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빅2' 삼성·한화생명은 왜 즉시연금 민원인에게 소송까지 했나

즉시연금 사태 '법정 대리전'으로 치달아
보험사 민원인에 소송 이어 금감원 사상 첫 소송 지원
첫 공판 기일은 아직 미정

즉시연금 사태가 법정 대리전으로 치닫고 있다. '즉시연금을 덜 줬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일괄지급 권고를 받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민원인에게 소송을 제기하자, 금감원이 사상 처음으로 민원인 소송 지원에 착수하면서다.

◇ '즉시연금 사태', 보험사의 기본 vs 금융당국의 원칙이 맞부딪치는 사안

즉시연금보험은 2000년도에 50세 이상 노령층이 목돈을 노후생활연금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정책성 보험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보험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한 번에 받아 운용해 이익금을 다달이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MF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업자들이 많으니까 이들에 대한 재테크 수단으로 만들어졌다"며 "이후 2012년도에 세제 혜택이 줄어든다고 발표하면서 절판 마케팅으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즉시연금을 가입할 당시 해당 약관에 연금을 지급할 때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뺀다는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민원인은 이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고, 분조위는 민원인 말대로 약관에 설명이 없었다며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약관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운용하는 것은 모든 보험 상품의 특징이라고 맞섰다.

사업비를 빼지 않으면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며 '보험의 기본'을 모르는 처사라고 항변했고, 금융당국은 그렇다면 그 기본을 왜 약관에 넣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 결국 '법정 공방'으로 치달아…'자살보험금 사태'와 같은 길 걷나

생명보험업계 1위와 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분쟁 조정을 신청한 민원인 5명(삼성생명 1명, 한화생명 4명)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도 민원인 편에 서서 직접 소송 지원에 나섰다. 금감원 사상 첫 소송 지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세칙의 소송지원에 따라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각각 1명씩 소송 지원을 신청했고, 아직 첫 공판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생명이 지난해 8월 민원인 1명을 상대로 소송을 처음 제기했을 때 당시 계약자는 돌연 금감원 민원을 취하했다. 초대형 보험사와의 법정 소송 자체가 개인이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천명한 '금융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고 즉시연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금감원은 민원인의 변호사 선임은 물론 소송 비용, 법원에 제출할 자료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자살보험금 사태 때 보험사들이 주장했던 논리들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법정 소송이 진행되고 유사한 판결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ING생명은 당시 금융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약관조항을 작성하고 보험료를 책정해 판매하는 업무는 모두 보험사가 좌우할 수 있는 업무"라며 "(잘못 작성된 약관에 대한) 위험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금융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가 민원인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눈여겨 봐야 한다. 약관에 상품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해 민원을 제기했고 금융당국도 손을 들어줬는데도 개인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보험상품을 든 누구에게라도 해당되는 사안"이라며 "200여명의 공동소송 원고단을 모집해 제대로 된 싸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 해 9월부터 연말까지 4개월간 접수받은 즉시연금 분쟁조정신청은 1500여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약 700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화생명 220여건, 교보생명 110여건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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