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배당을 확대하라고 요구했지만 남양유업이 이를 사실상 거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11일 '국민연금 주주제안에 대한 남양유업의 입장' 보도자료를 배포, 사실상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남양이 밝힌 직접적 이유는 "홍원표 회장과 가족들의 지분이 53.85%나 되는데 국민연금 요구대로 배당율을 높일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보게 되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 온 것"이라는 것
특히 "지분율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으며,오히려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고배당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양유업의 배당성향은 지난 2015년 3.2%, 2016년 2.3%로 다른 상장법인에 비해 현격히 낮은 배당성향을 보여왔고 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그 결과 인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7년에는 17.0%로 배당율이 껑충뛰었지만 이마저도 평균 배당율의 1/2수준에 불과하다. 남양유업 관계자도 "남양의 배당성향이 타 법인에 비해 많이 낮은 건 맞다"고 인정했다.
국민연금은 남양의 배당성향을 높이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대화 대상기업 지정', '중점관리기업 지정', '저배당 블랙리스트' 등으로 강수를 둬 왔지만 원하는 만큼의 배당율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국민연금의 이번 주주제안 결정도 이 연장 선장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남양은 지난주말 사내 전략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숙의한 뒤 국민연금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저배당정책을 합리화하는 나름의 근거도 제시했다.
그동안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저배당정책을 유지해왔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저배당 기조를 통한 회사 이익의 사외유출을 최소화함으로써 1997년 IMF 외환위기부터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고, 이후 재무구조 건전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가치는 더욱더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회사의 공식입장도 내놨다.
남양이 밝힌 것 처럼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무차입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면 유업계의 과당경쟁 분위기 속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대리점망을 활용해 판촉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비용이 전가됐을 개연성도 있어 '저배당 기조의 유지'가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는 지에 대해 검증의 여지도 있다.
남양유업은 2010년대초 산하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고 이후 회사의 수익흐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전례가 있다.
아울러 사내유보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남양유업의 해명에 대한 허실도 따져봐야 한다.
남양유업의 홍 회장은 리더십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인데다 회사의 지분구조에서도 가족을 합쳐 53%를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사내에 유보된 자본에 대한 지배력은 전적으로 오너일가가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도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결정이 나온 지 몇일만에 거부입장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지분율이 6.15%에 불과한 국민연금이 현실적으로 남양유업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강제력을 행사하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