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중계로 지난 25일 한 회 쉰 'SKY 캐슬'은 이제 내일(1일) 마지막 회만을 남긴 상황. 종영 하루 전인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SKY 캐슬' 조현탁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JTBC 송민교 아나운서가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스무 개 넘는 질문이 나왔다. 질문과 조 감독의 답변을 주제별로 나누어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SKY 캐슬' 배우들
▶ 아역배우들까지 직접 섭외한 것으로 안다. 과정이 궁금하다.
아이들 캐스팅 디렉터는 따로 없었다. 처음엔 조연출과 (함께) 신인 (배우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촬영감독, 방송사 PD 등 참석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이 들어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기명으로 제출했다. 당일 오디션 끝나서 취합해 보면 큰 흐름과 개성이 보인다. 촬영 전까지 JTBC 출퇴근하면서 같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잘 선별돼서 촬영에 무리 없이 진행됐다. 촬영 전에 빡센 일정을 씩씩하게 잘 견뎌주고 즐겁게 임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오디션은 몇 명 정도 본 것인가.
오디션은 너무 많은 분들로 해서 정말 몇 명인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거의 몇 주에 걸쳐서 봤다. 그걸 몇 차례 반복했고 그중에서 후보 좁히고 좁히고를 반복했다. 지난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정확히는 몇 명인지는 모르겠다.
▶ 이번 작품으로 재발견한 배우나 고마운 배우를 꼽는다면.
고마운 배우는 너무 뭐… 모든 배우분들이다. 아역까지 포함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주셨다. 이 작품을 출발할 수 있게 도와주신 염정아 씨.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줬고 윤세아 씨도 소개해줬다. 약간 과장하자면, 촬영 끝날 때까지 '저의 예술적 동반자'로 있었다. 정아 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SKY 캐슬'의 캐릭터
▶ 여성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극을 이끌지만, 한편으로는 가정에 속한 '엄마'로만 한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부분 이야기가 나오는 건 최근에 알았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거의 다른 정보들이 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촬영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몰랐다. 당연히 의도한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유현미 작가와 '교육' 얘기에 집중해서 기획했다. 교육은 당연히 엄마들이 주도하니까.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특히 혜나의 죽음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저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 캐릭터에 대해 질문하겠다. 보통 피해당하는 학생은 보통 착하게 표현되는데 혜나(김보라 분)는 독하고 어른들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한 소녀로 표현했다. 캐릭터 특성을 어떻게 잡은 건가.
그런 혜나 캐릭터가 이 시대의 현실감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그런 걸 느끼고 있고 원하는데 글(에서)만 그런 (착한) 사람이 불행을 당해야 슬퍼지고 파장이 더 크게 나온다? 현실이 더 설명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너무 입체적이고 파악이 되는 것 같지만 안 된다. 이런 현실감 반영이 인물을 오히려 풍부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이렇게 하는 게 시청자들이 좋아하겠다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철저히 제가 느끼고 작가님이 느끼는 걸 현실감 있게 해 보자는 출발에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아,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다. 촬영하면서 이태란 씨가 상처도 많이 받았다. 배우 본인은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해주시니까 정말 도리가 없더라. 그런데 이태란 씨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꿋꿋하게 한 씬 한 씬 최선을 다해서 하더라. 자기도 다 (반응을) 알았다. (그걸 보고) 되게 인간적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보니까 혐오수임에서 빛수임, 탄산수임으로 이렇게 변하더라. 드라마 많이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번 시청자 눈 밖에 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데, 진심을 가지고 배우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시청자분들이 알아봐 주시더라.
▶ 남자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캐릭터에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
뭐 남자라고 따로 생각한 적은 없고 그냥 불쌍한 사람들이었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자기가 정말 보잘것없다는 것을 쉰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그것도 혜나의 죽음이라든가 이런 것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좀 안된 강준상(정준호 분). 역시 차민혁(김병철 분)도 가정이 다 해체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그런 사람이다. 우양우(조재윤 분)하고 황치영(최원영 분)은 좀 다르겠지만. 남자로 특별히 국한해서 생각한 건 없다.
▶ 주인공 아홉 명 중 가장 애정이 갔던 캐릭터는 무엇일까.
너무나 각각의 의미로 다 감사하고 사랑스러워서 누굴 특별히 지목하기 어렵다. 연기 잘하는 건 작품 다 보셔서 아실 것 같고, 그 이전에 되게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같이 촬영하고 지낼 때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 분들도 있지 않나. 연기는 잘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조금… 그런 분 전혀 없이 아홉 분이 정말 좋았다. 거짓말처럼. 좋은 기억밖에 없다. 누굴 딱 지목하기 좀 그렇다.
□ 'SKY 캐슬'의 연출
▶ 드라마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많다.
회당 예산은 알지만 그게 어떻게 쓰이는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 제가 현장에서 배우 캐스팅하고 출연료 지급하면서 부족함을 느끼진 않았다.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풍족하게 일을 진행해서 제작사, 방송사에 감사드린다. 가성비는 아마 수치를 놓고 비교하는 것일 텐데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 매회 드라마 엔딩이 큰 화제가 됐다. 엔딩 연출에서 가장 고려했던 점은 무엇인가.
반응은 예상치 못했고, 엔딩은 대본에 맞는 것들이 촘촘히 잘 나와 있었다. 대본을 보면 그다음 회를 안 읽고는 못 배기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촬영을 마치고 편집실에서 편집팀, 편집 기사들과 다양한 경우의 수 놓고 얘기 나눴다. 작가님이 처음부터 10부 정도까지 대본 가지고 있었고 그 뒤의 이야기 짐작 예상이 가능했다. 다양한 엔딩을 여러 가지 갈래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주효했을 것이다. 엔딩에 대해서 심지어 같이 일하는 배우분들도 궁금해할 정도로 좋아해 줘서 감사하다. 엔딩은 대본의 힘이 가장 컸다.
▶ 극적인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극중) 부부들 사이에 주고받는 게 많아서 표정 액션에 집중해 만들려고 애초부터 계획했다. 그러려면 미세한 사람들의 얼굴, 겉과 속이 다른 모습들이 중요했다. 말로는 축하하지만 속으로는 쓰린 두 가지 모습 같은 것? (다른) 겉과 속 모습을 다루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 한다. 실망하고 돌아선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 손동작이 있다. 좋지 않은 상대에게 웃으며 속일 수는 있지만, 손은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렇듯 다양하게 미술감독, 촬영감독과 준비해서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그것들을 잘 알아봐 주셔서 보람 있었다.
저희 드라마가 편집이 최종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색 보정 작업을 한다. 완성본을 처음 보는 사람이 색 보정 담당자다. 근데 그분이 색 보정을 해야 하는데 드라마 보다가 자꾸 빠져서 색 보정을 놓친다고 했다. 그래서 백(back)해서 색 보정한다고. 사실은 그 말 듣고 너무 기분 좋았다. 이건 배우들의 열연, 좋은 대본에서 출발한 거지만 모든 사람이 정말 헌신적으로 힘을 모은 결과인 것 같다. 참 뻔한 얘기지만 전부 다 120%, 150%씩 했다. 배우들도 놀라울 정도로 헌신적으로 일해주고,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편집실에서도 최종 완성되기 전까지 결과야 어떻든 간에 우리 능력 안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특별한 전략이 있었는데 그것이 주효하게 잘 됐다, 이렇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는 것 같다.
▶ 또, 후반부로 가서도 연출이 무너진다는 느낌이 없었다. 특히 공들여 촬영한 장면이 있는지.
막판에 연출이 살짝 무너졌는데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일동 웃음)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까 무너지더라. 부모들이 모두 다 나와서 개싸움 했던 씬이 생각난다. 저희가 모여서 하는 씬이 많았는데 서로 완벽히 호흡이 맞고 저 감독이 뭘 좋아하는지 배우들도 다 알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이뤄졌다. 그때 이태란 씨가 독감 걸려서 컨디션 되게 안 좋았는데 배려하면서 되게 즐겁고 유쾌하게 찍었던 거 같다. 처음에 독서토론부터 지금까지 이분(배우)들이 완전히 캐릭터에 빙의돼 계셔서 저나 작가님보다 캐릭터를 더 잘 알고 있구나 생각했다.
□ 현실과 맞닿은 'SKY 캐슬'의 이야기
▶ 극중 강준상이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에게 위협을 당하는 소동을 꽤 길게 그렸다. 왜 그렇게 했는지.
저희는 의료 행위가 아니라 리트머스 시험지에 어떤 것이 주어졌을 때처럼 캐릭터의 '반응'에 집중한 거다. 강준상에게 커다란 문제가 닥쳤을 때 그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리고 서울의대 서울의대 해서 들어가 의사 선생님이 됐는데 이런 상황에 캐릭터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전혀 존경스럽지도 않고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이 캐릭터를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결코 웃기자고 하는 게 아니었다. 반응은 강준상이 비겁하다, 무능하다, 저 사람은 저렇게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등 다양했다. 그러다 강준상은 참회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캐릭터에 대한 것을 제시하려고 했는데 (장면이) 길어진 것 같다.
▶ 'SKY 캐슬'에 실제 현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SKY 캐슬'이 작가님의 자전적인 것에서 비롯됐다거나, 극중 영재(송건희 분)가 작가님 아들을 모델로 했다 하는 소문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데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다. '작가님의 자전적인 얘기'라는 건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 입시를 치렀던 본인의 경험을 베이스 삼았다는 뜻이다. 확실히 말하지만, (작가님이) 이 작품의 어떤 인물과도 닿아있는 건 없다. 각각 가정의 학부형들이 아이 키울 때 자기 집 아이가 가장 큰 문제를 겪고 입시를 치른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작가님 역시도 자기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 입시를 치렀던 경험담에서 ('SKY 캐슬'이) 비롯된 거다. 극중 극적인 것은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있음 직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물론 방대한 자료조사는 작가님이 꽤 오래전부터 해왔던 게 있다. 워낙 작가님이 책도 그렇고 자료도 그렇고 꼼꼼하게 준비하셨다.
자료조사는 워낙 작가님이 꼼꼼하게 해 놓으셨다.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책을 저도 같이 읽어봤다. 실은 저는 교육에 대해 관심이 크게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애써 외면했었다. '그걸 뭐 어쩌라는 거지?' 해서.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알게 됐고. 기억에 남는 건 대치동에 직접 가서 지켜본 것이다. 어린아이가 큰 가방을 메고 한쪽 손에 크레딧 카드를 들고 뭔가 사 먹고, 계속 학원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봤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식당 안에 아이들이 우글우글 있더라. 이 작품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저는 몰랐을 현실일 거다.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굴러가고 있더라. 제가 좀 더 진심으로, 저도 문제의식이랄지 생각을 깊게 하면서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전에는 댓글 전혀 못 보다가 촬영 마치고 최근에 어떤 댓글을 봤다. 드라마 방송된 후 집에서 자고 있는 아이에게 뽀뽀를 했다고 했을 때 정말 감동받았다.
▶ 감독님이 꼽는 극중 명장면은 무엇인가.
너무 많이 떠오르기도 하고 안 떠오르기도 하는데 순간 떠오르는 건 염정아 씨가 김서형 씨에게 무릎 꿇은 장면. 감당할 수 있겠냐고 할 때 감당할 수 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는 장면이 문득 생각난다. 그 장면 촬영하면서 어떤 한 엄마가 자식을 서울대 의대를 보내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사람들한테 던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극중 한서진이란 캐릭터는 굉장히 악당의 면모를 가졌다. 되게 이기적인 모습을 가졌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주인공으로 호감을 갖기에 불편함이 있을 텐데, 진짜 엄마 입장으로 연기해버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할까 했다. 김주영(김서형 분)이 말하는 불구덩이에도 들어가겠다고 진실되게 한다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굉장히 궁금하더라.
▶ 소재만 입시고 이야기만 보면 혼외 자녀, 청부살인 등 자극적인 게 많이 나와 막장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출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그렇게 생각하시는 걸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다. (웃음) 막장이라고 하신다면 '제가 막장 아닙니다' 말하는 것도 좀 그럴 거 같다. 막장은 죄가 없다. (일동 웃음) 막장은 죄가 없다. 그것이 개연성이나 설득력 없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막장은 죄가 없는 것 같다. 되게 악의적으로, 설득력 개연성 없이 시청자 자극을 위해서만 악용되고 할 때 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 말씀하신 부분(자극적 내용)이 저희 작품에도 있다. 하지만 저희가 원래 하려는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운반하기 위해서 가져온 설정이지, 사람들이 (이런 걸) 더 좋아할 거라고 반응할 거라고 생각해서 넣은 건 아니다.
▶ 'SKY 캐슬'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입시 코디네이터 문의가 늘어난다거나, 극중 등장한 의료사고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 드라마가 언급되기도 했는데. 'SKY 캐슬'을 두고 일어난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보나.
김주영 캐릭터 같은 코디를 정말로 찾고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게 실제로 우리 교육 현실의 맨얼굴인 것 같다. 좀 답답하고 아쉽다. 물론 그렇게 해석하시고 그런 리액션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희 'SKY 캐슬'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런 코디들이 있다는 정보 차원이 아니고, 교육으로 인한 부모 자식 간 사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드라마가 20회까지 다 끝나고 나면 충분히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병원 장면은) 정준호 씨가 연기한 강준상 캐릭터에 집중한 거지 의사란 직업에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어떤 직업에서 다양한 캐릭터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나. 캐릭터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면 혹시라도 상처가 되셨거나 약간 물의를 일으킨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작가님이 본인 아이를 대학에 보내는 과정 겪으면서 실제로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잘되기 위해서 강압적으로 대학입시의 과정 강요할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뭐가 남는지 싶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평생 어떤 것이 보장될 수 있겠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 '교육'이란 소재를 놓고 부모 자식 간의 진심을 묻고 있는 것 같다. 아시겠지만 만약에 이명주(김정난 분)가 자살하지 않고 영재가 그대로 서울대 입시 합격한 후 대학 쭉 다녔으면 이명주는 대학 다니는 동안에 영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 같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거고 대학병원에 남게 했을 거고 유능한 전문의가 되게 했을 거고 센터장, 기조실장, 병원장이 되게 했을 것 같다. (극중에서) 그렇게 한 사람이 강준상, 윤여사(정애리 분)다. 그러니 쉰이 되어서야 자기가 누군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거다.
□ 'SKY 캐슬'의 인기, 그리고…
▶ 첫 회 시청률이 1.7%25였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그날이 너무 기억난다. 문제는 연출 입장에서는 그 시청률이 나온 날에도 촬영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날이 신아고 촬영 장면이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매일 방송사로 불러서 연기시키고 다독였는데, 1.7% 나온 아침에 촬영 시작하는 건 쉽지 않더라. 그때 편집 기사님이 '1.7%부터 시작하니까 이제부터 오를 일만 남은 거 같습니다, 감독님'이라고 해 주셨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척했지만 (나도 모르게) 연연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웃음) 그날 저녁에 촬영 마치고 작가님하고 통화했다. 작가님은 1부 너무 재밌게 봤다고 했는데 1.7%를 예상치 못해서 그런지 잔잔한 서운함이 느껴졌다. 그때 제가 2부는 시청률 4%가 넘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님이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 그래서 그런 사례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작가님이) 만약에 그렇게 되면 진짜 근사하게 밥을 사겠다고 하셨다. 시청률 집계기관이 불이 나 가지고 (2회) 결과가 안 나왔다. 다행인 것 같다고 했다. (일동 웃음) 2회에서 진짜 4% 넘었고 그다음부터는 좋은 일만 있었다.
▶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고 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성공 이유를 분석해 본다면.
실제로 엄청난 시청률이 나오는 건 촬영 중 체감하지 못한다. 저희들이 촬영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방송 시작 뒤부터 반응이 오는 것을 봤다. 옆 테이블에서 'SKY 캐슬' 얘기하는 걸 들었다. (작품을) 보지 않는 어머니를 설득하고 계시더라. 밥 먹다 그걸 듣고 감동한 적이 있어서 그분들께 절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됐는지는 사실은 정확히 이것이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뻔한 답이지만 핫한 이슈와 드라마 스토리가 맞았다. 교육 문제는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둔 부모든 아니든 가장 큰 고충을 가진 문제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내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힘든 문제다. 그런 부분을 드라마가 건드리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봐 주신 것 같다. 평범하지만 큰 이유 같다.
▶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면서 스포일러도 많이 돌았다. 실제로 떠도는 스포일러를 본 적이 있나. 얼마나 맞았는지도 궁금하다.
현장에서 염정아 씨랑 김서형 씨가 이런 스포가 있다고 얘기 많이 해 주셨다. 제가 들은 스포들은 거의 다 틀렸다. (웃음) 아니 어떻게 이렇게 틀린 스포가 이런 디테일을 갖고 덩치 불리는지 그 과정도 신기했다. 이야기는 원래 정해져 있는 게 있어서, 그거(스포일러) 때문에 좌지우지된 건 거의 없다. 일단 제가 들은 건 거의 다 틀렸던 것 같다.
아픈 질문하지 말아달라. (웃음) 17부 대본 유출은 17부 편집하다 편집실에서 정보를 접했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께 재미있게 보일 수 있을지 나름 고민하던 차에 대본이 유출돼서 사실은 굉장히 분노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도 그렇고 과장해서 말하면 (제작진이) 거의 피고름을 짜면서 일하는 건데 손쉽게 밖으로 유출되는 건 엄격한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이건 수사가 지금 진행되는 거로 알고 있다. 이게 유명세다, 그러니까 새로운 마케팅 효과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대본이 유출돼서 시청률이 오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드라마 업계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그 대본은 작가님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 쓰신 거라서 저희도 최선을 다해 단속했지만 이런 일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저희도 애쓸 것이다. 적절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OST 부분은 사실 전혀 몰랐고 아직 원곡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내일 방송될 부분(20회)이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아 그것도 어제 늦게 소식을 들었다. 뭔가 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제가 드릴 말씀은 없다. 저 개인적인 입장을 말하자면 김태성 음악감독이 굉장히 성실히 일해왔고 저하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저와의 신뢰가 있어서 우려하시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모르겠다. 아직 확인되지 않아 섣불리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다.
▶ 드라마와 동명인 납골당이 있는데 무슨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
제목과 같은 납골당이 있다는 걸 임박해서 알았다. 납골당하고는 일절 관련 없다. (웃음) 전혀 없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는데 혜나가 죽고 혜나 유골함을 보관한 납골당을 실제 스카이 캐슬 가서 찍었다. 뭐 그렇게 되더라. 그 정문 입구에서 찍고 있는데 스카이 캐슬이란 간판이 있어서 저걸 포함시켜서 찍어야 하나 고민했다.
▶ 'SKY 캐슬' 포스터에 대해 시청자들이 날카롭게 분석한 게 있다. 또, 혜나가 우주(찬희 분)한테 '이건 불공평해' 할 때 죽은 채로 등장하는 잠자리에 관한 이야기도 많았다. 의도한 거였나.
포스터는 제가 진행한 게 아니라 JTBC CP님 팀장님이 진행하셨다. 특별한 해석을 미리 포석을 깔고 한 거 아닌 것 같은데, 시청자들이 풍부하게 해석해주신 것 같다.
혜나랑 우주 리허설할 때 그 잠자리를 봤는데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서. 촬영 감독에게 찍으라고 했고 편집했는데 그렇게까지 풍부하게 해석할 줄 몰랐다. 잠자리가 스스로 자살할 수 있는 곤충이라는 등 엄청난 해석이 있더라. (웃음) 여러 가지 현장에서 결정된 사항들이 많은데 그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잠자리는. 오히려 보신 분들이 더 해석해 주신 것 같다.
▶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결말 관전 포인트를 짚는다면.
어제(30일) 밤늦게 오늘(31일) 새벽까지 마지막 편집을 했다. 지금 음악 작업하고 있어서 완성이 아직 안 됐다. 친한 방송관계자분들이 연락을 엄청나게 했는데, '진짜 알고 싶냐? 진짜 알고 싶으면 내가 얘기해 줄게' 하면 '아냐, 그냥 방송 볼게' 이러더라. (웃음) 다 그러시더라. 방송 봐 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