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갇힌 소비자…'온라인 쇼핑몰은 웃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인근 도로에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회색빛을 띠고 있다. 이한형기자
겨울철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면서 시민들이 바깥 외출을 꺼리고 덩달아 오프라인 쇼핑 매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반면 온라인 쇼핑몰의 쇼핑객이 급증해 이커머스 업계가 희색이다.

올해는 한 겨울부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짝 추위가 찾아오면 잠시 대기가 맑아졌다가 기온이 오르면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뿌옇게 덮어버리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잊을만하면 찾아드는 미세먼지가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띠는 건 시민들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서울지역의 낮기온이 영상 6~7도까지 오른 지난달 30일에도 미세먼지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평소 많은 시민들이 찾는 한강과 안양천 같은 도심 하천변은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고 주요가로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친 지난 11일~14일 사이에는 시민들이 외출을 국도로 자제하는 바람에 주요간선도로의 교통량까지 줄었다. 회사업무로 일산에서 강남을 종종 오가는 윤모씨는 "보통 강남까지 가는 데 자동차로 1시간 40분에서 2시간 가량 걸리는데,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했던 14일에는 40여분만에 강남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교통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11번가는 미세먼지를 예방하는데 도움되는 이색상품을 기획했다 (사진= 11번가)
하루 이틀 걸러 미세먼지가 끼다보니 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든 만큼, 옥션이나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을 찾아 쇼핑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3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미세먼지가 봄에 많은데 올해는 삼한사미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미세먼지가 잦아 온라인쇼핑몰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고, 11번가 관계자는 "마트나 바깥에 나가는 일이 적으니 온라인 고객이 늘면서 미세먼지 제품 뿐아니라 생활필수품 위주로 거래액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는 특히 황사나 미세먼지 이슈가 매년 반복되면서 소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착안, 관련상품을 바로바로 노출시키거나 인기상품을 기획하는 등 미세먼지가 야기하는 시장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더 짙어지고 길어진 미세먼지현상은 마트쇼핑족을 홈쇼핑족으로 바꿔 온라인쇼핑몰의 매출급증으로 이어졌다.

옥션은 미세먼지 긴급재난문자가 전송된 지난 11일~24일까지 마스크.공기청정기 매출이 2018년 같은 기간 대비 200~220%이상 증가했고, 생활필수품인 가공식품(35%), 국.찌개(41%), 통조림.캔(351%), 쌀.과일(31%), 기저귀.분유(10%)의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11번가 역시 반찬 통조림 등 '간편식' 거래액이 크게 치솟았다. 통조림은 지난달 대비 거래액이 554% 급증했고 반찬간편식 102%, 기저귀 209%, 과일 61% 등 거래량이 폭증했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11번가는 "미세먼지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집 앞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간단한 간편식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마켓도 마찬가지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아이템 중심으로 소비에 나서면서 가공식품과 즉석밥, 카레, 김, 신선식품 판매가 특히 증가했다.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상거래에 기상현상까지 겹쳐 이커머스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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