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도 총알배송…당해낼 재간 없는 전통시장

5~6가게 당 손님 1명…상인들 "대목 커녕 평소만도 못해"
온라인, 모바일 쇼핑은 갈수록 늘어

설 명절을 앞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한 과일상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재완 기자
스마트폰 클릭이면 문 앞까지 총알배송되는 시대에 설 대목을 맞은 재래시장 상인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지난 1일 오전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청과시장에는 언뜻 봐도 50개도 넘는 과일상점들이 도로 양쪽으로 늘어섰지만, 손님은 기껏해야 가게 5~6곳에 한 두명 있을까 할 정도였다.

모퉁이에 자리한 가게에서 한 상인 아주머니가 진열해둔 사과와 배를 수시로 닦아 윤을 냈지만, 한동안 손님은 없었다.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잡숴보고만 가시라"고 손을 흔드는 다른 상인들도 허탕치기 일쑤다.


이날 오후엔 뜸했던 손님들의 발걸음마저 사실상 끊긴 모습이었다. 문을 닫는 상점들, 자리를 오래 비운 상인들도 더러 보였다. 대목은커녕 '평소만도 못하다'는 말이 상인들 입에서 절로 나왔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단 박동혁(56)씨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평소만큼도 장사가 안되는 게 이번 설 연휴"라고 했다. "그래도 대목이려니 장사를 하려고 쉬는 날인 일요일에도 나와봤는데 어떻게 사람이 한 명도 안 왔다. 지방에서 올라올 예정이던 물건도 안 팔릴 거라 다 중지했다"고 말했다.

장사가 제일 잘 되는 편이라던 안해윤(45)씨도 "실제 날씨는 평소보다 안 추운데도 장사가 안돼 체감으론 매우 춥게 느껴질 정도다. 물동량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며 "작년에 비하면 3분의 1에서 절반이나 될까 말까라고 봐야할 정도다"라 했다.

백화점과 마트에 이어 요즘엔 밤에 주문해도 다음날 새벽 배송되는 유통공룡들이 잠식해 재래시장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

박씨는 "인터넷 배송으로 사다 보면 이런 전통시장에서 안 사는 게 당연하지. 우리가 어떻게 하긴 힘들다"고 웃어버렸다.

다른 상인도 "요즘엔 인터넷을 넘어서 휴대폰으로 사고 음식 주문도 배달앱을 쓴다"며 "굳이 안 나와도 이 스마트폰으로 다 의사소통하니까 전통시장을 찾아오질 않고 죽어가는 거 같다"고 했다.

명절만큼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자 시에서 도로 무료주차 혜택을 제공하지만 별 소용없는 모양새다.

근처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박성현(41)씨는 "차를 몇 시간씩 풀어주곤 하는데 와닿지는 않는다. 일단 전통시장을 사람들이 와야하는데 일단 안 오고, 와도 다 편한 대형쇼핑몰, 백화점으로 간다"고 했다.

허용된 주차구역이 좁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선숙(52)씨는 "우리 또래들이 많이 오는데 다들 주차 단속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며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손님이 오다 차 뺴라 하니까 당황해서 가버리더라"고 했다.

실제로 명절 기간 선물 구매 등에서 모바일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비율은 2016년 21%에서 2017년 25%, 2018년 27%로 올랐다.

쿠팡은 2주 전 하루 170만 개의 로켓배송 상품을 출고하며 일간 배송량 최대 기록을 냈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 하루 150만개보다 약 13%가량 성장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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