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 혹은 원내수석부대표는 5.18 폄훼 3인방을 12일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4당은 모두 한국당과 3인방을 향해 "괴물", "망동" 등 거친 언사로 공격 수위를 높이며 윤리특위에서 제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 윤리특위 제소된 사람 19명인데, '3인방'만 징계 가능할까
하지만 윤리특위에서 실제로 3인방에 대한 징계 논의가 진척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윤리특위가 국회의원의 잘못에 대한 경중을 따지기보다는 각 당의 정략적 이익에 맞게 움직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운영되는 윤리특위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윤리특위에서 징계안을 논의하는 범위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심한 게 보통이다.
이번 5.18 폄훼 3인방과 관련한 징계 논의만 해도 벌써부터 3인방 이외 윤리특위에 회부된 국회의원 모두에 대한 징계 논의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권미혁 윤리특위 간사는 "일부 야당에서 '징계위에 제소된 안건을 모두 논의하자'고 하거나 '최근에 제소된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하자'고 하는 등 범위에 대한 생각이 각각 다르다"고 전했다.
20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제소된 의원은 모두 19명.
민주당 9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민주평화당 1명, 대한애국당 1명 등 여야 모두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에서 윤리특위에 회부된 의원들을 다같이 논의하자고 버티면, 각 당마다 생각이 달라 논의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20대 국회 징계안 처리 0건…정쟁 수단 전락한 윤리위
윤리특위는 그동안 '유명무실'한 기구로 여겨져 왔다.
20대 국회가 시작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윤리특위에 제소된 여야 의원들은 모두 19명이지만, 윤리특위가 실제로 회의를 열어 징계를 논의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
제소된 의원 중에는 한국당 한선교 의원도 포함됐는데, 그는 2016년 9월 당시 국회에서 국회의장실 경호 경찰관의 멱살을 잡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갑질 폭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경찰 수사까지 받았고, 검찰에 의해 벌금 5백만원 약식 기소됐다.
'깡통' 윤리특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39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18대 국회에서는 54건이 각각 접수됐지만, 실제로 징계를 받은 국회의원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19대에서는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심학봉 의원이 제명됐고, 18대에서는 성희롱 논란으로 새누리당 강용석 의원이 '30일 국회 출석 정지'를 받았다.
명백한 범죄나 성범죄가 아니면 사실상 윤리특위를 통해 징계가 의결되는 경우가 없는 셈이다.
또 사실 윤리위에 제소된 의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국회의원의 품격을 떨어뜨려 징계를 받을 만큼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기 힘든 측면도 문제로 거론된다. 즉, 정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여야가 공방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상대의 언행을 문제삼아 윤리위에 제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6년 10월 박지원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성 등을 문제삼으며 여당 대표 최초로 단식에 들어간 것을 두고 "코미디", "개그"라고 비판했는데, 이를 "중대한 모욕행위"로 규정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한 바 있다.
윤리특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끼리 서로를 심사하는 상황에서 각 당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보니,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징계안 심사 기일을 정하는 등 운영을 개선하려는 논의는 있지만, 이마저도 의원들이 적극적이지 않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