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희생 학생 250명 '눈물의 명예 졸업식'

학생들 이름 1반부터 차례로 호명하자 유가족 눈물
유가족 "참사 되풀이 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졸업의 과정"

1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2학년 1반입니다.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숙영, 김수진…"

12일 오전 10시 본관 4층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단원관에서 열린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 졸업식'.


이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미수습 2명 포함)이 3년 만에 명예 졸업을 하게 됐다.

단원관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붙여진 의자들이 1반부터 10반까지 반별로 빼곡했다. 의자에는 명예졸업장과 졸업 앨범을 담은 노란 보자기 위에 꽃다발이 모두 놓여져 있었다.

유가족들은 대부분 자리를 채웠다. 곳곳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기도 했다. 정면 대형 빔스크린과 양옆 전광판에서는 졸업식 전 학생 250명의 캐리커쳐가 상영됐다.

3년 만에 열리는 명예 졸업식인 만큼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다. 100여명의 취재진이 양쪽을 가득 메웠다.

양동영 단원고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학생들의 이름을 1반부터 차례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양 교장의 호명에 맞춰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아들과 딸의 이름이 불리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점차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학년 7반 고 전찬호 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학생 250명을 대표해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전 전 위원장은 회고사에서 "하늘의 별이 된 우리의 아들 딸들을 대신해서 엄마와 아빠들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아직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간절하게 아들, 딸들이 보고싶다"고 말했다.

졸업식은 이어 단원고 학생 20여명의 합창,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인사말, 양 교장의 회고사, 졸업생 편지 낭독, 교가 제창 순으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제10회 졸업생인 이희운 씨는 "보고싶다는 말로 이 편지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오늘은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을 더 하고싶다. 그리운 마음은 해가 지날수록 커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다"며 편지 낭독 내내 울먹였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인사말이 끝나갈 때쯤 한 유가족이 "학생들의 제적 처리는 너무 서운했다"고 외치기도 했다.

2학년 8반 고 이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는 졸업식이 끝난 뒤 "이런 과정들이 워낙 많아서 담담하다"면서 "이런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게끔 하는 환경과 상황을 만들어주는 그런 과정이 이 졸업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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