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최악"…'국민 횟감' 광어의 날개 없는 추락

내수·수출 부진으로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출하
인건비 등 고정비용 상승에다 연어, 일본 방어 수입까지 겹쳐

"30년 만에 최악입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땅 팔고, 적금 해지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23년 전 아버지로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일출수산을 물려받아 운영 중인 김성석(50) 대표는 11일 이렇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국민 횟감' 광어는 요즘 산지에서 1㎏당 8천500원에서 9천원 선에 거래된다. 1㎏당 9천원은 10년 전인 2009년 제주연구원이 분석한 생산원가와 같은 가격이다.

지난해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분석한 양식 광어의 생산원가는 1만1천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1㎏당 9천원에 10t을 팔면 2천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도내 358개 양식업체가 각각 10t씩 팔았다면 71억6천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에 나타난 지난해 제주지역 전체 광어 생산량 2만2천463t이다. 이 같은 생산량이 올해 그대로 유지되고 현재와 같은 가격이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총 449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광어 1㎏당 역대 최저가는 2014년 9월 8천10원이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불과 5년 전 8천원일 때도 있었던 점을 들어 양식업체들이 엄살을 부린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해마다 인건비와 사료비, 전기요금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크게 늘었고, 반면에 출하가격은 하락했다. 인건비 등 고정비 상승이 현재 적자 운영의 가장 큰 요인이다.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방어 수입량 증가도 적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연어 전체 수입량은 2016년 2만7천527t, 2017년 2만9천626t, 2018년 3만7천400t으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산 방어가 1천574t이나 수입됐다. 전년도 748t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제주는 물론 다른 지방에서도 '겨울 방어'가 제철 어류로 소문나면서 일본산 방어들이 전국에 있는 횟집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연어와 방어 수입량 증가는 소비자 입맛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짜리 광어(활어) 연도별 전국 출하량은 2015년 13만7천14t에서 2016년 17만6천841t, 2017년 17만6천917t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해 유통량은 15만1천606t으로 14.3% 감소했다. 소비자 입맛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량도 2017년 3만2천898t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2만7천635t으로 16% 줄었다.

제주도와 제주해수어류양식수협, 양식업체들은 지난달 수차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우선 무차별적으로 수입되는 연어에 대해 FTA 관세율보다 우선 적용되는 특별긴급관세를 부과하고, 일본산 방어에 대해서는 4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했다.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광어 군납 물량을 100t에서 500t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자체적으로는 자율적인 시장격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협은 10억원을 들여 군납용으로 300t을 수매하고, 추가로 10억원을 더 투입해 어묵 가공용과 냉동용으로 100t을 수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광어 싱싱회(숙성회)와 어묵 등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대학 축제와 박람회 등에 참가해 시식 홍보를 하고, 해외 판촉 행사와 언론 홍보도 강화하기로 했다.

도와 제주어류양식수협은 또 활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80억원을 투입해 광어 가공·유통센터를 건립한다. 제주시 오라동에 건립할 이 센터에는 가공 및 보관시설과 전문 음식점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이승훈 도 수산정책과장은 "제주 광어는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국가 주요 양식 품목"이라며 "현재 출하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폭락해 전국 광어 양식산업이 도산 위기에 처했으므로 시급히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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