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고마워요"…서울대 '난방파업', 5일만에 합의

파업 닷새째 노조-학교 교섭에서 합의안 마련
노조-학생회 연대하자 신임 총장 '노조 요구 긍정 검토'
노조 관계자 "학생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던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11일 학교 측과의 협상에서 합의안을 마련했다.

학교와 노조가 파업 닷새 만에 접점을 찾으며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3개 건물에서 기계실을 점거한 채 진행되던 이른바 '난방 파업'은 이르면 12일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노조 연대에 학교도 '긍정 검토'하며 실마리

서울대 시설관리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등은 11일 오후부터 5시간 넘게 교섭을 벌인 끝에 합의를 도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실무합의안을 도출하고 문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내일 양측 최종승인 후 최종 협상 타결안을 발표 하겠다"고 밝혔다.


닷새째 이어져 오던 '난방 파업' 논란은 이날 오후 신임 오세정 총장이 '노조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실마리를 찾았다.

노조 측은 "교섭 타결을 기대하며 오후부터 중앙도서관 난방을 재개한다"며 "학생들이 파업을 지지하고 나선 결과로 학교가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이에 노조도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존중한다"면서도 "중앙도서관 및 관정관(신관)에 대해서는 파업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됐다.

파업 대상을 제한하라는 요구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침해한다는 것.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는 "파업하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우리 집 쓰레기만 치워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댓글을 직접 달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총학생회는 주말 밤샘 운영위원회 끝에 노조와의 연대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오전에는 오 총장의 출근길에 "신임 총장이 책임지고 생활임금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조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난방이 재개된 도서관 주변에는 '당신의 노동은 나의 일상입니다', '서울대학교에는 온기가 필요합니다' 등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여럿 붙어 있었다.

학생들도 노조에 대한 지지와 난방 재개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취업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은 3학년 김모(23)씨는 "조금은 불편했지만 대자보를 읽고 사정을 들어보니 파업 이유를 이해했다"며 "파업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민정 공동대책위원도 "학생들은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 받으며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 학교가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 또한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학생들을 아예 등지고 파업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회 측에서 이해해주고 저희와 합의를 봐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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