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유치원'이라는 이름은 1897년 일본인을 위해 만든 부산유치원에서 비롯됐다.
역시 일본식 표기인 '국민학교'는 지난 1995년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이미 초등학교로 변경됐다.
하지만, 일본식 표기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에따라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교육계와 시민사회, 학부모단체 등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유아교육법에는 "유치원은 유아교육을 위해 설립 운영되는 '학교'"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또 유아교육에 대한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도 명칭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일제잔재 용어이므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아학교’로 바꾸는 것이 상징성이 있다"면서 "유아교육의 의무교육과 공교육 체제 편입을 위해서라도 ‘유아학교’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와 관련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에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을 교육부에 공동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일제잔재 청산과 유아 사교육비 경감, 그리고 저출산 문제 해결과 공교육 체계 강화를 위해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아학교'로 바꾸는 법 개정 두 차례 무산… 보육계 반대가 이유
하지만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법 개정이 두 차례 추진되었으나 무산됐다.
이군현 의원(2009년 한나라당, 2014년 새누리당)은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부는 2009년 당시 "유아교육법에 규정된 '유아학교'로 쓰지 않고 '유치원'이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라는 권영진 의원의 질문에 대해 보육계의 반발을 이유로 들었다.
이 답변에서 교육부는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당시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을 추진했으나, 보육계의 반발로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아교유법 제정 당시 보육시설은 유치원에 비해, 교사와 교육시설 등 교육 여건이 열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치원이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경우 원아 모집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집단적으로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 사립유치원 법인화, 재정소요 등 장기정책 비전 제시해야
지난해 터진 사립유치원 비리사태에서 보듯이 사립유치원들은 연간 2조가 넘은 국가예산을 지원 받으면서도 영리 보장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어 사립유치원의 국가 공교육체제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더 이상 사립유치원의 기득권 보장 요구에 정부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 되는 만큼, 사립유치원을 의무 무상교육의 국가 공교육 체제로 흡수하고,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립유치원의 법인화 전환, 재정결함보조에 따른 재정 소요 판단 등 장기정책 비전 마련도 필요하다.
중학교 의무교육을 완성하는 데도 도서벽지 학교부터 10년 가량이 걸렸다. 사립유치원의 국가 공교육체제 전환 역시 장기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