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한국 축구…지는 별과 뜨는 별

기성용은 2008년 A매치 데뷔 후 110경기 출전의 기록을 남기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임미현 >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스담쓰담 코너입니다. 체육부 오해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 오해원 > 네. 안녕하세요

◇ 임미현 > 아시안컵 결승이 오늘 밤에 열리지만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나섰던 우리 대표팀은 출전을 못 하자나요. ‘역대 최고 멤버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는데 진짜 아쉽습니다.

◆ 오해원 > 네 오늘 열리는 결승전에 우리 대표팀이 뛰는 모습을 저 역시도 기대했지만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해 대회를 일찌감치 마무리했습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끝나고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무패행진이 지난 카타르와 8강전 패배로 마침표가 찍힌 건데요.

벤투 감독 부임 후 11경기나 패하지 않았던 우리 대표팀인데 카타르전에서 처음 졌습니다. 고작 한 경기 진 것 가지고 뭘 그리 난리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조별예선이 아니라 토너먼트에서 패했다는 점이 아쉬운 거죠. 조별예선은 지더라도 다른 경기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는데 토너먼트는 지면 곧 탈락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일본과 카타르의 결승을 쓰린 속을 달래며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 임미현 > 우리 대표팀이 선수 구성도 좋았고, 새 감독 오고 나서는 분위기도 좋았단 말이죠. 그런데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던 걸까요?

◆ 오해원 >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2018년의 좋았던 흐름을 2019년에는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1월 1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부터 출발이 꼬였다고 봐야겠고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진행하는 가운데 부상자가 계속해서 발생했다는 점도 분명한 아쉬움이었습니다.

대회 중에 4명의 치료사 가운데 팀장을 포함한 2명이 계약 문제로 대표팀을 떠나면서 선수들의 몸 관리가 엉망이 된 거죠. 경기를 할수록 부상자는 자꾸 나오고, 기존에 다쳤던 선수들은 회복이 더디고…

아마도 카타르전을 보신 분들께서는 느끼셨을 겁니다. 우리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거든요. 결국 한 수 아래라고 봤던 카타르에 덜미를 잡히면서 2004년 중국 대회 이후 15년 만에 아시안컵 4강 진출 실패라는 부끄러운 성적에 그치게 된 거죠.

구자철(왼쪽) 역시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을 끝으로 10년이 넘는 대표팀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사진=대한축구협회)
◇ 임미현 > 우승 도전이 좌절된 것도 아쉬움이 큰데 기성용 선수, 또 구자철 선수가 대표팀에서 은퇴한다는 소식도 있잖아요. 이 두 선수 우리 대표팀의 핵심자원들 아니었나요?

◆ 오해원 > 맞습니다. 기성용은 2008년 9월 A매치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총 110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구자철은 조금 앞선 2008년 2월에 A매치 데뷔전을 치러 76경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습니다.

이 선수들은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활약하면서 남아공 월드컵 원정 16강, 런던 올림픽 동메달 같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썼던 선수들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어쩌면 벤투 감독 부임 후 맞이한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쉬움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임미현 > 그런데 이제 30대에 접어든 선수들의 은퇴가 너무 이른 것 아닌가요? 조금 더 뛰어도 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 오해원 > 기성용과 구자철이 모두 1989년생입니다. 저희가 기사를 쓸 때 나이로 딱 서른인데요. 대표팀 은퇴 시기가 조금은 이르다는 느낌은 분명 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만 해도 당시 황선홍이나 홍명보, 유상철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으로 뛰었다는 점만 봐도 대표팀에서 한창 더 뛸 수 있을 나이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사실 이 선수들도 이유는 있습니다. 둘 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인데 대표팀에 소집되는 경우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 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1년 아시안컵을 마치고 당시 서른이었던 박지성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당시 박지성도 ‘부상이 아니었다면 체력적으로는 힘들어도 대표팀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을 거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기성용과 구자철도 최근까지 부상으로 고생을 좀 했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 유럽 생활의 마지막이 보이는 만큼 오롯이 소속팀에 집중하고 나서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접게 된 거죠.

'벤투호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은 황인범은 K리그를 떠나 북미메이저리그사커(MLS)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사진=대한축구협회)
◇ 임미현 >기성용이나 구자철의 대표팀 은퇴는 분명 아쉽지만 두 베테랑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기대주도 분명 있잖아요.

◆ 오해원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대표팀 핵심자원이었던 두 선수라는 점에서 난 자리는 분명 클 겁니다. 한동안 벤투 감독이 대체자원을 찾기 위해 고생 좀 할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선수의 빈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눈에 띕니다.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의 말씀 들어보시죠.

"이제는 런던 올림픽 세대가 뒤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 흐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하는 92년생 세대들, 지난해에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던 95년, 96년에 있는 선수들이 그 뒤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주목을 받는 신예급 선수는 이번에 북미메이저리그사커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하는 황인범 선숩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하면서 벤투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고 대표팀에 호출돼 벤투호 황태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중용됐는데요. 많은 축구팬은 황인범이 K리그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만큼 한층 기량이 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빼놓을 수 없죠. 아마 지금 우리 대표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승우가 손흥민 다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특히 또래 여성 팬의 지지가 엄청납니다. 한동안 소속팀에서 입지가 불안했던 것도 사실인데 최근에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기대치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백승호 선수나 독일 분데스리가의 정우영 선수도 1군 경기에 출전하며 벤투 감독의 부름도 기대하는 상황이고요. 특히 어젭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가 1군 선수로 공식 등록한 18세 유망주 이강인 선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강인은 18세 어린 나이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1군에 정식 등록되며 많은 축구팬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 임미현 >18살이면 우리로 따지면 아직 주민등록증도 안 나온 나이거든요. 이강인 선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줄 수 있을까요?

◆ 오해원 > 축구팬이라면 익숙하실 이름이고요. 축구에 관심이 없는 청취자분들도 이제는 익숙해질 이름이 될 겁니다. 이강인이라는 이름이요. 11살 어린 나이에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해서 월반에 월반을 거듭하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2022년까지 장기 계약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바이아웃이 책정될 정도로 그야말로 소속팀 발렌시아가 애지중지 키우는 선숩니다. ‘1000억원을 줘야 이 선수를 데려갈 수 있다’ 이렇게 다른 팀들에게 엄포를 놓은 셈인 거죠.

우연히 발렌시아 내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강인 선수를 팔지 않겠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하더군요.

스페인 축구를 중계하는 송영주 해설위원 말씀 들어보시죠

"이강인에 대한 국내 관심이 뜨거운데 사실 스페인에서도 이미 스타다. 데뷔하자마자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대단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출전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내에서도 이 선수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이냐 그런 기대감이 굉장히 큰 상황입니다"

◇ 임미현 > 이강인 선수 앞으로 유심히 지켜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체육부 오해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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