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지난달 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은 오는 12일 만료된다. 앞서 검찰은 구속기간 만료 일정을 고려해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크게 △일제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수사 정보 등 기밀 누설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등 4가지로 구성된 혐의를 받는다. 총 범죄 혐의만 40개가 넘고 영장청구서 분량은 260여쪽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이 재판에 넘겨지면 법정에서 검찰과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5일 마지막 검찰 조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핵심혐의인 직권남용과 관련해 "죄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적극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를 맡은 법관들에게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내용 등을 보고 받은 기억이 없고, 자신도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구속 결정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구속적부심'도 신청하지 않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대신 판사 출신 이상원 변호사를 추가 선임해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검찰은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강제징용 관련 김앤장 독대 문건 △직접 서명한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대법원장 지시 내용이 적힌 이규진 판사의 수첩 등의 증거를 확보한 바 있다.
해당 물증들을 통해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범죄사실에 직접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재판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지난 기소에는 제외됐던 '판사 블랙리스트' 등 혐의를 포함해 함께 기소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100여명의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진보당 재판 개입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나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 받는 이민걸 부장판사, 퇴임 당시 대법원 판결문 초안 등을 무단으로 들고 나온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 등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