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김춘희 씨는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서 간장과 좌우 신장을 다른 환자에게 기증하고 향년 42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김 씨는 공교롭게 약 1년 전만 하더라도 반대의 상황에 직면했었다. 16살 아들이 희귀 심장병 판정으로 투병 중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들은 지난해 3월 기적적으로 심장이식을 받아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김 씨가 뇌사 상태에 빠지자 가족은 아들이 누군가의 기증으로 살았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며 기증을 결심했다.
아들이 심장이식을 받고 나서 "만약 내가 뇌사라는 상황에 마주한다면 기증을 하고 싶다"는 김 씨의 뜻을 받든 것이다.
남편 노승규 씨는 "아들이 받았던 새 생명처럼 아내가 누군가를 살려서 그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냐"며 "제게 이제 남은 건 자식뿐인데 특히 딸이 엄마의 뜻을 잘 따르자고 해 저도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씨 딸은 "기증으로 내 동생이 살아났듯 기증으로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산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