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법정구속…항소심, '위력' 등 쟁점 뒤집어

항소심, 피해자 수행비서 김지은씨 진술 신빙성도 인정
법원 "변호인,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 기반"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되면서 2심 재판부의 주요 쟁점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폭행 과정에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 △피해자 전직 수행비서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을 안 전 지사 항소심 쟁점으로 꼽았다.

1일 법원 등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범죄 과정에 업무상 위력이 가해졌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의 개념이나 인과관계를 따질 때는 엄격히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 보니 피해자 의사에 반하지만, 업무상 위력 행사 등이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 형사처벌이 힘든 현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위력 행사가 범죄행위까지 미치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가 항상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해왔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위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큼 범죄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위력의 행사와 성관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1심 결론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는 현직 도지사였고 피해자의 인사권자였다"며 "김씨는 안 전 지사를 최근접 수행하면서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국정원 등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와 권력을 가진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안 전 지사를 여당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인식하고 있었고, 자신의 업무 등 거취도 본인 의사보다는 조직의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인식했던 듯하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충분히 제압할 권세나 지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업무 자체가 안 전 지사의 심기를 수시로 살피는 것"이라며 "종합해 보면 수행비서로서 적극 저항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간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객실로 불러 김씨에게 '안으라'고 하고 침대로 데려가 옷을 벗긴 행위는 안 전 지사가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1심이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로 믿을만하지 않다며 인정하지 않은 수행비서 김씨의 진술도 믿을만하다고 봤다.

안 전 지사 측은 피해를 당한 직후 김씨의 행동을 볼 때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김씨가 도피나 회피 없이 피해를 당한 다음 날 아침부터 근접 수행하고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성격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변호인의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해 김씨를 포함해 증인 5명을 신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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