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5‧18 망언'…내부서도 비판 직면

김무성 "금도 넘는 역사왜곡… 북한군 침투설 근거 없어"
親朴조차 "유공자 자격 문제제기 있으면 차분히 따졌어야"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과 보수단체가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발표자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가 참석하는 가운데 5월 단체 회원들이 '진실을 왜곡말라,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 등의 손 현수막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의 5‧18 광주민주화 운동 폄훼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계파를 막론하고 '북한군 침투설'과 유공자를 혈세를 낭비하는 '악마' 등으로 묘사한 것을 놓고 "정신 나간 소리들"이라는 반박이 제기됐다.

김무성 의원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5‧18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와 신군부의 과잉진압 등이 교차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킴에 따라 발생했던 역사의 아픔이자 비극"이었다며,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며, 역사적 평가와 기록이 완성된 진실"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헌법 개정이 이뤄지고 민주화가 완성됐다"며 5‧18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중대 역사적 계기로 해석했다.

이는 김 의원이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민주계(상도동계) 출신으로서, YS가 했던 민주화 운동 자체가 부정받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S는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1983년 5.18 3주년을 시점으로 23일 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며 "5.18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인사들이 1984년 5.18 4주년을 맞춰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했고 저도 여기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고 설명했다.


YS는 과거 민정당계 등과 3당 합당을 했고, 이후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5‧18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것이 부정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역사는 사실이다. 소설이 아니다"라며 "지금 일부 인사는 39년 전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혀 근거도 없고 '북한군 600명 침투설'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의견 표출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거세게 몰아세웠다.

그는 "최근 일어난 상황에 대해 크게 유감을 표시한다"며 "해당 의원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도 했다. 대국민 사과, 자진 탈당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한국당 내부에선 과한 발언의 배경을 놓고 발언자들이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김순례 의원의 경우 최고위원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과 당 지지율 상승이 맞물려 당내 일각에서 급진 우경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역사 퇴행적 급진 우경화 현상은 보수결집은커녕, 보수 환멸을 조장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우리가 세운 '문민정부'가 주도했던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역사적 평가를 끝낸 '5‧18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주장은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동"이라고도 했다.

당내 가장 오른쪽에 있는 친박계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역사적 평가가 다 끝난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 무슨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보는지, 정신 나간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굳이 태극기 부대를 의식해야 했다면, 5‧18 유공자 중 부정 수급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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