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장례위)는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김씨(사고당시 24세)의 영결식을 진행했다. 앞서 김씨의 발인은 이날 오전 4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엄수됐다.
이어 이날 오전 7시부터 열린 노제는 김씨의 생전 근무지이자 사고 장소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시작해 서울로 이어졌다. 노제에는 김 씨의 아버지 김해기 씨와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여했고 김 씨의 영정은 동갑내기 외사촌 황성민 씨가 들었다.
노제 행렬은 이날 오전 11시 16분쯤 서울 숭례문을 출발해 시청을 지나 광화문 광장으로 이어졌다. 김미숙 씨는 "아들아, 너를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냉동고에 놔둘 수밖에 없는 엄마가 너한테 미안하고 죄스럽다"며 "하지만 엄마는 너의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했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행렬이 이어진 길 곳곳에서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걸음을 멈추고서 지켜보며 함께 애도했다. 직장인 박모(32) 씨는 "뉴스를 접하고서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노제 행렬을 보고서 잠시나마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며 명복을 빌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뒤 민주사회장으로 엄수된 김 씨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3,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고 이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며 "더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고 외쳤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씨의 부모 김해기 씨와 김미숙 씨는 "부모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하늘과 빛과 같은 용균이,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우리 아들 용균이를 제발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지만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것 같다"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사회의 부당함이 바로 잡힐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 길이 우리 아들과 같은 수많은 비정규직을 사회적 타살로부터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사회의 부당함이 정당하게 바뀔 수 있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누군가의 목숨이 담보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꾸고 모든 이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며 "대개혁의 길을 푸른 빛으로 밝혀준 김 씨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3시 20분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 석탄 이송 기계에 끼어 숨졌다.
노동계는 김씨가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했고 또 2인1조의 근무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유족도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27일 산안법이 38년 만에 개정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