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수장으로는 역사상 처음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는 만큼 누가 양 전 대법원장의 심판자가 될지 관심이다.
전날 양 전 대법원장의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법은 이르면 이날 중 재판부를 배정한다.
통상 형사 사건은 전산 시스템에 따라 무작위로 배당한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의 특성과 재판부 제척 사유 등을 고려하면 곧바로 무작위 배당을 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일단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중요 사건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적시 처리' 사건으로 지정한 뒤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의견을 모아 재판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재판 예규상 ▲ 다수 당사자가 관련된 사건 ▲ 일정 시한이 지나면 재판 결과가 무의미한 사건 ▲ 사회 내 소모적 논쟁이 우려되는 사건 ▲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이 크고 선례 가치가 있는 사건 등은 중요 사건으로 지정해 신속히 처리한다.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때도 적시 처리 사건으로 지정했다.
법원은 각 재판장과 양 전 대법원장의 연고 관계, 현재 맡은 업무량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뒤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 배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내 형사합의부는 모두 16곳으로, 이 가운데 연고 관계가 있거나 재판장이 이번 사건에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부서를 제외하면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배당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소 등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11월 형사합의부 3곳을 신설한 만큼 이들 가운데 '당첨자'가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을 맡은 형사36부(윤종섭 부장판사)에 배당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판부 결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첫 재판 절차는 이르면 내달 중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이 47개로 방대한 데다 수사기록 역시 수십만 쪽에 달하는 만큼 변호인 측의 준비 상황에 따라 재판은 늦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