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중 전공의 사망…36시간 연속 근무하는 날 참변

전공의들 "주 52시간 근무제 꿈같은 일…수련시간 더 줄여야"

병원 당직 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숨진 30대 전공의(레지던트)는 사망 전 24시간을 연속으로 근무를 했고 이어서 12시간을 더 근무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전공의에게 36시간까지 과도한 연속 근무를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한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설 연휴 전날인 이달 1일 오전 9시께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에서 2년차 전공의 A(33)씨가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의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동료 의사는 경찰에서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아 당직실에 가봤더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날은 매일 오전 7시 30분께 열리는 의국회의가 없는 날이었다. 다른 전공의들도 평소보다 여유롭게 업무를 보던 중 사고 소식에 놀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

평소 앓던 지병이 없었던 A씨는 숨진 당일 새벽까지도 여자친구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과정을 거치는 의사로 흔히 레지던트로 불린다. 의과대학 6년 과정이나 의학전문대학원 4년 과정을 졸업한 뒤 인턴으로 1년, 전공의로 3∼4년을 수련받으면 전문의 자격 시험을 칠 수 있다.

2017년부터 시행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7조에 따르면 병원은 전공의에게 한 달 평균으로 계산해 1주일에 80시간까지 수련을 시킬 수 있다. 여기에 1주일에 교육 목적으로 8시간까지 근무를 연장할 수도 있다.

16시간 이상 연속 수련을 한 전공의에게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이 법은 또 병원이 전공의에게 연속해서 36시간을 초과해 수련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36시간 연속 근무를 허용한 것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40시간까지 연속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법 조항 탓에 일선 병원은 전공의에게 평일 낮 근무 12시간과 야간 근무 12시간에 다음 날 낮 근무 12시간까지 붙여 36시간의 과도한 연속 근무를 시키는 실정이다.

실제로 A씨는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평일 낮 근무를 한 상태에서 곧바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또 야간 근무 12시간을 더 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시간 근무를 한 상태에서 사망한 당일도 낮 근무로 12시간을 연속해서 더 일한 뒤 오후 7시께 퇴근할 예정이었다.

전공의법 시행 전에는 전공의가 주당 100시간을 넘게 일하거나 1주일 내내 당직을 하며 연속해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전공의는 "전공의법도 전공의의 과로사가 문제 되자 미국 사례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며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40∼60시간으로 제한하는 유럽과 비교하면 현행법이 정한 시간도 지나치게 많아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전공의들은 근로자이자 수련을 받는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 때문에 1주일에 최대 88시간까지 근무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한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사회 전반에 적용 중인 52시간 근무제는 전공의들에게는 꿈 같은 일"이라며 "수련을 받는 전공의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이 정한 한도에 맞춰 만약 전공의가 주 79시간을 근무했다면 과연 과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는 환자에게도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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