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으로 넘어온 이상 한우물을 깊게 파야 안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들었었어요. 10년 정도는 앞만 보고 가자고 생각해서 괜히 중간에 다시 공연을 보면 돌아가고 싶을까봐 극장을 몇 년 동안 안갔어요. 뮤지컬 쪽에서는 많이 사랑받았었는데 넘어오면서 완전히 무(無)로 시작했었죠. 절 받아주는 회사도 없었고 혼자 카니발 운전하면서 다녔어요. 지금은 공연을 보고 박수쳐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 좋은 작품이 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뮤지컬 배우 시절 맺어진 팬클럽은 벌써 15년 째 오나라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오나라가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이유 역시 실제로 그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7~8년 간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방)으로 유지되던 팬클럽은 이제 포털사이트 카페로 변신해 벌써 1000명이 넘는 회원을 모았다. 나름 까다로운 10문 10답을 통해 선별된 회원들이란다.
"카페 회원들 연령대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해요. 호칭 정리가 안돼서 '언니라고 안 부르면 강퇴'라고 그랬어요. (웃음) 다들 엄선돼 들어온 분들이시기 때문에 제가 직접 답글을 달아 드려요. 팬들 성별은 뮤지컬 할 때부터 90% 여자예요. 여자 팬분들이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추운데 와서 기다리고 있으면 너무 고맙기도 한데 제가 뭐라고 기다리나 싶어서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요."
이제 막 뜨겁게 주목받기 시작한 오나라에게는 모든 게 신기한 경험이다. 달라진 건 딱 두 가지다. 선택을 당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과 '오나라'라는 이름이 불려지기 시작한 것. 드라마 속 자신이 입은 옷이나 화장품, 가방이 화제가 될 때마다 묘한 쾌감이 들기도 하고 광고를 촬영하는 것 역시 믿기지 않는다. 이런 기회가 생긴만큼 차기작에도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나라가 '이제 떴으니 됐다'는 생각으로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40대에 주목 받은만큼 더 겸손하게 장기전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그의 목표다.
"지금이 전성기라는 생각은 안해요. 처음에는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 40살이 넘어서 주목을 받았으니 겸손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비중을 따지지 말고 맡은 역할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70살까지 연기하는 게 베스트 아니겠느냐. 하던대로 하는 게 제 목표예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오늘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고 앞으로 남은 스케줄도 잘 소화하고요."
포상 휴가까지 다녀오고 숨가쁜 일정이 마무리되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보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려고 한다.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거의 안 가봤어요. 작년에 어머니를 일본에 처음 모시고 갔는데 그 정도로 시간도 없고 여유가 없었죠.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어요. 못봤던 영화도 잔뜩 보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려고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데 제가 이렇게 되니까 친구들이 오히려 멀리하더라고요. 저한테 폐를 끼칠까하는 걱정 때문에요. 그래서 다 나오라고 연락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