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2‧27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던 오 전 시장은 한때 북미 제2차 정상회담과 겹친 경선 일정에 불만을 품고 보이콧을 선언했었다. 그는 이날 경선 복귀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의 비상식적인 결정들에는 아직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회군의 명분으로 최근 한국당의 우경화 현상을 들었다. 그는 "한국당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이념만을 추종하는 정당으로 추락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5‧18공청회 사태에서 보듯 한국당은 과거회귀 이슈가 터지면 수습불능이 될 정도로 취약한 정당"이라며 "바로 잡겠다"고 공언했다. "많은 당원 동지들께서 '이대로는 안 된다, 개혁보수의 가치를 꼭 지켜달라'는 말씀을 주셨다"고도 했다.
사실상 이번 전대를 '친박 VS 비박'의 구도로 치르겠다고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출마선언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최근 당 안팎에선 한국당 전대 출마자들이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과 태극기 부대를 의식해 우편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석방 및 사면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정치가 가능하게 하는 상황이 서글프다"고 했다. 최근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의견임을 전제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배박(背朴‧배신한 친박)'으로 비판한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오 전 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과거로 퇴행하는 당의 역주행을 막아내겠다"며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또 "더 이상 당과 보수의 몰락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보수정당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당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과속‧불통‧부패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우는 대표 전사가 되겠다"며 총선 승리와 보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 전 시장은 '보이콧 번복'에 앞서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표심을 단일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지난 11일 홍준표 전 대표를 찾아, 선대본부장 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이를 고사했다고 한다.
심재철‧안상수‧정우택 의원 등은 보이콧을 이어가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주호영 의원은 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등록은 오늘 하루 동안 받으며, 오후 5시가 마감이다.
만약 주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박계 주자 2명과 오 전 시장, 주호영 의원으로 구성된 비박계 의원 2명 간 '계파 맞대결'이 치러질 전망이다. 크게 봤을 때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양자구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황 전 총리는 이날 출마 등록에 앞서 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경쟁자인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 망언' 논란을 빚은 데 대해 "5·18의 의미가 우리 국민의 마음에 깊이 각인돼 있으며, 그런 뜻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