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광주에는 지자체와 기업이 민관 합작법인을 세운 한국엔 없던 신개념 일자리와 함께 연간 10만 대 규모의 경형 SUV 공장이 들어선다. 여기에다 정부가 광주형일자리 모델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광주형일자리는 향후 민관협력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 일자리 위해 민관 손잡은 '광주형일자리'
현대자동차와 광주시, 지역 노동계가 한국에는 없던 새로운 노동 형태인 '광주형일자리'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진통 끝에 현대차와 광주시는 31일, 광주시청에서 1차 투자 협약식을 열고 광주형일자리 창출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광주시 측에서 590억 원(21%)을 출자하고 현대차는 530억 원(19%)을 출자해 지분투자자로 참여한다.
현대차는 "현대차는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로 참여한다"며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의 생산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는 형태"라고 밝혔다.
협약안은 초임 연봉 3500만 원, 근로시간 주 44시간을 담았고 쟁점이었던 '35만대 생산까지 임금단체협약 유예' 조항은 유지하되 노동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노사 합의를 통해 법에 따른 노동활동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2021년 하반기까지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완성차공장이 들어서면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관리직을 합쳐 1,000여 명, 간접고용까지 고려하면 1만 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엔 없던 새로운 형태의 광주형일자리는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을 모델로 삼았다.
폭스바겐은 지난 2001년 경영난을 겪던 중 독일 정부와 함께 아우토 5000의 독립법인을 추진했다. 실업자 5,000명을 고용하되 임금은 20% 줄이는 방향이었고 이후 성공 궤도에 오른 뒤 폭스바겐이 다시 흡수했다.
결국 지역 노동계와 지자체, 기업이 협의해 만든 광주형일자리는 이후로도 민관이 힘을 모아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들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형일자리는 협의 내내 노동계와 기업이 양보를 통해 '적정한 임금', '적정한 노동시간' 등을 주요사안으로 다뤘다.
고임금에 시달리는 기업과 일자리를 원하는 정부,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충족해 이후로도 다른 지자체와 기업의 투자에 있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중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지역 상생 일자리 모델' 두 곳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2월 말까지 지역상생 일자리 모델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상반기 중 2~3곳의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광주형일자리는 하루아침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수차례 다듬어져 만들어졌다"며 "안착 여부가 이후 다른 지역, 다른 업종의 벤치마킹에 있어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주시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현대차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1000cc 미만 경형 SUV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물량은 10만 대로 잡았다.
현대차는 2002년 아토즈(ATOZ)를 끝으로 경차 시장에 손을 뗐지만 이번 광주형일자리를 통해 다시 진입한다. 생산원가를 줄이면 수익성이 날 것으로 판단했다.
난관은 있다. 진통 끝에 만들어진 '임단협 3년 유예 조항'과 '노사합의를 통해 노동활동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김필수 교수도 "노동시간과 연봉은 타협을 봤지만 임단협과 노동활동 부분은 노사가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며 "노조와 사측이 단서조항을 어떻게 해석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반발도 숙제다. 현대기아차 노조 확대간부 1000여 명은 이날 투자 협약식이 맺어진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 세계자동차 시장의 공급 포화, ▲ 국내자동차 공장의 구조조정과 70만 대 유휴시설 존재, ▲ 자동차산업 전체 노동자 임금의 하향 평준화 우려 등의 이유로 광주형일자리를 반대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광주시 주도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차 경쟁력이 있다"며 "향후 다양한 메이커의 차량도 위탁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