓았다. 문제는 같은 부서 상사와 동료 9명에게 건네야 하는 '의리 초콜릿'. 비싼 걸 사자니 돈이 아깝고, 싼 걸 사자니 괜히 양심에 찔린다. 결국 편의점에서 저렴한 초콜릿을 사서 돌렸지만, 웬지 발걸음이 무겁다.

발렌타인데이 즈음, 여성 직장인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직장 내 남성 상사와 동료들에게 돌려야 하는 '의리 초콜릿' 때문이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내의 많은 회사에 '의리 초콜릿'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이 지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3세기(269년) 로마시대에 유래한 발렌타인데이 전통은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국내로 유입됐다.

일본 내에서 발렌타인데이 전통이 시작된 건 1950년대 중반부터다. 이후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면서 대규모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발렌타인데이의 '의리 초콜릿'(기리 초코, giri choco) 문화에 반발하는 여성들이 늘고, 일부 기업은 아예 동료간 초콜릿 선물을 금지하고 있다.


가디언은 11일(한국시간) '일본 여성들이 발렌타인데이의 의무 초콜릿 전통에 반발하고 있다'(Japanese women push back against Valentine's tradition of 'obligation chocolate)는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일본 여성들이 발렌타인데이에 남성 동료에게 선물할 의무 초콜릿을 사는데 수천 엔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초콜릿을 받은 남성 역시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화답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부 직장에서는 초콜릿 선물을 금지하고 있다. 의무 초콜릿이 권력남용이나 괴롭힘의 한 형태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쿄의 한 백화점(주제: 발렌타인데이에게 의무 초콜릿을 주고 싶은 사람은?)이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직장동료를 꼽은 비율은 35.2%에 불과했다. 나 자신은 60%, 가족 56.7%, 연인 36%를 기록했다.

초콜릿 제조·판매업체도 의무 초콜릿 반대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벨기에의 고디바는 지난해 신문에 '여성 직장인들이 강압적으로 느꼈다면 의리 초콜렛을 나눠주지 말아야 한다'며 '발렌타인데이는 직장 내 관계 개선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날'이라는 전면 광고를 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GS25, CU, 미니스톱 등 편의점업계는 의리 초콜릿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해 저마다 중저가 패키지 제품을 내놓았다. 위메프, 티몬 등 오픈마켓도 앞다퉈 의리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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