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립민속박물관 정연학 연구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세뱃돈과 관련한 기록이 처음 확인되는 것은 1925년 발간된 '해동죽지'라는 서적에서다.
언론인인 최영년 씨가 쓴 것으로 아이들이 어른에게 세배하면 '세뱃값'을 줬다는 기록이 있다.
정 연구관은 "'동국세시기' 등 조선 영조 때 기록을 보면 새해 문안을 올리는 '문안비(노비)'가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성들이 바깥출입이 어렵다 보니 여자 노비의 옷을 잘 차려 입힌 뒤 대신 세배하러 다니게 한 것이다"면서 "'문안비'에 대한 기록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때부터 세뱃돈을 주지 않았겠나 해서 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 견해도 있지만, 세뱃돈 용어가 확인되는 것은 '해동죽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연구관은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보편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정 연구관은 "해방 이후 어려운 살림에 돈을 주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고, 아이들에게 새 옷(설빔)을 입히거나 손님에게 음식이나 간식을 대접하는 것으로 대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뱃돈 풍속은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 연구관은 "중국에서는 11세기부터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고, 일본도 17세기부터 세뱃돈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개항 이후 일본인과 중국인이 국내 들어와 살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뱃돈 액수는 지폐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1960년대 10원짜리 지폐와 1973년 500원짜리 지폐, 2009년 5만원 짜리 지폐 등장 전후로 세뱃돈을 부담스러워하는 시민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연구원은 "'세'는 중국에서 잡스러운 귀신을 뜻하는데 나쁜 것을 누른다는 의미에서 중국에서 '압세전'(돈)을 아이들에게 줬다"면서 "나쁜 것을 물리치라는 의미에서 주는 것이어서 돈의 액수보다는 속뜻을 알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해 덕담과 관련해 현대에는 어른들이 "돈을 많이 벌어라", "복 많이 받아라"처럼 미래형으로 말을 하지만 예전에는 "복을 받았다며" "돈을 많이 벌었다며" 처럼 완료 형으로 덕담을 건넸다.
정 연구원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언어주술적 의미를 담아 완료형으로 덕담을 했다"면서 "중국에서 '복(福)'자를 거꾸로 달아놓는 것도 '이미 복이 도착했다'는 뜻 때문인데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