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지나 기자
■ 제보 : newsshow981@gmail.com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은 윤지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김정훈 기자와 함께 훅뉴스에 합류를 하셨네요.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윤지나> 우리 부모님들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데, 65세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은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해요. 환자 가족들의 고통스런 상황,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는 얘기 많이 하죠. 당사자는 어떨까요? 특히 시설에 의탁한 분들 말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사정상 부모님을 요양시설로 보낸 가족들, 혹시나 학대를 당하면 어쩌지 걱정을 하면서도 시설을 믿을 수밖에 없거든요.
◆ 윤지나>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저희 <뉴스쇼> 앞으로 제보 하나가 왔습니다. 시설에서 그저 약물만 투약해 환자를 가만히 누워있게만 한다는 건데, 이번주 훅!뉴스에서는 이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요양 시설의 문제점을 살펴보려 합니다.
◇ 김현정> 뉴스쇼 앞으로 들어온 제보군요. 약물을 투여해 시설에 보낸 부모님을 가만히 누워있겠만 했다, 이런 제보예요.
◆ 윤지나> 85세 김모 할머니의 사례부터 들어보시죠. 그 딸의 목소리입니다.
[녹취: 김모 할머니의 딸]
“‘어디서 이 많은 수면제를 먹어왔냐, 80kg 장정이 먹어도 과한 약을.. 도대체 약 어디서 났냐’고. 그때 엄마 몸무게가 36.4kg이었어요. ‘이 약들의 부작용은 졸림이 부작용이죠. 그래서 그 부작용을 정작용으로 이용해서 결국은 환자를 잠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 이 약 처방 목적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라고.”
◇ 김현정> 36kg 할머니가 80kg 장정이 먹어도 과할 정도의 약을 먹고 잠에 빠져 있었다, 라고 주치의가 말한 거다. 어디서 이렇게 약을 많이 드셨냐고.
◆ 윤지나> 네. '부작용을 정작용으로 썼다. 재운거다' 취지의 말을 주치의가 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래서 깜짝 놀라고 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찾게 된거군요.
◆ 윤지나> 그렇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정리를 해볼게요. 김 할머니가 당뇨와 치매 진단을 받은 건 2016년입니다. 이듬해부터는 중증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보호자가 다 직장이 있다 보니 지방의 한 시립요양원에 김 할머니를 모셨다고 합니다.
◇ 김현정> 시(市)에서 운영하는?
◆ 윤지나> 2017년 7월, 그곳에 할머니가 입소한 지 한 3개월쯤 지나자 사지가 멀쩡하던 할머니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고 합니다. 같은 해 가을쯤에는 앉아있기도 힘들어서 옆으로 쓰러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고 해요.
◇ 김현정> 윤 기자도 직접 가서 만나봤다면서요.
◆ 윤지나> 지난 월요일 직접 찾아뵀습니다. 할머니는 누워서 허공만 바라보신 채 눈만 끔벅끔벅 하시는 상태였고요. 36키로 상상을 해보시라, 그냥 뼈만 남으셨습니다. 보호자인 딸이 큰 소리로 여러 차례 묻는 말에만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고요.
◆ 윤지나> 입소 전에는 걸레질도 하고 길을 못 찾으셔서 그렇지 거동에 문제가 없던 분이셨어요. 입소 한달째만 해도 글씨도 잘 쓰셨고요.
◆ 윤지나> 지난달 말 할머니가 결핵 진단을 받아 요양원을 나와 대학병원에 가게 됐습니다. 가족들은 대학병원에서 저런 얘길 들은 것입니다.
◇ 김현정> 도대체 그동안 무슨 약을, 얼마나 할머니에게 먹인 겁니까?
◆ 윤지나>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그간 자료들을 쭉 검토했습니다. 1년 8개월여 동안 이 할머니가 먹은 약을 처방전을 하나 하나 확인해 봤습니다. 하루 4번에 걸쳐 9~10종류의 약을 먹었습니다. 대부분 신경안정제 류인데,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졸음과 어지럼증이 부작용이라는 것이라는 겁니다.
◇ 김현정> 그게 다 신경안정제예요 아니면 거기 고혈압약 당뇨약 관절약 다 포함돼 있는 거예요?
◆ 윤지나>기본적으로 당뇨가 있지만 사지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치매약은 세종류가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다 신경안정제였다.
◇ 김현정> 치매약 세 종류 외에 나머지는 다 신경안정젭니다.
◆ 윤지나> 네. 그 정도로 오래, 많은 약을 먹으면 환자는 기력 없이 잠만 잘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근육도 급속도로 약해지게 됩니다. 결국 할머니는 죽 같은 음식도 삼키기 어려운 정도가 됐습니다.
◇ 김현정> 졸음과 어지럼증이 부작용인데, 어떻게 보면 요양원 입장에선 부작용을 정작용처럼 이용한 셈이 되네요?
◆ 윤지나> 부작용을 목적으로 한거죠. 김 할머니가 어떤 상태인지, 현재 머물고 계신 병원 얘기 한번 들어보죠.
◇ 김현정> 요양원에서 옮겨진 곳입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
“(신경 안정제같은 우울증 약 같은 것은 지금 드시는 것으로 충분한가요?) 예 더하면 안돼요. 지금도 할머니 체격에 대해 이 정도면 충분해요. 우리같은 사람들이 이 약을 먹으면 그냥 일어나지도 못하고 응급실 갈 수도”
◇ 김현정>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뒤 먹은 약과 요양원에서 먹었던 약을 비교해 보면 어때요. 뚜렷하게 보이나요?
◆ 윤지나> 네. 신경정신과 쪽 볼게요. 결핵 때문에 옮겨진 대학병원에서는 관련 약을 확 줄여요. 치매약도 많이 먹는 게 1일 2회. 나머지 약 4개가 신경안정제 류이긴 한데, 여기서도 하루에 2번 먹는 약은 단 하나뿐입니다. 요양원에서는 4번에 걸쳐 먹는 약도 있다고 했잖아요. 나머진 다 하루에 1번씩만 먹습니다. 약 개수도 개수지만, 용량자체가 줄은 거다. 그제 대학병원에서는 신경안정제 약을 하나 더 줄였습니다.
◇ 김현정> 요양원에서 9~10개 종류 먹던 게 대학병원 오니까 5개로 줄고, 그 5개도 용량이 더 적다? 여기에 차도를 보면서 또 줄였다?
◆ 윤지나> 그렇습니다. 1/3 이상 복용량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김 할머니에게 치명적인 약까지 복용약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 김현정> 할머니가 치매고 당뇨도 있고, 저체중이고. 이런 환자가 먹으면 위험한 약들을 먹인 겁니까?
◆ 윤지나> 그렇습니다. 대한약사회의 공식 자료에 근거해서 볼게요. 김 할머니에게 위험해 보이는 약이 4종류나 처방이 됐습니다.
◇ 김현정> 하루 이틀 걸러서, 가 아니라 하루에 4가지씩?
◆ 윤지나> 네 몰아서 다 먹은 날이 1년이 됩니다. 치매환자가 먹었을 때 사망률이 5.5%가 된다는 약, 그래서 치매환자와 당뇨병 환자에겐 투약이 금지된 약 1년 넘게 드셨고. 저체중 고령 노인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의 2배에 해당하는 약도 1년 넘게 복용했습니다. 3일마다 감량해야 하는 공황장애 치료약, 투약기간이 12주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불안장애 치료약 역시 1년 넘게 내내 투약됐거요. 호흡 곤란과 약물의존성 때문에 저들 중 약 두 개는 같이 먹으면 위험하거든요.
[녹취: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차별입니다. 무차별. 정말 기가 차는 게 어르신들은 약을 1가지 이상 2가지 이상 쓰면 안돼요. 노인들이 아픈 곳이 한 두가지예요? 보통 약은 두 가지 이상 때문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그 상호작용 때문에 부작용으로 약물로 인한 또 다른 질병이 생기는데요”
◇ 김현정> 깜짝 놀라시네요. 진료일지가 있을 거 아닌가, 어떻게 1년 넘게 아홉 넘게 계속 먹을 수 있습니까.
◆ 윤지나> 약 중에 부작용 없는 게 어딨냐, 김 할머니의 문제 행동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판단에 따라 과한 처방도 가능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긴 한데요. 1년 내 이런 식이었다는 건 달리 해명할 길이 없죠. 게다가 김 할머니는 입소 이후 기력이 너무 쇠했거든요. 김 할머니에 대한 처방이 달라져야 하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고요.
◇ 김현정> 요양원은 뭐라고 합니까?
◆ 윤지나>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기력이 있었다, 잠만 주무시지 않았다 주장합니다. 복용량이 지나치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보호자와 함께 시시티비를 보여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언제든지 볼 수 있다던 시시티비에는 이제와서 할머니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약 처방도 보호자와 상의해서 약을 받은 거라면서, 이외에 다른 할 말이 없다며 취재에 응하질 않았다.
◇ 김현정> 요양원 입장을 듣고 처방전을 써준 건 의사잖아요. 요양원에 상주하는 의사가 있습니까?
◆ 윤지나> 요양병원은 의사가 시설에 있다는 것이 요양원과 다른 점입니다. 그래서 요양원은 보호자에게 할머니가 배회를 하신다, 약을 특정 의사에게 받아와라 이렇게 얘기합니다.
◇ 김현정> 요양원에서 찍어주면서 이 의사에게 받아와라?
◆ 윤지나> 네. 원래 보호자가 다른 의사한테 받아왔었는데, 이 사람한테 받아오라고 한 겁니다. 이 요양병원 의사가 특이한 점은, 2011년에 정신요법료 산정기준을 위반해 요양급여를 청구한 혐의로 6천만원 넘는 과태료를 문 적이 있다. 해당 처방전이 전 의사보다 좀 더 과하고요.
◇ 김현정> 어떻게 이런 처방전이 나갔던 걸까?
◆ 윤지나> 의사는 요양원이 말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처방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심지어 진료기록서에 “간병인이 힘들다고 함”이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환자 처방전에 왜 간병인 얘기가 나올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인데, 환자보다 시설이 더 우선순위였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죠.
[녹취:김 할머니와 보호자가 요양원 관계자가 나눈 대화]
"그렇게 큰 액션은 없었고 그냥 짜잘하게 어르신이 기어다니고 방에서 약간씩 배회하시고...그런 내용은 있는데 자꾸 넘어질까 봐 엄청 스트레스인 거예요 (일어선다거나 움직인다거나 하면 이걸 배회로 보신다는 건가?) 움직이는 거하고, 평행대를 잡고 일어선다거나 바로 주저않으시면..."
◇ 김현정> 무슨 얘기인가요.
◆ 윤지나> 기어다니시고 배회하시고, 넘어지실까봐 그런 것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 시설이...
◇ 김현정> 기어다니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 윤지나> 평행대를 잡고 일어나시는 것도, 주저앉으시면 어떻게 하느냐 이런 거거든요.
◇ 김현정> 할머니가 활동하는 걸 돕는다기 보다는 가만히 누워계셔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거네요.
◆ 윤지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누워서 기저귀에 싸라고 했대요. 김 할머니는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간병인은 줄이고 환자는 다루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최대한 많이 입소시키려고 그랬던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게 되는데, 정말 김 할머니같은 분이 한 사람 뿐일까.
◆ 윤지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모두 입소 환자가 많을수록 돈을 벌거든요. 그나마 요양원은 상주 의사가 없으니까 김 할머니처럼 대학 병원에 가거나 이런 상황이 생기면 그래도 그간 상황을 객관적으로 캐치할 만할 기회가 있다. 요양병원은 얘기가 또 다릅니다.
◇ 김현정> 요양병원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건가요?
◆ 윤지나> 요양병원은 안에서 보호부터 생활, 치료까지 모든 게 다 이뤄지니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알기 어렵다고 합니다.
[녹취: 지방의 한 요양병원 내부자]
"약사가 없는 동안에는 직원들이 마음대로 들어가서 약을 지어가지고 간단 말이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심지어는 요양보호사도 한 번씩 가져가고 그러는데, 어쨌든 요양원은 의사가 없으니까 환자가 아프거나 이러면은 병원으로 후송을 해야되고, 요양병원은 의사가 있고 약국도 있고 원내 약이 있으니까 관리가 더 안 될 수가 있죠. 요양병원이."
◇ 김현정> 이런 우려들, 허점들이 있다는 것을 내부자가 지적을 해준 거예요. 신경안정제 처방 수준이 보통 어떻게 되는지, 그런 자료 같은 게 있나요.
◆ 윤지나>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현 제도에 따르면,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분류된 곳에서 무슨 약을 얼마나 썼는지, 거기에서 환자를 어떻게 치료했는지 건강심사평가원에서 들여다 볼 수가 없어요. 그냥 환자수가 얼마다, 약값이 얼마 들었다, 여기까지만 보고가 돼요. 보호자들이야 처방전을 보지만, 하이페질, 오르필, 쿠이타민 이런 것들이 무슨 약인지 어떻게 알까요. 환자에 대한 건강관리 정보를 체계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제도가 일단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 김현정> 위험한지 어쩐지 따져보는 작업 자체가 안되고 있는 거군요. 치매환자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따라오지 못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훅!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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