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획②]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 대안금융으로 지원하는 기독교계

무이자·무담보 대출해주는 서향교회 '고엘뱅크'
"맘몬숭배와 소비주의에 균열 내길"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대 청년들의 1인당 평균 부채금액은 지난 2013년 1,837만 원에서 2016년엔 2,371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수많은 청년들이 높은 학자금과 주거비,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증가하면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담보 제공과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들이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높은 이율을 감당하지 못한 채 끝내 파산을 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2014년엔 499건, 2015년엔 542건, 2016년엔 743건, 2017년엔 78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을 돕기 위해 서울 서향교회는 지난 2017년 무이자,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협동조합 '고엘뱅크'를 설립했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고엘뱅크는 상환 기간 역시 청년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부담을 덜어준다.

고엘뱅크 협동조합장 김지섭 씨는 "교회 내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을 돕기 위해 고엘뱅크를 만들게 됐다"며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돈이 없어도 서럽지 않은 공동체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히브리어로 '기업 무를 자'라는 의미를 가진 고엘뱅크는 친족의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땅을 구입해 돌려줌으로써 연약한 공동체의 일원을 보호하던 구약의 고엘제도에서 착안했다.

서향교회 문지웅 담임목사는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내가 갚음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도움을 받게 되는 선순환 구조다보니 교회의 코이노니아(성도의 교제)도 강화됐다"며 "청년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돈이 사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맘몬숭배와 소비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좋은 연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고엘뱅크의 긍정적 효과를 보며 교회의 시니어들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청년들이 삶의 질을 높이고, 청년들이 무언가 도전해보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하는 일이 없는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수련회에 참가한 서향교회 청년들.

55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고엘뱅크는 1천2백여만 원 정도의 크지 않은 규모지만, 지금까지 20여 건의 크고 작은 대출이 학자금과 의료비, 긴급생활지원금 등으로 사용됐다.

이윤추구의 경제 원리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고엘뱅크를 통해 청년들은 억압의 굴레였던 채권과 채무 관계 속에서 오히려 형제자매의 연대와 우애를 경험하는 역설적인 체험을 하고 있다.

학자금을 위해 고엘뱅크를 이용한 안정민 씨는 "고엘뱅크를 통해 나도 무언가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갖게 됐다"며 "교회가 단순히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때 기도해주겠다는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에 정서적인 안정감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홍성은 씨는 "대부분의 교회가 종교적인 활동엔 굉장한 관심을 갖지만 실질적인 삶의 어려움, 특히 돈과 관련된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로 한정 짓는 듯한 느낌을 받아왔다"며 "교회가 한 몸 된 지체이고 가족이란 의미가 점차 피상적으로 변해가는 이 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대안을 모색하는 고엘뱅크가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기독단체 희년함께는 '희년은행'을 통해 청년부채탕감 활동으로 고금리전환대출을, 주거문제 지원으로 공동주거지원대출을 해오고 있다.

또, '청년 부채 zero 캠페인'을 펼쳐온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재무 지원과 함께 재무 교육을 제공하는 등 긴급한 재정 위기에 놓은 청년들의 지원에도 기독교계가 나서고 있다.

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청년들의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가난한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려는 교회의 노력들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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