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김현정의 뉴스쇼 설 특집으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잠시 멈춤'. 이렇게 잡았어요. 오늘 2부에서는 7년 만에 책을 들고 나오신 분입니다. 그런데 제목을 딱 보는 순간 저는 쿵 했어요. 제목이 '당신이 옳다' 이 말을 우리가 참 듣고 싶었던 거 같아요.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들고 나오신 정혜신 박사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박사님?
◆ 정혜신>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당신이 옳다. 이 책 제목 누가 정하셨어요?
◆ 정혜신> 치유의 근본 원리예요. 당신이 옳다. 사람은 옳다.
◇ 김현정> 거두절미하고 그냥 당신이 옳다. 참 잘 정하셨어요. (웃음) 하여튼 오늘 만나서 반갑습니다.
◆ 정혜신>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정혜신 박사님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어떤 분이시지, 이 책을 쓴 분? 지금부터 이야기 나눌 분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서 제가 잠깐 소개할게요. 책에 쓰여 있는 프로필 그대로 한번 제가 읽어 보겠습니다.
우선 연세대 의대를 나오신 거죠? 정신과 전문의.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 2000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었다. 그중 절반인 최근 15년간은 정치인, 법조인, 기업 CEO 같은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이들과 속마음을 나누기도 했고 동시에 세월호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같은 트라우마 피해자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러면은 한 반 정도는 병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신 거고.
◆ 정혜신> 예, 그렇죠. 의사 가운 입고 진료실 안에서 환자인 사람을 만난 거죠.
◇ 김현정> 찾아온 분들. 15년은 밖으로 찾아 나가신 거예요?
◆ 정혜신> 그러니까 진료실에서 사람을 만난 건 아니고요. 정치인들이나 법조인들이나 아니면 기업에 있는 분들을 만난 건, 그분들이 이제 환자가 아니고 무슨 증상이 있어서 저를 찾아온 건 아니고 고도의 정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갖는 일상의 스트레스, 마음의 여러 가지 갈등들, 문제들. 그런 것을 상의하면서 저를 만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의사와 환자의 구도로 만난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최근 15년 제가 낮에는 그런 분들은 만났고요. 저녁이나 휴일에는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주로 만났었죠.
◇ 김현정> 그러면서 그분들을 만난 그 이야기들, 속마음을 털어놓은 경험들을 가지고 방송도 많이 하시고 강연도 많이 하시고 책도 많이 쓰고 그러셨어요. 세상을, 어떻게 보면 힐링하는 책들, 글들 많이 쓰셨잖아요.
◆ 정혜신> 예전에 많이 썼고요. 거의 한 10년, 지금부터 한 10년 이전에. 그 이전 10년에 많이 썼고요. 그랬는데 그다음부터는 안 썼었어요.
◇ 김현정> 그러게요. 보니까 한 7년간은 아예 절필하셨더라고요.
◆ 정혜신> 그간에 칼럼을 쓰기도 했었고. 그런데 그런 것들 다 안 했는데 그런데 절필이라고 비장하게 말한 것은 아니고요. 그냥 혼자서 안 해야 되겠다, 안 써야 되겠다.
◇ 김현정> 왜요? 왜 그러셨어요?
◆ 정혜신>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왜 이렇게 글을 쓰는데 내 시간과 에너지와 이런 것들을 왜 이렇게 쏟고 있지? 나 사람 만나는 사람인데. 이런 느낌들이 자꾸 많아지면서 글을 중단했고요. 그러면서 저한테 시간이 상당히 많이 확보가 됐잖아요. 그러면서 제가 더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죠.
◇ 김현정> 그러다가 7년 동안 글 안 쓰고 오롯이 그런 분들과 이제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하시다가 '당신이 옳다' 라는 책은 어떻게 어떤 계기로 다시 써야겠다 생각하셨어요?
◆ 정혜신> 저한테는 이건 책이 아니고 글이 아니고 제가 현장에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 바닥까지 깊숙이 들어가서 활동을 하면서 이건 사람 목숨을 살리는 어떤 말하자면 비급이다. 그럼 요소가 있다. 그 CPR 같은 경우에요. 심폐 소생술. 초등학생도 몇 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지나가다가 쓰러진 성인이 심정지로 쓰러져도 살려내잖아요.
◇ 김현정> 가끔 가다 그런 사례들 우리 보잖아요. 엄마가 쓰러졌는데 아이가 심폐 소생술 하면서 119에 전화해서 살려냈다, 막 이런 거.
◆ 정혜신> 그런 거 나오잖아요. 그러듯이 우리가 도처에 아픈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 그래서 소리 없이 뒤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일상에 너무 많은데 이것만 알면, 이것만 알면 전문가 찾아가기 전에 나도 살려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제가 확인한 것들이 있다고 저는 확신을 한 거죠. 그래서 이건 공유해야 되겠다. 공유하는 제일 적절한 방법이 글, 책이었던 것뿐이지 저한테는 책을 쓴다, 글을 쓴다. 이런 맥락은 아니었던 거죠.
◇ 김현정> 이 당신이 옳다를 문재인 대통령도 읽으셨더라고요.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읽고 SNS에다 소감을 올린 게 또 화제가 되었는데 뭐라고 했냐면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얕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 정혜신> 굉장히 성찰적 독후감이었어요. 보통은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아니면 어떤 공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이런 책을 읽다 보면 공감과 소통, 알았다. 우리 사회를 공감적인 사회로 만들려면 우리 국민들이 공감적으로 되려면 이렇게 이렇게 해야 되지 않나. 이런 쪽으로 내가 좀 마음을 쓰겠다. 예를 들면 그렇게 말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안 하고 그 뒤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내 가족들의 공감, 내 옆의 사람, 가족과의 공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해 봐야 되겠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공감을 소화를 하고 성찰을 한 거거든요.' 저는 이런 태도여야 공감을 알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래서 아주 정확한 독후감이라고 저는 느꼈어요.
◇ 김현정> 도대체 이 책이 뭘까. 지금 여기까지 들으시면 되게 궁금하실 텐데 책의 시작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을 합니다. 스타들이, 정말 내로라하는 스타들.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있고 어디 가나 지인 할인도 받을 수 있는 (웃음) 그런 스타들이 왜 공황장애를 많이 겪을까.
◆ 정혜신> 그것도 성공한 사람들이.
◇ 김현정> 아니, 그러고 보니까 생각해 보니까 스타들 중에서도 특히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 이런 방송인들이 다 공황장애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왜 그럴까.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더군요.
◆ 정혜신> 우리가 우리 모두가 아픈 것의 어떤 한 아주 정확한 표본. 그러니까 리트머스 시험지같이 그 연예인들의 공황장애가, 성공한 연예인들 공황장애가 그런 우리의 삶을 진단할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스타들의 공황장애가?
◆ 정혜신> 아주 상징적인 그런 측면이 있다고 저는 보죠. 그러니까 스타라는 것은요. 타인의 욕구, 그러니까 대중의 욕구, 대중의 그 욕망 욕구에 나를 가장 잘 맞추는, 가장 잘 부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생태계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인 거죠.
◇ 김현정> 스타는 사실은 두 종류가 있어요. 요즘 같으면 기획사에서 애초에 잘 만들어진 아이돌 같은 사람이 있고 또 한 축으로는 이제 그냥 원래 내가 하던 대로 하는데 그게 사람들로부터 매력적이다. 이래서 스타가 되는 경우.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두 가지 다?
◆ 정혜신> 네, 두 가지 다. 왜 그러냐면 아예 대중의 욕구에 맞게, 욕망에 맞게 기획돼서 나오는 사람들은 당연 두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처음에 내가 좋아서 이렇게 이렇게 노래도 만들고 내 어떤 컬러를 드러냈는데 대중이 호응을 하죠. 굉장히 폭발적으로 호응을 하면 그런 고백들을 많이 하는데 그다음부터 자기에 대해서 자기 컬러, 자기 작품, 자기 방식에 대해서 자꾸 의식을 하게 된다는 거죠. 나는 이거 그냥 좋아서 한 건데 나는 그저 한 건데 사람들이 이렇게 왜 환호하지? 나의 어떤 점이 좋지?
이러면서 자꾸 자기를 다시 검열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고 이러면서 자꾸 의식이 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서 자기를 그것을 자꾸 더 맞춰야 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획되어 나온 스타들과 비슷한 스타에 나중에 그 대열에 다시 동참을 해야 살아남죠.
◇ 김현정> 나는 없고. 그러니까 진짜 나는 없고 사람들 눈에 비친 나만 존재하는 거군요.
◆ 정혜신> 그렇죠. 사람들의 욕망의 맞추는, 그럴 수 있는 나가 진짜 나야. 어, 그게 내가 나도 원하는 거야라고 합리화할 수 있어야 사실은 그것을 지속할 수 있잖아요, 내면에서.
◇ 김현정> 예를 들어서 버럭 이미지로 인기를 얻는 어떤 연예인이 있다. 이 사람은 항상 버럭해야 돼요. 버럭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환호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내가 왜 버럭만 하고 있지? 저게 나인가? 이런 괴리감을 느끼는 겁니까?
◆ 정혜신> 그런 거죠, 그런 거죠. 그런 것에 대해 의식을 하게 되고 그걸 자꾸 맞추게 되고 그러다 보면 원래 나는 어땠지? 나는 원래 예전에 버럭하지 않았을 때는 그런 것들이 이렇게 강화되지 않았을 때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본래 어땠지? 어떻게 했었지? 나는 누구지? 이런 것들이 이렇게 혼란이 오기 시작하죠. 가물가물해질 수 있죠. 그런 과정들이 말하자면 자기 소멸, 자기가 지워지는 과정. 그러다 보면 그 끝에서,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이 공황장애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 김현정> 나의 소멸.
◆ 정혜신> 내 존재 소멸의 마지막 종착역이 공황장애로 나타나는 경우.
◇ 김현정> 그런데 이제 지금 그러셨어요. 이게 어떤 우리가 겪는 것도 어떤 심리적인 문제의 리트머스 같은. 우리는 공황장애는 안 겪는데 우리는 스타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인데 우리도 그럴 수가 있는 거예요?
◆ 정혜신> 그렇죠. 내가 원한다고 하는 거, 내 가치관, 내 소신, 내 신념, 내 꿈. 이게 혹시 많은 경우에는 적지 않은 경우에 내 부모의 소신, 책에서 본 가치관, 내 스승의 말하자면 뭐 이런 것들.
◇ 김현정> 상사가 원하는 모습.
◆ 정혜신> 그 기대에 거기에 끊임없이 내가 나라고 그걸 그렇게 부을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잖아요. 그리고 그런 사회적인 압박이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강하죠. 그게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성공이라는 것은자기 억압의 결과이기도해요.
◇ 김현정> 잠깐만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어떤 연예인이다, 기업가다, 훌륭한 선생님이다, 훌륭한 화가다. 다 알고 보면.
◆ 정혜신> 뭐 다는 아닐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성공이라는 것은 자기 억압의 결과인 경우가 많아서 성공한 사람들의 신음. 뭐든지 다 갖춘 것 같은 사람들이 왜 공황장애로 쓰러지고 왜 죽을 것 같은 그 불안감에 시달리는지 우리가 그렇게.
◇ 김현정> 그러니까 성공까지 안 했더라도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우리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잘살아왔어. 그사이에 나는 어디 있지라는 생각을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거고.
◆ 정혜신> 그럼요, 그럼요.
◇ 김현정> 주부들이 현모양처. 막 이렇게 음식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나는 그런데 어디 있지? 나를 찾는 순간 나 오늘부터 설거지하는 거 다 걷어치우고 애들 키우는 거 걷어치우고 여행 가겠습니다 하는 순간 비난받는 거잖아요. 정신 나갔어? 그걸 못 하고 결국은 나는 죽이고 살아왔던 그 많은 사람들.
◆ 정혜신> 그러니까 그게 우리 삶의 어떤 한 거울 같은 모습이 아주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연예인들의 공황장애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CEO들도 많이 만나셨고 기업가들. 그런 분들한테도 이런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요? 그분들은 사실 평생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일하고 쉴 새 없이 일하고 이래서 돈도 많이 벌고 이런 분들인데도?
◆ 정혜신> 그럼요. 그분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권력이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 어떤 영향력이 많은 자리. 이 사람들은 항상 주위에 사람들이 많고 어느 자리에 가도 이 사람을 중심으로 막 사람들이 그 사람의 얘기만 듣고 다른 사람들 얘기 잘 안하거든요. 그리고 막 반응도 잘하고. 늘 그런데 이렇게 돌아서면 이분들의 속마음에는 그런 마음들이 있죠. 저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안다. 내 돈을 보고 그러는 거다. 저 사람들이 내 영향력을 보고 저러는 거다.
결국은 그러니까 내가 이 자리에서 내려가면 이런 권력이 나한테 있지 않는 이 자리가 나한테 내가 여기서 그만두면 이 돈이 없으면 그러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내면에 늘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사실은 존재 자체로 자기를 그런 거 없이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을 그런 사람들인 경우에 더 만나기가 어려운 거예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정혜신> 어떤 경우에는 자식도 나한테 그냥 아버지로써 아빠 하고 그냥 좋아서 친근해서 이런 게 아니라 쟤가 혹시 뭐 이런 것 때문에.
◇ 김현정> 내 유산을 보고 , 내 빌딩을 보고. 이런 생각. 끊임없이 불안해할 수 밖에 없는.
◆ 정혜신> 그러니까 자기 존재 자체로 나를 주목해 주는 사람에 대한 결핍은 그런 경우에 끝도 없이 더 큰 거죠. 모든 것을 다 자꾸 의심하게 되거든요. 그럴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늘 외롭고 혼자라고 느끼고 나 자체로 좋아해 주는 사람 없다고 느끼고.
그래서 어떤 분은 마지막에 그렇게 이제 연세가 드셨는데 마지막에 자기가 병들었을 때 병간호를 해 주던 간병인한테 이 사람이야말로 내 존재,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사람이다. 내가 아무것도 없을 때, 병들었을 때 그냥 훈장도 없고 멋진 제복도 안 입고 있었을 때 병든 몸인데 나한테 친절하게 자상하게 따뜻하게 해 줬다. 결국은 나를 사람으로 그냥 대해 준 사람은 자식도 아니고 누구도 아니고 이 사람 밖에 없다는 경우를 종종 보죠.
◇ 김현정> 그 사람에게 내 유산의 절반을. 이런 경우도 있었잖아요.
◆ 정혜신> 그렇죠. 그렇게 되는 이유가 그러면 자식들이 아이고, 아버지가 이게 병이 들어서.
◇ 김현정> 정신이 왔다 갔다 하시는 거다.
◆ 정혜신> 그런데 그게 아닌 거죠. 내 존재 자체에 반응해 준 사람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죠. 그러니까 존재 자체에 대한 결핍. 이런 것이 우리 사회의 빈부, 빈자든 부자든 권력이 있든 없든 노인이든 청년이든 아이든 여자든 남자든 사실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 김현정> 여러분 지금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나는 어떻지?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내가 원하는 내 모습대로 내 감정을 표출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거를 하면서 살고 있나. 아니면 우리 부모님의 눈에 맞게, 상사의 눈에 맞게. 혹은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그 눈에 맞에 살고 있나 한번 떠올려 보세요.
나는 어디 있지? 혹시 소멸되고 있지는 않은가. 저도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데 일단 여기서 노래 한 곡을 듣고 이렇게 심리적으로 위태위태한 소멸돼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그 심리적 CPR. 그 방법 한번 배워볼게요, 선생님. CPR이 그러니까 심폐 소생술인 거죠?
◆ 정혜신> 그렇죠.
◇ 김현정> 어떻게 해야지 심리적 CPR을 합니까?
◆ 정혜신> 그러니까 CPR이라는 건 심폐 소생술이라는 건 심장이 멈춰서 온몸의 모든 장기가 다 스톱이 된. 그러니까 다 죽음 상태. 생명 현상이 멈춘 상태잖아요. 그런데 그때 오로지 그냥 심장하고 폐에만 집중하는 거죠. 다른 거는 다 모르겠고 오로지 한 지점만.
왜냐하면 심장 하나만 돌아오게 하면 그 생명 현상으로 인해서 나머지 장기들은 2차적으로 저절로 자기가 알아서 생명을 정상적인 상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생명 구해 놓으면. 그러니까 심장을 구해 놓으면 나머지는 심장이 다 먹여살릴 수 있기 때문에 심장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잖아요.
심리적 CPR도 사람이 지옥 같은 고통에 빠졌을 때 굉장히 복잡하고 여러 가지 막 꼬여 있고 모든 것이 다 부숴지고 다 허물어지고 이런 상태.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상황에 그러니까 CPR처럼 심장에만 집중하듯이 뭐에만 집중하면 되냐면 그 사람의 느낌, 감정. 그거에만 집중하는. 그거에만 온통 무게를 싣는.
그래서 그 마음이 오롯이 드러났을 때 그때 그 사람의 마음, 느낌, 심정이 드러났을 때 거기에 공감을 정말 폭우처럼 쏟아주는 것. 그게 이제 심리적 CPR인 거죠. 메커니즘을 말하자면 그래요.
◇ 김현정> 그게 정신과 의사, 그러니까 전문의 아니어도 우리도 남편한테 할 수 있고 친구한테 할 수 있고 아이들한테 할 수 있는 거예요?
◆ 정혜신> 그렇죠. CPR. 아이들도 하잖아요, 배우면. 그러니까 심리적인 마음의 영역에서도 우리가 배우고 심리적 CPR이라고 하는 것만 정확하게 익히면 정말 지옥에 빠진 사람도 의사한테 가지 않은 사람도 내가 살릴 수 있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죠. 그게 가능하다.
◇ 김현정> 어떻게 해야 돼요, 그러면? 심리적 CPR이 필요한 것 같은 힘들어하는 친구를 발견했어요. 힘들어하는 동료, 엄마, 딸 발견했어요.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정혜신> 먼저 물어봐야 되는 거죠. CPR을 하려면요. 심장의 정확한 부위를 찾기 위해서 옷을 다 제끼잖아요. 코트도 벗기고 액세서리 있으면 찌르니까 떼버리고 속옷도 다 열고. 그리고 정확한 지점을 손을 포개고 압박을 하는 거잖아요.
지금 뭐가 힘들대요. 그래서 '나 너무 힘들어.' 하면 예를 들어서 '무슨 일이니?' 코트 벗기고 재킷 열 듯이 상황을 물어봐야 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세상에... 나는 너 정도만 되면. 난 네가 얼마나 부러운데, 세상에. 네가 그런 상황에서 왜 죽니.' 그거 아니고요. 그건 죽고 싶다는 사람의 마음을 확 차단한 거죠.
◇ 김현정> 우리는 그런데 제일 많이 가는 게 그거잖아요. 누가 우울하다 그러면 위로한다고 하는 거예요. '뭐가 우울해? 너 생각해 봐. 네 옆에 지금 자식도 있지. 너 결혼했잖아. 집도 있고 차도 있고 회사도 있는데 왜 죽어? 괜찮아, 살아.'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우리는.
◆ 정혜신> 그러거나 그런 얘기가 감당이 안 돼서 그냥 이렇게 얼버무리면서 적당히 외면하거나 다른 얘기로 이렇게 돌리거나 적당히 위로하고 이렇게 돌리거나. 다 그래, 요즘에. 다 힘들지, 뭐. 나도 그래. 말하자면. 술이나 먹자. 이렇게 되고. 내가 맛있는 것 살게. 이렇게 하는데 CPR이라는 것은 그 정확한 부위를 찾아서 모든 것을 젖히고 그 지점에 들어가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그렇게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드러낸 사람한테 외면하지 않고 그 지점을 찾아 들어가야죠. 그러려면 물어야 되는 거죠. 왜, 무슨 일인데? 지금 어떤 일이 있는데? 물어봐서 이렇게 상황을 얘기할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외투 벗은 거예요. 외투 벗기고 액세서리 벗긴 거예요.
그런데 그 상황을 이렇게 묻다가 아, 회사에서 예를 들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아니면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이런 상황이었고 누가 그랬고, 그런데 사람들이 이렇고. 거기서 정확한 마지막 지점은 뭐냐 하면 상황을 쭉 안 다음에. 그런데 그때 그 상황을 알았다고 해서 너 힘들겠다. 그거 아니고요.
그 상황을 듣는 것의 마지막 지점은, 정확한 지점의 마지막 그 점은 그런 상황이었구나. 그런 지금 네가 그런 입장이구나. 네가 지금 그런 상황인데 하루하루 네 마음이 어떠니? 마음을 물어봐주는 거죠. 그러면 다 불싸질러버리고, 예를 들어서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고 싶구나. 하루하루 그런 심정이야.
그래서 마지막 그 마음이 어떠니, 그 상황 속에서 네 느낌이 어떤 거니, 하루하루 어떤 마음인 거니, 어떤 느낌으로 네가 하루하루 지금 버티고 있는 거니. 그 마음을 물어보는 것이 CPR 할 때 정확한 가슴 정중앙을 누르듯이 그 지점인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외투 벗기듯 마음을 벗기고 얘가 터놓게끔 해야 되는 건데.
◆ 정혜신> 그렇죠.
◇ 김현정> 그것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예를 들어서 아이가 가출을 했어요, 가출 청소년이.
◆ 정혜신> 그런데 엄마예요?
◇ 김현정> 저는 친구로 한번 해 볼게요. A라는 가출 청소년이 고등학생이 가출을 해 가지고 친구인 저 B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나 가출했어. 그런데 지금 여기 명동인 것 같기도 하고 뒷골목인 것 같기도 한데 집에 들어가기 싫고 나 돈도 없고 그냥 이러고 있어' 라고 했을 때 이 아이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 거잖아요, 이 친구가.
이럴 때 그러면 어떻게 해서 마음을 열게 하고 그 심폐 소생술을 하기 위해서 외투를 벗길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야, 너 큰일 나. 빨리 집에 들어가. 너네 엄마한테 전화해 줄까?' 이렇게 하는 방법이 있을 거고. 어떤 식으로 하는 게 그럼 제일 좋은 외투를 벗기는, 마음을 열게 하는 방법일까요?
◆ 정혜신> 일단 그런 상황에서 충고나 조언 안 하는 것.
◇ 김현정> 충고나 조언을 해 줘야 되는 것 아니에요?
◆ 정혜신> 그러니까 너 위험해. 그러다가 지금 밤 깜깜한데 너 그러다 거기 있으면 위험해. 너 그러지 말고 일단 들어가라든지 이런 것들을 멈추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니까 제가 그래서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일단 멈춰야 위기에 있는 그 사람의 마음이 힘들 때 그 사람의 정확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 지름길을 가장 먼저 막는 게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 충조평판이라고 제가 얘기하는.
◇ 김현정> 충고, 조언.
◆ 정혜신> 평가나 판단. 충조평판. 그러니까 평가나 판단을 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분석하고 판단하지 말고 이거 위험한 상황이야. 너 들어가는 게 좋겠어. 이것 어떻게 해 줄게, 내가. 정말 전화해 줄게. 이런 것들이 충조평판이죠.
◇ 김현정> '그건 옳지 않아. 일단 지금은 집에 가. 그리고 내일 얘기하자.' 이것 안 돼요?
◆ 정혜신> 네, 그런 것이 충조평판이죠.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 옳은 말. 옳은 말을 하지 않아야 된다. 왜 그러냐면 위해서 한다는 말인데 그게 왜 위하는 말이 아니냐면요. 그 말만 듣고 충조평판을 한다는 것은 어떤 거냐면 그 아이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일반론인 거예요. 나 가출했어. 지금 저녁 몇 시야 그러면 그런 가출 청소년 A부터 Z까지 있으면 그냥 뻔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에요.
개별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상황인지 어떤 상태인지. 맨발로 지금 맞아가지고 뛰어나와서 지금 피신 나온 건지. 개별적 상황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 충조평판이에요. 제일 쉬운 말이 그럴 때 하는 옳은 말, 바른말이에요. 그러니까 제일 쉽고 모르는 사람이 던지는 말인 거예요, 일반론적인.
◇ 김현정> 그러면 충조평판을 걷어치우고, 일단. 일단 집어치우고 당신이 옳다, 네가 옳다라고 먼저 해야 된다는 건가요?
◆ 정혜신> 그러니까 당신이 옳다라는 것은. 네, 그렇게 해 줘야 된다는 건데 상황도 모르고 뭘 옳다고 뭘 얘기기해 줘요? 내가 명분도 모르는데. 당신이 옳다라는 것은 어떤 말이냐면 어떤 상황이어도, 어떤 행동을 했어도, 지금 어떤 마음을 먹었더라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옳다는 거죠. 개연성,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괜히 추운데 뛰어나와서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드는 사람은 이유 없이 그러는 사람은 없는 거예요.
◇ 김현정> 없죠, 없죠.
◆ 정혜신> 이유가 있는 거죠. 그래서 그 이유에 눈을 맞춰주고 너 나왔구나. 지금 이렇게 밤인데도 너 지금 집에서 나왔어? 너 무슨 일이 있구나. 무슨 일이야? 네가 이랬을 때는 뭐 이유가 있는 거야.
◇ 김현정> 네가 그냥 그럴 아이가 아닌데.
◆ 정혜신> 그게 당신이 옳다라는 뜻을 전제한 거죠.
◇ 김현정> 이해가 됐어요. 그러니까 그 마음을, 심폐 소생술을 하려면 정확히 그 사람의 상태를 알아야 되는데 그러려면 마음의 문을 열어야 돼, 외투를 열어야 돼. 그러려면 일단 편이 돼줘야 한다. 내 편 인증을 해야 된다.
◆ 정혜신> 그렇죠, 그렇죠.
◇ 김현정> 너 옳아. 너 그렇게 하는 데 이유가 있었을 거야. 매일 게임방에 가서 노는 아들이 있어요. '이놈의 자식, 공부해야 되는데.' 이게 아니라 '네가 게임방에 계속 가서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거겠구나. 내가 그 얘기를 좀 듣고 싶네.' 이렇게 접근하라는 거예요.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렇게?
◆ 정혜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고3인데 애가 맨날 PC방에만 가요. 게임만 해요.
◇ 김현정> 아이고, 속 터져.
◆ 정혜신> 저게 고3이 저러면 저거는 낙천적인 거야, 바보야, 다 포기한 거야?
◇ 김현정> 솔직히 엄마는 속 터지죠.
◆ 정혜신> 속 터지죠. 그런데 걔가 그러고 있을 때는 이유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걔도 자기가 고3인 것 알아요. 이러고 있으면 엄마로부터 그것도 너무 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짜증나고,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어도 계속 불안하고 또 집에 들어가면 무슨 소리 들을지 뻔하고. 그러니까 계속 불편하고 그런데 앉아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얘한테 어떤 그것을 모두 뒤엎을 만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으면 거기 있을 수 없는 거예요. 그걸 전제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되는 거지.
누구야, 어떤 마음인 거니, 도대체? 엄마는 잘 사실 모르겠는데 어떤 마음인 거니? 궁금해, 나는. 너한테도 이유가 있을 거야. 그런데 그 마음이 정말 궁금해. 물어봐줘야 아이가 그때부터 얘기를 하고 그러면서 심장 정중앙에 CPR을 하듯이 그러면서 엄마와 아이가 비로소 만나는 거죠. 물어봐야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담배 피우는 아이가 있다 치죠. 술 마시는 아이가 있다 치죠. 얘한테 엄마는 너를 이해해라고 말을 했다가 엄마, 담배 좀 사다 주세요라고 했다는 이런 예를 제가 들었어요. 그럼 담배 사다 줘야 돼요?
◆ 정혜신> 제가 당신은 옳다, 공감을 한다는 것은 당신이 옳다라는 것은 사람의 행동까지 다 옳다는 게 아니에요. 행동은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있어요.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하고 죽인 것하고는 다르잖아요.
◇ 김현정> 다르죠.
◆ 정혜신> 그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옳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도 마음은 공감할 수 있어요. 별개예요.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마음 이해해. 그때 그럴 수 있어. 엄마도 아빠도 그때 그런 마음, 그런 충동이 있었어. 이럴 수 있어라고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 준다고 해서 그 행동까지 받아줄 필요 없어요. 그럴 것 없어요.
엄마가 네 마음은 알겠는데 야, 엄마가 너 담배까지 사다 줄 수가 없지. 그런데 엄마는 그 마음은 이해해. 네가 알아서 해, 그건. 그러다 걸릴 수 있잖아요. 그러면 그건 네 책임이지. 엄마도 그건 도와줄 수가 없어. 그건 사회의 룰이야. 그 길 엄마가 어떻게 아냐. 너도 알잖아.
◇ 김현정> 하지만 너를 이해해, 그 마음이 뭔지는. 나도 그랬어, 옛날에.
◆ 정혜신> 그래, 걸리지 말고 너 그럼 잘 해. 그렇게 하는 것이 공감이에요. 사다 주는 것은 그것은 경계를 넘어선 거예요. 오버예요. 과도하게 개입한 거예요.
◇ 김현정> 그렇군요.
◆ 정혜신> 그리고 아이가 져야 되는 행동에 대한 책임까지 이쪽에서 과잉으로 경계가 넘어서 엄마가 그걸 말하자면 담배 사다줘. 나중에 그러다가 싫은 소리 듣죠. 담배 떨어졌는데 왜 안 사왔어? 이럴 수 있는 거예요.
◇ 김현정> 담배 채워놓으라고. 이렇게 하라는 게 아니에요.
◆ 정혜신> 완전 본질이 벗어난 거죠. 그 마음을 알겠다는 거예요, 마음을 내가.
◇ 김현정>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 줘라. 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연습을 많이 해야 될 것 같아요. 심리적 CPR 연습 많이 해야 될 것 같아요. 은퇴 후에 말이죠, 우울증을 겪는 중년 남성들이 참 많아요, 선생님.
◆ 정혜신> 거의 100%.
◇ 김현정> 100%입니까?
◆ 정혜신> 그럼요, 100%죠. 그 사회적 자아가 자기가 그냥 사회적 자아만이 자기인 줄 알고 일생을 살아왔던 사람. 개인적 자아가 남아 있지 않거나 그런 것에 대한 감각을 살아오면서 다 잃거나 그걸 별로 중요시하게 생각도 안 했거나 이러면서 그냥 사회적 자아가 내 전부인 줄 알고 살다가 사회적 그 역할이 없어졌을 때는 진짜 자기 소멸의 위협을 느끼고 굉장히 당황하죠. 그래서 그때부터 거의 저는 그런 상황이 되면 거의 100% 굉장한 우울과 혼란과 이런 것을 겪는데 저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보지 않아요.
◇ 김현정> 그래요?
◆ 정혜신> 그것이 어떻게 병이겠어요? 삶의 과정 중에 그런 위기, 그런 고비를 만났을 때 맞닥뜨리고 해결해야 되는 우리 삶의 일상의 숙제인 거죠. 질병으로 볼 문제 아니라고 보죠.
◇ 김현정> 그럼 그냥 좀 당연하게.
◆ 정혜신> 당연하죠.
◇ 김현정> 받아들여야 되는 거예요?
◆ 정혜신> 네, 힘들지만 당연히 거쳐야 되는 것이고 내가 해결해야 되는 내 숙제지, 의사한테 가서 그래서 잠이 안 와요. 불안해요. 약 먹고 버틸 일이 아니라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저는 그렇게 느껴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어떻게 극복해야 돼요, 그럼 선생님? 아까 심리적 CPR을 내가 아이들에게, 내가 친구에게 하는 방법은 알려주셨는데 그런 사람도 없어요. 마땅히 나한테 해 주려고 하는 사람도 없어요.
◆ 정혜신>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나를 공감해 줄 사람이?
◇ 김현정> 나한테 심리적 CPR을 해 줄 사람도 없어. 털어놓을 친구도 솔직히 없어.
◆ 정혜신> 그렇죠, 개인적 자아가 없으니까.
◇ 김현정>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돼요?
◆ 정혜신> 일단 그때 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요. 내가 나한테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돼요.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 처하면 불안하죠. 두렵죠. 그리고 너무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고 너무나 무기력하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고 아무도 주위에 없는 것 같은 느낌.
◇ 김현정> 보잘것없는 존재가 된 느낌.
◆ 정혜신> 네, 그런 느낌. 그런 나를 내가 먼저 거의 밟아요, 사람들이.
◇ 김현정> 비교하고.
◆ 정혜신> 그런데 내 친구도 혼자 그러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런데 혼자 이러고 있는 것, 그걸 멈춰야 되는 거죠. 장기수로 30년 동안 감옥에 살다가 금방 석방돼서 나온 사람인 거예요. 그때는 그 감옥 안에서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고요. 스케줄도 다 짜여져 있고요. 거기서 그렇게 나름대로 살았어요.
◇ 김현정> 회사에서 모범, 회사라는 감옥에서 나는 모범수였던 거예요.
◆ 정혜신> 그렇죠. 우리 삶이 대부분 그렇죠. 거기서 지금 금방 석방돼서 나와서 이제부터는 네가 자유고 어디든지 발 닿는 데 네가 가보라는 거예요.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거예요. 그런 상태가 저는 은퇴라고 생각해요. 이건 매우 어려운 삶의 고비고 이 순간에 휘청휘청하고 뒤뚱뒤뚱하고 이런 것은 당연한 과정이고요. 이것을 어떻게 대할까의 문제지. 이게 실패의 증거, 망가진 증거, 내 삶이 잘못된 증거, 내 생이 결국은 이 모양 이 꼴로 끝나는 것. 이런 것이 아닌 거죠.
◇ 김현정> 오케이. 좀 감 잡았어요. 그러니까 내가 힘들 때 나한테 CPR을 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아요.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해 주면 좋아요, 심리적 CPR을. 그런데 아무도 해 줄 사람이 없을 때는 스스로에게 CPR을 해라. 그 방법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라. 내가 옳다고 생각해라.
◆ 정혜신> 내가 드는 어떤 느낌도 이유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이유가 있는 것이고, 내가 딱 남들은 다 부러워해도 딱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도 이유가 있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죽고 싶은 마음부터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다 이유가 있으면 우리 삶의 모든 감정이 그 중간선상의 어느 선 안에 있을 것 아니겠어요?
사람의 감정은 다 옳아요. 다 이유가 있어요. 어떤 경우에도 충조평판 하지 말고 내가 너무 분노하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잔인한 내가 있나. 내가 사이코패스인가. 이렇게 판단하지 말고 평가하지 말고 내가 그렇게 화가 나면 내가 뭐가 억울한가, 내가 너무너무 당했나, 내가 너무 오래 참았나. 뭔가 나한테 물어봐줘야 되는 거죠. 그게 당신이 옳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막연히 좋게 생각하라 아니고요.
◇ 김현정> 선생님이 이런 말씀 하셨더라고요. 어느 장소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우리 깔깔깔깔대고 웃고 잠깐의 침묵이 흐르는 것도 사실 좋아하지 않죠. 막 얘기하고 떠들고.
◆ 정혜신> 불편하죠, 침묵이 흐르면.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그럴 때 무심코 던지신다면서요. 그런데 요즘 마음이 어떠니? 저는 책에서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 사람이 한 10명 모여서 모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런데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이게 될까?
◆ 정혜신> 마음이 어떠세요. 그러니까 자기 생각이나 견해에 대해서 1시간, 2시간도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마음이 어떠냐 그러면 한마디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서 사람이 이렇게 약간 주춤, 멈칫하잖아요. 저는 우리 일상의 그런 순간들을 마주하는 게 되게 의미가 있고 그래요. 어떤 정치인. 그러니까 정치를 하는 분이에요. 지금 아주 우뚝한 정치인이에요.
◇ 김현정> 우뚝한 정치인.
◆ 정혜신> 이렇게 여러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막 소셜 토크를 하고 좋은 얘기, 즐거운 얘기들을 한창 하고 있었는데 조금 이렇게 중간에 침묵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제가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그냥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갑자기 막 좌중을 그냥 압도하면서 얘기를 하고 있다 갑자기 가만히 있더니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꿈, 우리의 상황을 내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내 꿈으로 받아들였지. 그래서 나의 것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떠냐 그러니까 생각이 안 난다. 그런 얘기를 갑자기, 그 마음이 어떠냐 했더니 갑자기 그냥 멈칫하더니 조금 이따가 그냥 천천히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분이 그 자리를 떠난 이후에도 그 생각을 이렇게 하게 되실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마음이 어떠냐. 요즘 마음이 어떠냐. 아니면 지금 마음이 어떠냐. 그런 것이 단박에 그 사람 내면 존재의 핵심으로 직진해서 들어가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아까 CPR의 그 정중앙이라고 했던 그 마음, 느낌이 물었기 때문에 거기에 그분의 마음이 이렇게 확 뭔가.
◇ 김현정> 꽂히는 거군요.
◆ 정혜신> 꽂히고 열리고, 그분이 자기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되는 거죠.
◇ 김현정> 이번 설에도 삼삼오오 친척들끼리 모이기도 하고 또 거기서 같은 세대들끼리 모여서 차 마시기도 하고 이럴 거예요. 밥 먹으면서 얘기하고. 그럴 자리에서 한번 이런 질문 던져보면 민망하지 않고 얘기가 이어질까요?
◆ 정혜신> 민망하니까 얘기를 돌릴 수 있잖아요.
◇ 김현정> 좀 민망할 것 같아요. 막 이렇게 모여 있는데 갑자기 현정아, 너 요새 마음이 어떠니? 이렇게 하면.
◆ 정혜신> 아니, 그게 무슨 책에서 본 문구라서 던져보면 민망해서 안 됐는데 그게 약간 정혜신 코스프레 하는 것 같아서 안 되는데, 이게 입에 안 붙어서 그럴 수 있는데 진짜 사람 마음이 궁금하면 자연스럽게 내 입에 붙죠. 그러면 듣는 사람한테도 그 말이 스밀 거예요.
그런데 그 말이 어색한 것은 하는 사람이 어색해서 혹시 그럴 수는 있어요, 하는 사람이. 그런데 마음이 궁금하면 막 왁자지껄 이런저런 아이 학교 보낸 것. 약간 자랑도 했다가 잘난 척도 했다가 막 이럴 때 그런데 요즘 마음이 어떠냐고 물으면 얘기가 조금 다른 층위로 진입할 수 있죠.
◇ 김현정> 한 사람만 거기서 터놓기 시작하면 줄줄이 다 나올 것 같은데요.
◆ 정혜신> 그럴 수 있죠.
◇ 김현정>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뭐, 그게 예를 들어서 조금 더 조용한 자리면 더 좋을 것 같고.
◆ 정혜신> 그렇죠. 어떤 분이 책을 보고 남편한테 요즘 당신 마음이 어때?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를 하냐고. 그러고서 머쓱해 가지고 자리를 그냥 일어난 거죠. 그랬는데 남편이 그다음에 그 말이 마음에 이렇게 와닿았나 봐요. 그러게, 내 마음이 어떻지 생각을 해 보기 시작한 거예요. 왜냐하면 사람 그 존재의 핵심이라는 것이 그 마음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 느낌의 안부, 거기를 이렇게 터치를 하면 사람은 반드시 반응하게 돼 있어요. 그게 존재의 속성이에요.
◇ 김현정> 그 자리에서 안 하더라도.
◆ 정혜신> 안 하더라도 그게 파장이 있는 거죠.
◇ 김현정> 저도 지금 박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요즘 내 마음이 어떻지? 저한테 한번 물어봤거든요.
◆ 정혜신> 대답하려고 하지 마시고요. 그냥 한동안 물어보고 그 언저리를 그냥 뱅뱅 돌아보면. 저는 그게 그 과정에 의미가 있고, 그게 자기를 만나는 거고.
◇ 김현정> 그런데 좋은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요. 그런데 그래도 그냥 괜찮은 거예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예요?
◆ 정혜신> 그럼요. 좋은 답이 안 나올 것 같다. 아 그렇구나, 내가 이랬구나, 아 그렇구나, 내가 힘들구나, 내가 지쳤구나, 내가 요즘에 좀 억울하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내가 그랬구나 알아주는 것. 그게 당신이 옳다는 거죠. 알아주기만 해도.
◇ 김현정> 셀프 CPR이 그러면서 되는.
◆ 정혜신> 그런 거죠. 그리고 그걸 충분히 알아주면 그게 나니까, 명료한 나니까 그 바탕에서 누구 친구를 찾기도 하고.
◇ 김현정> 해법을 찾아가보는 식으로.
◆ 정혜신> 그럼요. 그다음 얼마든지 찾을 수 있죠.
◇ 김현정> 좋네요. 우리 꽤 긴 시간 이야기했는데 결국 해답을 얻었어요. 나 스스로한테도 너 요즘 마음이 어떠니? 한번 물어봐주시고요. 내 옆에 있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아이에게도 적당한 타이밍에 너 요즘 마음이 어떠니? 한번 물어봐주세요.
◆ 정혜신> 굉장히,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하시게 될 거예요.
◇ 김현정> 거기서부터 시작해라?
◆ 정혜신> 네, 그럼요. 아주 어린아이한테도 물어봐도 이것 다 나와요.
◇ 김현정> 어, 7살한테 물어봐도 돼요?
◆ 정혜신> 그럼요. 오히려 더 정확하게 나오죠.
◇ 김현정> 더 잘 나오려나?
◆ 정혜신> 어른들은 오히려 이렇게 잘 떠오르지도 않고 이러는데 아이들은 더 정확하게 나오죠.
◇ 김현정> 좋습니다. 당신이 옳다 심폐 소생술, 심리적 심폐 소생술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해 주신 정혜신 박사, 감사드리고요. 일단 이 설에 모인 자리에서 다른 것 다 못 하겠으면 충조평판부터 멈추겠습니다.
◆ 정혜신> 옳은 말하지 마라.
◇ 김현정> 평가하고 돈을 잘 버니, 벌어야지, 결혼해야지. 이런 것부터 멈추는.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시죠. 지금 많이 듣고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께 정혜신 박사님의 설 덕담 마지막으로.
◆ 정혜신> 덕담. 내 남편이든, 아내든, 내 아이든 저 사람 속은 부처님 손바닥이야. 저 사람은 이 내 손바닥 안에 있어. 예를 들어서 다 그렇지, 내 아이 뻔하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사람은요. 사람이라는 존재는요. 내가 바라보는 사람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것만 알아도, 그것만 알아도 물어보기 시작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할 수 있고 그것이 어떤 한 존재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고 예의기도 하고 그것이 치유적인 관계의 시작이기도 하고 그렇죠. 심지어는 나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것도 나에 대해서 그것만 알아도 나에 대해서 조금 다른 시선을 이렇게 조금 열어놓을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생길 것 같아요. 그러면 나도 자꾸 물어봐주게 되죠.
◇ 김현정> 예를 들어서 나에게 남편은 너무나도 단단한 사람, 항상 웃고 밝고 이래 보여요. 아이도 그럴 수 있어요. 쟤는 뭐, 굉장히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사람조차도 사실은 아닐 수 있다.
◆ 정혜신> 내가 바라보는 그 모습이 그 아이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모든 존재는 내가 바라보는 것 그 이상이다라는 것만 우리가 알아도.
◇ 김현정> 좋습니다. 당신, 요즘 어때, 마음이 어때라고 물어봐주시고요. 옳다라고 인정해 주시고 공감부터 한번 시작해 보죠. 선생님도 평안하시고요. 오늘 너무 좋은 시간. 가끔가다가 몇 개월마다 한 번씩 뉴스쇼에 출연하셔서 이렇게 마음의 비타민, 마음의 보약을 좀 넣어주시면 좋겠어요.
◆ 정혜신> 그럴게요.
◇ 김현정> 박사님과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정혜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현정> 설 연휴 마지막 날에 함께한 김현정의 뉴스쇼.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내일 아침 7시 반 평상으로 돌아온, 일상으로 돌아온 아침에 인사드리죠. 연휴 마무리 잘 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