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혼을 전제로 한 혼전 동거에는 미혼여성 10명 중 7명꼴로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자녀 및 가족 관련 생각' 연구보고서(변수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44세 미혼 인구(남자 1천140명, 여자 1천324명)의 결혼·가족 관련 견해를 파악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결과, 미혼여성은 이혼이나 무자녀에 대해서는 더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혼 대신 동거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두는 데는 미혼남성보다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부정적 인식, 편견에 더 노출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남녀가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먼저 함께 살아 보는 것도 좋다'는 결혼 전 동거에 대해 미혼남성은 77.2%가 찬성(대체로 찬성 57.7%, 전적 찬성 19.5%)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여성도 70.5%(대체로 찬성 53.3%, 전적 찬성 17.2%)가 찬성했는데, 이런 찬성비율은 2015년 조사 때 51.2%(대체로 찬성 44.3%, 전적 찬성 6.9%)보다 19.3%포인트 많은 것이다. 결혼 전제 동거에 대한 미혼여성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이처럼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에는 미혼남녀 모두 찬성비율이 높았지만,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에 대해서는 미혼남녀 간에 생각의 차이를 보였다.
'결혼과 무관하게 함께 살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 미혼남성은 절반이 넘는 56.5%가 찬성(전적 찬성 11.8%, 대체로 찬성 44.7%)했다.
그렇지만, 이와는 반대로 미혼여성은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에 대해 과반이 넘는 52.3%가 반대 입장(별로 찬성하지 않음 36.6%, 전혀 찬성하지 않음 15.7%)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미혼남성과 미혼여성의 이런 생각 차이는 아무래도 동거와 관련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더 많이 작동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했다.
'결혼해도 자녀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무자녀 가족에 대해서는 미혼남성은 63.0%(전적 찬성 17.3%, 대체로 찬성 45.7%)가, 미혼여성은 78.4%(전적 찬성 29.2%, 대체로 찬성 49.2%)가 찬성해, 미혼여성이 미혼남성보다 더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혼남녀는 이렇게 동거와 무자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강하게 나타냈다.
미혼남성은 75%(별로 찬성하지 않음 43.9%, '전혀 찬성하지 않음 31.1%)가, 미혼여성의 경우도 76.2%(별로 찬성하지 않음 41.3%, 전혀 찬성하지 않음 34.9%)가 반대했다.
동거와 무자녀에 대한 미혼남녀의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한 것과 비교해 결혼하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을 보여 준다.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는 견해에 대해 미혼남성은 64.5%(전적 찬성 16.8%, 대체로 찬성 47.7%), 미혼여성은 80.9%(전적 찬성 30.3%, 대체로 찬성 50.6%)가 찬성했다.
특히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미혼남성은 58.2%(전적 찬성 13.0%, 대체로 찬성 45.2%)에 그쳤지만, 미혼여성은 77.4%(전적 찬성 26.4%, 대체로 찬성 51.0%)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 해체에 대해 미혼여성보다 미혼남성이 좀 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이혼상황이어도 자녀를 위해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등 전통적인 가족과 가족관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범이 여성 사이에서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 준다"고 풀이했다.
'아버지나 어머니 중 누구라도 혼자서도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미혼남성 61.2%(전적 찬성 14.5%, 대체로 찬성 46.7%)가, 미혼여성 75.3%(전적 찬성 19.8%, 대체로 찬성 55.5%)가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